악몽의 관람차 살림 펀픽션 2
기노시타 한타 지음, 김소영 옮김 / 살림 / 2009년 7월
평점 :
절판



“ 로맨틱하게 살자”


기온이 30C를 넘나드는 무더운 여름이다. 이러한 무더위에는 밖에 돌아다니기에도 힘들고 집에 있자니 기운이 쳐져서 지내기 힘든 나날이 지속되었다. 때문에 각자의 방법으로 피서를 즐기면서 더위를 이겨내고 있으나 멀리 가지 않아도 간단한 방법으로 시원하게 여름을 보낼 수 있는 방법이 있다. 그것은 등골이 오싹하거나 식은땀을 쥐게 만드는 책을 읽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기노시타 한타의 악몽시리즈는 특유의 솜씨를 발휘하여 숨막히게 긴장감을 조성하면서도 편안한 웃음을 자아냐는 장점을 지닌 소설이라 볼 수 있다. 표지 또한 스릴러물답지 않은 밝은 노랑과 회색이 공존하고 한쪽을 차지하고 있는 왕새우 무늬의 남자는 마치 코믹한 이야기를 암시하는 것 같이 판타지적인 분위기를 나타내고 있어 무더운 여름에 알맞은 분위기를 가지고 있다. 과연 어떤 방법으로 기노시타 한타는 코믹 스릴러란 장르를 펼쳐낼지 무척이나 기대가 되었다.

책에서 등장하는 주요소재인 관람차는 놀이공원에 가면 흔히 볼 수 있는 기구이다. 관람차는 안팎으로 유리창으로 구성되어있어 훤히 들여다 볼 수 있는 공간이면서 동시에 상공에서 밀폐된 밀실이기도 하다. 만약 관람차가 정지할 경우 갇힌 사람들은 그곳에서 갇힌 채 구출을 기대해야만 한다. 이러한 일종의 밀실공간에서 의도치 않게 사람들이 납치를 당하게 된다면 과연 어떻게 될까? 이야기는 관람차에 탄 각각의 인물들이 어떠한 경위로 관람차에 타게됬는지 소개하면서 시작된다. 평범한 가족과 데이트를 하는 여의사와 건달, 이별전문가, 소매치기의 전설과 그를 동경하는 젊은이등 다양한 사람들은 각각의 인생을 살아오다 관람차가 멈추게 되면서 공동의 운명을 지니게 된다. 어찌 보면 공통점이 없다 할 수 있는 인물들이 이야기가 전개되면서 퍼즐을 맞추듯 하나의 그림을 완성하게 된다. 특히 중반부까지 폭파범이 왜 관람차를 납치할 수밖에 없었는지, 하필 평범해 보이는 사람들이 납치를 당하게 됐는지 배경을 보여주면서 후반부에 모든 이야기가 맞물리면서 하나의 줄기로 전개되는 과정은 한숨도 쉬지 않고 볼 정도로 긴박감을 제시하였다. 이런 각자의 인물들의 시선이 등장하는 소설이 여럿 존재하는데 이것은 등장인물들 각각의 사정을 알 수 있다는 점에선 다양한 인물들의 생각을 이해할 수 있어서 좋은 점이라 할 수 있으나 잘못하면 시선의 분산으로 이야기가 산만해지고 어수선하게 되어 통일성을 잃게 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런 약점을 잘 피해서 악몽의 관람차는 이점을 이용하여 인물들 하나하나의 행동에 그들의 생각을 드러내어 독자에게 제3의 시선을 제공한다. 때문에 퍼즐 같은 상황을 자연스레 완성할 수 있게 만든다.

글을 읽으면서 문득 들었던 생각은 “ 과연 누가 나쁜 사람인가?” 이었다. 납치를 감행한 납치법인가, 아님 납치의 원인을 제공한 자인지, 청부살인자인지, 등장인물들 모두 약간의 악을 지니고 있어서 나쁜 사람의 범주에는 들어가나 누가 가장 나쁜 사람이고 나쁜 사람이라 정의할 수 있는지는 마지막장을 읽었을 때까지도 판단되지 않았다. 어쩌면 평범하게 행복하게 살고자한 사람이 누군가를 위해서 악인이 될 수도 있고 원치 않는 상황 속에서 악인이 된 경우도 있을 것이다. ‘악몽의 관람차’에서 등장인물들이 악을 행하고 있으나 그것이 진지하면서도 묘하게 코믹한 느낌을 받게 되어 신선하였다. 진지하고 우울한 상황이 될 수도 있었으나 특유의 필체로 유머를 잃지않은채 유쾌한 장면이 지속되어 보는 내내 시원한 웃음을 지을 수 있었다.

주인공 다이지로의 가족의 신조는 “어떤 상황이든 로맨틱하게 살아!” 이다. 이는 책의 내용을 통괄하는 주제이기도 하다. 로맨스, 로망! 이란 단어는 팍팍한 현실 속에서 우리가 좀 더 인간미 있게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게 해주는 꿈일지도 모른다. 모두가 꿈과 희망을 잃지 않고 행동한다면 어떤 상황이든 돌파해나갈수 있지 않을까? 관람차에 납치당한 이들이 포기하지 않고 사랑하는 이들을 위해 노력해 다시 일상생활로 돌아간 것처럼 말이다. 무덥고 습한 기운이 느껴져 짜증이 자꾸 치솟는 요즘 더위를 잊을 수 있는 긴박감과 유쾌한 웃음을 선사하는 악몽시리즈와 함께하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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