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다섯, 서른, 세계여행 - 현실 자매 리얼 여행기
한다솜 지음 / 비채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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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여행가기.' 말도 안되게 꿈만 같지만 , 또 무언가 식상할 정도로 익숙하기도 한 소원이다. 어릴 적 타임캡슐이나 다이어리 맨 끝에 '세계여행' 이 네 글자를 한 번쯤 적어본 이들은 생각보다 훨씬 흔할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어른이 되어 세상을 읽어나가며 현실이 그리 녹록치 않다는 것을 누가 알려주지 않아도 스스로 깨닫게 된다. 그저 하루 하루 바쁜 일상에 무뎌져가고, '꼭 해보고 싶은 일' 보다는 '꼭 해야 하는 일' 을 눈 앞에 배달음식 먹듯 해치우다보면, 내 '소원' 들은 어느새 아련하게만 느껴진다. 마음 속에 '소원' 이란 것을 품었던 어릴 적 내가 가끔은 다른 사람처럼 느껴져, 남도 아닌 본인에게 부러움을 느끼는 바보같은 자신을 발견하기도 한다. 오늘 밤에도 많은 이들은 아직은 때가 아니라고 서운한 맘을 애써 달래며 빼곡한 버킷리스트가 적힌 다이어리를 덮는다.

 

이 책의 저자도, 바로 그런 이들 중 한 명일 뿐이었다. 버킷리스트는 희미해져가고, 때론 내 자신이 어떤 이인지 조차 애매해졌다. 자기소개서의 흔한 질문인 ‘자신의 성격의 장단점을 서술하시오.’ 이 질문 하나도 시원하게 답하지 못해 며칠 밤을 끙끙 앓았던 저자. 무엇을 좋아하는 지, 무엇을 싫어하는지, 나는 대체 어떤 사람인지. 남들이 아는 내가 아닌 내 스스로에게 집중하고 싶어진 저자는, 그 해결책은 오직 ‘여행’ 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어릴 적에 적어놓은 잔뜩 구겨져있던 버킷리스트를 펼치고, 그 중 하나인 세계여행을 뚫어져라 응시한다. 저자의 꿈이자 하나뿐인 여동생의 오랜 꿈이기도 했던 ‘세계여행’. 그렇게 자매는 서로가 서로에게 용기를 뿌리며 떠나기로 결심한다.

“젊지만 늘 조급한 나이 스물다섯 그리고 서른 살. 멀쩡히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저축한 돈을 탈탈 털어 세계여행을 떠나는 일은 우리 자매에게도 쉽지 않았다. ”

 

누군가는 무모하다고 생각하고, 누군가는 떠나고 돌아온 뒤 이들이 마주할 현실이 걱정되어 만류했을지도. 또 잘 모르는 이들은 세계여행이라는 화려한 타이틀만을 보고 시샘에 며칠 밤을 뒤척였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평범하디 평범한 자매의 그 결심에는, 손에 간신히 잡고 있던 것들마저 내려놓을 용기가 필요했다.

 

마냥 어리기만 한 20대 초반을 지나 사회로 진출하고 성숙해지는 나이인 스물다섯. 그리고 앞자리가 바뀌면서 생각이 많아지는 한편, 사회 속에 자리 잡으며 경력을 포기하기 어려워지는 나이 서른. 이렇게 서로 다른 두 시기를 지나는 자매가 함께 세계여행을 떠나게 되었다. 돌아온 뒤 그녀들은 마주한 현실에 전보다 더 빨리 노를 저어야 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매는 입을 모아 이렇게 말한다.

“20대로 돌아간다면 하루라도 더 일찍 세계여행을 떠났을 거야.”

 

과연 무엇이 그녀를 이토록 홀린 것일까? 자매에게 이 여행은 어떤 의미였던가?

 

"언젠가 다시 나 자신을 소개할 일이 생긴다면 나는 여행길에서 만난 나를 생각하며 보다 넓은 시야로 확신을 갖고 얘기할 것이다."

 

그녀에게 세계여행은 오직 버킷리스트 중 하나의 항목이 아니었다. 나를 제외한 다른 이유들에 치이고 잃었던 ‘나‘를 찾는 215일간의 여정이었다. 당신이 이 책의 마지막 장을 덮는 대신에 용기를 펼치기를 바라며, 자신을 잊고 지내야 했던 오늘날 모든 현대인들에게 기꺼이 이 책을 추천한다. 대개는 행복해서 웃었고 때로는 포기하고 싶어 눈물 흘리던 ‘현실 자매’의 리얼한 215일의 기록, <<스물다섯, 서른, 세계여행>>이 당신을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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