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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효식초 빚기
백용규 지음 / 헬스레터 / 2016년 3월
평점 :
식초 = 신맛을 내는 조미료
얼마 전까지만 해도 나에게 식초란 이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식초에 얽힌 추억이라고 해봤자,
유년 시절, 중국집 짜장면의 단짝인 단무지에는 항상 식초를 뿌려 먹으라는
속설 아닌 속설을 무슨 수학 공식인 양 신봉하며,
'여기, 짜장면 두 그릇이요.' 하고는 식탁에 놓여 있는 식초를 으레 단무지에 뿌리면서
동행한 지인에게도 '원래 짜장면 먹을 때는 이렇게 먹는 거래.'라고 떠벌렸던 기억 정도?
그런데 그 시절 그렇게 먹던 식초가 대부분 석유를 원료로 한 빙초산이었을 거란다.
우리나라에서는 엄연히 식품첨가물로 허가되어 있으니 불법은 아니겠지만,
일본과 유럽에서는 그 위험도를 생각해서 공업용으로만 허가되었다는 그 빙초산이 아닌가!
어릴 때부터 튀는 걸 싫어했던 나는 다수 속에서 안정감을 얻곤 했다.
잘 알지 못해도 내 주위의 사람들이 알고 믿고 행하는 걸 자연스레 상식이라 생각하며
일상의 많은 것들에 무심했고, '대세'를 따르곤 했다.
특히나 나름 건강한 체질을 타고난 탓에 먹을거리에 대해 그닥 민감한 편이 아니었다.
하지만 생각해 보면 얼마나 어리석게 살고 있는가.
나와 내 가족의 건강, 어쩌면 목숨과도 직결되는 먹을거리에 대해
왜 나는 그동안 따져 보지 않았을까.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약한 체질의 신랑과 그를 닮은 아이를 챙기다 보니 자연스레
건강한 먹을거리를 고민하게 되었다. 그 고민의 결과물은 자연스레 발효 식품으로 향했고,
그중에서 발효의 정점이라 이르는 식초로 옮겨 갔다.
'천연 발효 식초', 이렇게 좋은 음식이 있었다니!
발효 식초를 사서 먹기 시작했다. 신랑에게도 친정엄마에게도 발효 식초로 만든 피클을 만들어 주었더니, 반응이 가히 폭발적이었다. 어느 순간 '이 좋은 걸 내가 만들어 먹을 수 있다면?' 이라는 욕심이 들었다. '그래, 식초 만들기에 도전해 보자!'
그런 와중에 내 눈에 들어온 한 권의 책 <발효식초 빚기>
발효와 미생물 이론 중심의 책이거나, 아니면 레시피 중심의 책이거나,
지금까지 읽은 책이 그랬다면
이 책은 이론과 실습이 적정하게 배합되어 있다고나 할까.
식초에 대한 개괄적인 이해와 배경지식을 주면서도
그대로 따라만 하면 정말로 식초 만들기에 성공하겠구나 싶을 정도로 실용적이다.
그동안 몇 번의 식초 빚기 도전에서 사실 가장 힘든 지점은
내가 잘하고 있는 건가, 식초가 정말 되어 가고 있긴 하는 건가 라는 불안감이었다.
그런데 이렇게 중간 과정까지도 사진으로 알려 주니
식초 빚기에 정말 많은 도움이 될 듯하다.
오랫동안 발효 식품을 연구하고 만들고 교육해 온 저자 선생님의
수십 년의 경험과 노하우를 이렇게 책으로나마 만날 수 있으니,
참으로 반갑고 귀한 노릇이다.
이 책을 길잡이 삼아 올해에는 꼭 영양 좋고 맛 좋은 천연발효식초를 만들어서
우리 가족뿐만 아니라 주변 지인에게도 널리 알려야겠다.
그동안 우리가 알게 모르게 빼앗긴 건강한 먹을거리를 복원하는 데
내 작은 힘이나마... 으쌰으쌰! 아, 갑자기 소명의식이 불끈불끈 생기는구나^^
어쨌든 식초에 막 관심을 갖기 시작한 초보 입문자들에게 아주 유용한 책이라는 데 한 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