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책] [BL] 사랑을 이루어 주는 마도구
마사키 히카루 / 리체 / 2017년 9월
평점 :
판매중지


일본 BL 입니다. 비엘 소설이 요새 엄청나게 쏟아져나와 퀄리티가 들쑥날쑥한데 비해서 번역해서 들어오는 소설들은 일정 수준 이상의 재미를 보장해주는 것 같네요. 아무래도 초기에는 잘 팔릴만한 작품들을 들여오겠죠.

 

이 소설을 처음 보았을 때는 살까 말까를 정말 많이 고민했습니다. 삽화가 취향이 아니었거든요.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사보자 하고 첫장을 펼쳤는데 씬 삽화가!! 마음에 안들어!! 그래서 조금 으음 하면서 읽었는데 생각보다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기회가 몇번 있어서 일본 비엘 만화를 몇권 읽은 적이 있는데 약간 힐링되는 스토리, 남자답고 능글능글하지만 어떤 부분은 서투른 공과 일본 쪽 용어로 천연계에 해당하는 수가 자주 등장하더라고요. 기본적으로 잘 맞는 조합인데 이걸 비엘 소설로 읽으니 이런 분위기가 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천연계'라는 단어가 일본에서 온 말인데 음... 이것 이상으로 이 소설의 수를 잘 표현하는 말이 있을까 싶네요. 어벙하다기에는 그렇게까지 멍청한 느낌은 아니고 시골에서 갓 올라온 건 아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순수함을 여전히 간직하고 있고 돈이 없고(!?) 곤경에 빠지고(!) 보기에 부끄러운데 부끄럽지 않고 말이죠. 분명 가끔 부끄러운 일을 하고 있고 애도 한껏 부끄러워하고 있는데 보는 사람은 뭔가 음 힐링되는 느낌이야 하고 볼 수 있는 그런 꼬물꼬물한 느낌. 악의라고는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고 선의만 촬촬 흘러넘치는 부드러운 후광이 빛나는 수, 바로 유키히사입니다.

 

얘는 사랑을 깨닫는데도 별 거리낌이 없어요. 속세에 물든 나와는 다르네 하며 읽었습니다. 남자인 공을 좋아한다는 걸 깨달았는데도 전혀 이상해 하지 않고요. 이런 쉬운 인정을 보니 굉장히 마음이 편안해지는 기분이었어요. 고뇌하고 고뇌하고 또 고뇌하는 가운데 자신의 감정을 인정할 수도 있겠지만 이렇게 파란 하늘에 떠가는 구름처럼 환하고 가볍게 사랑을 알 수도 있는 거죠. 울부짖고 뒹굴고 밀고 미워하고 이런 것만 사랑을 보여주는 장치는 아니라는 깨달음을 순간 얻었습니다.

 

공은 일하러 가서 일본에도 없어 이름으로밖에 등장하지 않은 14p/177p (아이패드 가로방향 최고작은 폰트)에서 수가 공을 사랑한다는 걸 저도 알고 수도 알고 수 친구도 알고, 거기에 사랑의 대상이 남자인게 이상하지도 않은 상황 (친구가 식탁에 머리를 박았을 뿐...). 놀라운 일이에요. 그래서 독자는 아무런 부담없이 둘이 어떻게 이어지게 되는가를 흥미진진하고 편안한 마음으로 구경할 수 있게 됩니다.

 

출장에서 돌아온 타카세는 유키히사에게 연애문제에 관한 소원만을 들어준다는 만년필을 선물합니다. 두 사람은 동거 중이라서 불타는 비엘러인 저는 잠시 망상에 빠져 상상속에서 이것도 해보고 저것도 해보았지만, 사실 둘은 아직 순수한 상태죠. 아르바이트를 하던 술집의 단골손님과 종업원 관계로 소소한 사건을 통해 친해졌다가 유키히사가 살던 집이 개미로 인해 철거된다는 이야기를 들은 타카세가 자신의 집에 와서 살 것을 제안하며 이루어진 동거일 뿐이에요. 그렇지만 글쎄요, 그게 과연 그냥 친해서일까요?

 

사랑을 자각도 했고 마도구도 받았으니 우리의 유키히사, 부끄럽지만 혹시 모르니 한번 써봐야죠. 열심히 이것저것 적어라 유키히사! 불타는 비엘러의 눈에는 너무 순수한 문장이지만 뭐. 그게 중요한 건 아니니까요. 아니나다를까 우리의 천연 수, 적은 걸 또 들키고야 맙니다. 내가 이럴 줄 알았지. 부끄러운데 넘 좋은 거 아닌가요. 이런 가벼운 전개가 또 가끔 땡길 때가 있거든요.

 

제가 특히 좋았던 부분은 타카세가 마도구 때문에 이루어진 관계라며 유키히사를 피할 때 유키히사가 마도구로 소원을 적기 전부터 타카세를 사랑했다는 걸 명확히 알고 있었던 점입니다. 순수하고 착하지만 자신의 감정에 멍청하지 않은 거죠. 물론 그걸 말로 하진 못하지만... 그렇지만 뭐 말을 제대로하면 소설이 타카세가 돌아오자마자 20p쯤에서 끝났겠죠. 말만 못하는(?) 수와는 달리 오히려 타카세는 속세에 물들어 이 생각도 하고 저 생각도 하느라 관계의 진전에 매우 큰 걸림돌이에요. 이런 쓸모없는 양심. 그런 걸 왜 가지고 있나요. 재미있는 관계예요. 능글능글 어른스러워서 오히려 적극적일 것 같던 타카세가 아니라 유키히사가 진심을 털어 놓으면서 관계가 진전된다는 점이 말이죠.

 

결국 유키히사는 친구의 조언도 받고 도움도 받아서 오해를 풀고 결국 방랑하는 타카세 케이시로의 돌아올 곳이 됩니다. 돌아올 곳. 그 말 그대로 치유하는 느낌이 드는, 솜사탕 같은 비엘이었어요.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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