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의 연구 1 (반양장) - 아놀드 토인비 59클래식Book
아놀드 조셉 토인비 지음, D.C.서머벨 엮음, 김규태.조종상 옮김 / 더스타일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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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아놀드 토인비
    역사의 연구 1
아놀드 토인비 지음 / 김규태,조종상 옮김 / D C 서머벨 편집
더스타일 / 307

 


아마도 이 책은 현대의 고전 정도가 아닐지 모르겠다. 서양사 전공자가 아니라서

이 책이 어느정도의 비중이나 가치를 지닌 책인지 분위기를 알수 없다. 그렇든 아니든

나는 일찍이  어린 나이에 -  예전에는 소시적少時的 이라는 말을 잘 썼는데...ㅋ -

이 책의 제목과 성가에 반해 역사학자가 되기로 마음먹고 어찌어찌 사학과에 갔으되....

고등학교때 동서문화사에 월드그레이트북스라는게 있었는데 방법서설이니

짜라투스트라와 함께 이 책도 있었다. 야심차게 두권으로 된 이 책을 사서 읽었으나

뭔 말인지 잘 이해가 되지는 않았다.
도전정신은 가득하고 넘쳤으나 그정도 책을 읽을 수준이 아니었다. 나는 수재가 아니었다.

중간에도 읽을 기회가 있었겠지만 다 읽지는 못했던 것 같다. 설사 읽었다해도 기억도

 안나고.  오랜 세월이 지나 다시 내앞에 이 책이 왔다. 말하자면 오늘의 나를 있게한

책이다. 눈은 구름 위만 바라보고 발은 땅에서 떨어진 채 동서를 분간 못하는 남산골

딸깍발이 신세로.


처음 역사학에 입문한 초보 학도들은 필독서의 하나로 대개 E H 카의 <역사란 무엇인가>를 읽는다.

카는 토인비와 동시대를 살아간 학자인데 카나 토인비나 랑케 역사학을 한차원

발전시킨 사람들이다.  토인비가 읽히지 않는 이유는 내 생각엔 너무 길기 때문이다.

카는 역사학자라기 보다는 정치학자에 가까운데  전에 읽었던 <역사를 읽는 방법>의

저자도 역사학자가 아니었던 걸로 기억한다. 영국은 학제적 연구가 잘되어있는 모양이다. 

 

 아무튼 <역사의 연구>는 전체 12권에 이르는 방대한 저작이다. 전공자도 읽기 어려우니 누가 정리좀 해줘야할 터.  마침 서머벨이라는 사람이 이 거질을 두권으로 요약해서

내놓았는데  대개 우리가 보는 <역사의 연구>란 서머벨이 줄인 요약판이다. 우리나라에

원저 완역이 있는지 조차도 모르겠다. 아마 없을 것이다.  <로마제국 쇠망사>도 6권짜리

대작인데 대개는 한권짜리 축약본으로 읽는다. 간혹 말이 이어지지 않는 부분이 나오기도 한다. 이 쇠망사는 6권짜리 완역이 나와있다. 그러나 역사의 연구는 없는 것 같다.

(나중에 알아보니 전작 번역이 있다)

 

예전 동서문화사 <역사의 연구>는 두권이지만 작은 활자에 2단 편집으로 빽빽하게

채원진 책이었다.  이번 더스타일의 <역사의 연구>는 1권인데 연표를 뺀 본문만 보면

243페이지에 불과하다. 처음에 나는 이 책 역시 두권짜리인줄 알고 옛책을 책꽂이에서

꺼내 새로 닦고 여기저기를 비교해보았다. 그랬더니 말도 안되게 분량이 적었다.

 

책의 어디를 봐도, 앞을 봐도 뒤를 봐도 속을 까뒤집어 봐도 이 시리즈가 전체 몇권인지

나와있지 않다. 뭐 이런 책이 있나.  인터넷을 뒤져보고야 더스타일의 Old Fashioned

Classic 중의 하나로 8권까지 있다는 것을 알았다. 옛 두권을 여덟권으로 늘린 것이다.

그래서인지 어떤 독자는 이 시리즈가 토인비 원전을 다 번역한 것인줄 아는 사람도

있었다.

 

번역서는, 특히 고전에 속하는 번역서는 저본소개와 역자의 해제가 반드시 있어야 한다. 아니면 출판사의 소개라도 있어야 한다. 그점에서 이 책은 독자서비스가 태부족하다.

마지막권에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그런 내용은 첫머리에 올려야한다.

 

읽어보지 않은 사람들도 대개는 들어봐서 알겠지만 토인비의 주장은 대체로 다음

네가지 정도로 요약할수 있다. 역사는, 문명은 성주괴공의 원칙에 따라 순환한다.

문명은 창조력이 있는 지배적 소수와 그를 따르는 민중에 의해 만들어진다.

문명은 도전과 응전이 있어야 창조된다.

이는 거친 환경조건을 극복하고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인간의 노력이다.

 

수긍하는 사람도 반대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토인비가 이런 결론을 이끌어내기까지는

수십년이 걸렸다. 그는 그리스문명과 서양문명의 상관관계를 연구하다 예전에 번성했던 문명이 왜 지금은 사라졌을까 하는 점에 착안하여 지구상에 존재했던 모든 문명의

리스트를 만들고 이들의 공통점을 찾기 시작했다.  그는 중요한 점을 지적한다.

“역사가의 조건은 호기심이다. 단순한 호기심만 가져서는 목표없는 지식의 추구가

될수도 있다. 의의가 있으려면 ‘이것이 어떻게 거기에서 생겼는가’하는 의문을 가져야

한다. 이것이 역사가의 기본적 질문이다.”
역사가가 가져야할 기본중의 기본이지만 그간 내가 보아본 경험에 의하면 이런 기본조차 안된 역사가가 꽤 있다.

 

그는 영국 역사가 액튼의 말을 인용하여, 역사는 본질적으로 한 민족이 아니라 좀더

광범위한 원인을 기반으로 하는 힘의 작용으로 움직인다고 말한다. 즉 “역사연구의

단위는 민족국가도 아니고 정반대인 인류도 아니며 우리가 사회라고 이름붙인 어떤

종류의 인간집단이라는데 의견을 같이하게 될 것이다.”라고 했는데 이것이 바로

‘문명’이다.

‘문명의 비교연구’라는 챕터에서는 각 문명의 부모자식관계를 거론하는데 헬라스

사회는 현재의 서구 기독교사회를 낳았고...하는 식이다. 다만 이집트사회는 부모자식이

없는 독특한 문명으로 보았다. 이렇게해서 관련된 사회 19개를 파악했는데 극동사회를

중국뿐만이 아닌 중국사회와 한국사회, 일본사회로 나눈다면 인류의 문명은 21개로

파악할수 있다고 한다.
이 21개 문명을 비교연구한 것이 바로 <역사의 연구>인 것이다.

 

19세기 당시까지 서구사회에 알려진 극동, 즉 동양문명은 중국과 일본이었다.

그가 한국을 중국의 위성, 일본의 아류로 본 것은 토인비만의 잘못은 아니다. 조선은

존재가 없는 나라였다. 그러나 그는 후에 재고찰을 써내면서 한국을 일본과 같은

중국의 위성문명으로 분류하여 한국을 일본과 동등하게 보았다.

 

토인비는 중국의 영향을 강하게 받은 듯 하다. 한자에 대해서도 적지않은 지식이 있고

중국에 대한 이해와 호감도 높아보인다. 그의 순환사관은 슈펭글러 이전에 중국의

전통사관을 받아들인게 아닌가 생각될 정도다.  개별 문명에 대한 분석과 결론은

나머지 책들을 보고 이야기해야겠지만 서구제일주의를 비판한 것이라든가 문명이

성쇠를 겪는다는 주장은 지금 보아도 맞는 이야기다. 호불호를 말하기전 이 책을

한번쯤은 읽어야할 이유가 있는 것이다.
인류의 문명 전체를 놓고 본 분석이기 때문이다. 역사학도와 역사를 좋아하는 이들에게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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