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재수필 그릇꿈
이양재.김향희 지음 / 분홍개구리 / 2012년 11월
평점 :
품절


양재수필 그릇 꿈
이양재 김향희 / 분홍개구리 / 191

무엇을 하고있든 꿈을 꿀수 있는 사람은 행복한 사람이다. 88만원 세대든 사오정이든 꿈을 꿀수만 있다면 괜찮다. 이시대 명강사라는 김미경이 운집한 젊은이들 앞에서 촛불은 밤에들고 낮에는 노력하라고 꿈을 위해 노력하라고 했다는데 맞는 말이다. 하물며 나이들어서도 꿈을 가질수 있다면 행복한 사람이 아닐수 있겠는가. 더 이상 꿈을 못 꾸는 사람이 불행한 사람이다.  그릇 꿈을 꾸는 도예가 이양재는 엄청 행복한 사람이다.  얼마나 그릇을 사랑하면 이몽룡이 춘향이 꿈꾸듯 그릇꿈을 꾸는가.

 

도예가 이양재가 책을 냈다길래 여기저기 서점을 찾아다녔으나 결국 못사고 인터넷으로 책을 구했다. 동네서점에는 주문조차 할수 없다니 출판유통 구조가 좀 이상하다 싶다. 그렇게
기다려서 받은 도공의 책은 흰바탕에 파란 빛 청화백자 스타일.

 

그런데 읽다보니  이양재의 저술이 아니고 이양재와 김향희의 대담록 정도되는 수필이다.
프롤로그와 에필로그가 있고 네 개의 주제로 나눠 서술되어있다. 일상, 정성, 인연, 마음.
곳곳에 이양재의 도자작품을 소품처럼 배경으로 활용했다. 책 자체가 작품처럼 느껴진다.

 

도예가 이양재는 우리나라 생활자기의 중견작가? 뭐라 불러야할지? 대가라 해도 지나치지는 않은 듯 한데 나이가 좀 어중간하고. 권위자는 학자에게 어울리고. 중견이기엔 좀더 나간 것 같은데.

홍대 디자인학과를 다니다 도예과로 재입학해 도자기를 공부하고 영국에서 공부한 이야기며 저지르고 떠난 배낭 세계일주며 평생의 반려를 만난 이야기들이 그의 도자철학과 함께 녹아있다.

 

생활자기는 감상이 아니라 일상에서 사용하는 예술품아닌 예술품인데  주로 사용하는 계층이 주부들이라서 그런지 아는 사람에게만 알려져있는 듯 하다. 이양재는 몰라도 로얄 코펜하겐을 모르는 사람이 있겠나. 조선 도공을 끌고와  세계적 도예대국이 된 일본만 해도 도자기가 일상생활 전반에 두루 통용되고있는데 한국이 그렇지 못한 것은 경제사정도 있겠지만 미적 탐구나 예술적 가치에 대한 동경이, 비싼 것에 대한 전시욕구보다 훨씬 못하기 때문이다.


일본국보인 이도다완은 조선의 막사발이다. 그런 사기 질그릇에서 투박하고 자신을 낮추는 선적(禪的) 다도정신을 배울수있는 자세가 있어야 과일접시 하나에도 자신의 미적 관념을 담아 손님에게 내놓을수 있는 것이다. 도자그릇은 과시가 아닌 선다일여에서 나온 자기표현이다.

 

조선의 백자는 완상용도 있지만 대개는 선비정신을 담은 일용의 그릇으로 사용되었다. 유교에서는 그릇을 군자로 비유했는데 가장 좋은 그릇은 제사에 쓰는 그릇이었다.  백자는 더 나아가 분청이나 청화백자로 발전했고 지금 분청을 좋아하는 사람도 참 많지만 나는 깨끗한 백자를 좋아한다. 이양재는 백자에 자신의 특기인 청화채색의 드로잉을 더해 독특한 양재스타일의 도자를 완성했다. 듣기로는 일본에서도 고정팬층이 있다고 한다.     

 

그러나 다 읽고나니 아쉬움이 없지 않다. 동양적 전통에 사십이 넘으면  자서전을 쓸수 있다. 이양재는 오십이 넘었으니 오십자술을 써도 되었다. 이 책처럼 대화체도 좋겠지만 작가자신의 글로 완성했어도 좋았을텐데. 좀더 인생 경험을 녹여 현재의 도예관이 나오게된 계기를 상세하고 진솔하게 버무렸으면 어땠을까. 간간이 나오는 오타도 옥의 티.

 

이제 이 책을 계기로 다시한번 과거를 돌아보고 새롭게 갈길을 정비하는 인생의 중간기지로 삼아 생활도예의 대가 이양재를 만나게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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