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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촛불이다 - 광장에서 함께한 1700만의 목소리
장윤선 지음 / 창비 / 2018년 5월
평점 :

# 내가 서면 중앙로 길바닥에 나앉아 있게 될 줄이야
‘우리가 촛불이다’ 의 서평단 모집 신청서에 내가 적었던 한 줄이다.
도심 대부분의 도로가 다 그럴 것이다. 그 해도 서면 중앙로는 쌩쌩 달리거나, 정체되어 있어 있는 차들로 빈틈이 없었다. 그런데 그 해는 가을 무렵부터 겨울까지 매주 토요일마다 차가 아닌 ‘사람’이 도로에 들어 차 있었다. 부산토박이인 나는 어릴 때부터 보아 왔던 그 혼잡한 도로에 내가, 사람들이 앉아 있는 것이 참으로 황홀하게 좋았다. 자동차로부터 접수한 도로에서 사람들의 분노, 촛불, 열기로 춥지 않았던 – 이상하게 따뜻했던 도로 바닥.

# 지나간 계절을 꺼내어 보는 戀書 같은
그 해 겨울로부터 꽤 여러 번의 계절이 지났다. 그간 쉼 없이 달려 온 여러 상황들에 ‘아, 이젠 좀 숨이 쉬어질만 하구나’ 라고 느끼는 일상 중에 꺼내 보는 연서 같은 책이 될지도 모르겠다.
가제본은 전체 7부로 구성된 내용 중 4부까지만을 담고 있다. ‘책의 제목이 된 4부 ‘우리가 촛불이다’를 볼 수 있으니 이 책의 모든 것은 다 본 거야‘ 라며 스스로를 위로해 본다. 하지만 5,6,7부와 책의 말미에 수록될 예정인 모양인 ’촛불혁명일지‘가 새삼 궁금해진다. 끝맺지 못한 편지를 본 느낌을 받는 것은 어쩔 수가 없다.
현장감 있게 써내려 간 작가의 노고가 일단 돋보인다. 이야기의 시작은 촛불이 만들어 낸 성과- 잘못된 권력자의 탄핵 당일 시점부터다. 승리의 기록을 앞으로 배치했다. 촛불로 언 손을 녹이며 견뎌 냈던 겨울을 지나 ‘봄’ 이 왔음을 선언한다.

# “촛불의 이야기,, 우리의 이야기‘
작가가 주목한 것은 ‘촛불’ 과 ‘우리’ 다.
시작은 잘못된 권력자에 대한 항거였지만, 촛불은 우리 사회 전반의 문제로 번져 광장에서 피어 올랐다. 3분 자유발언에서 나온 장애인, 택배노동자, 삼성전자서비스, 원자력발전소, 사드, 개성공단 등 모든 것이 촛불이 되어 있었다.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으러 노력한 작가의 노력도 고스란히 드러 난다. 77페이지와 78페이지 양면을 할애한 집회 사진은 현장감을 전하기에 꽤 효과적인 편집이 된 것 같다.
# 1700만의 목소리에 지역의 몫은 있는가”
그런데 결국은 모두가 광화문에서의 기록이었다. 책의 부제인 ‘광장에서 함께한 1700만의 목소리’에서 광장이란 결국 광화문으로 한정된 공간이었을까. 1700만은 어떤 숫자인가. 광화문에 모인 사람의 누적인원이라면 틀린 것이 아닐 테다. 그러나 혹시 전국 촛불의 숫자라면? 그런 것이라면 이 책은 중요한 것을 놓치고 있는 것 같다.
바로 ‘지역’의 목소리다. 물론 중간중간에 상경한 시민이나, 심지어 세계 각국에서 온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기는 하다. 그러나 이 책을 돋보이게 하는 현장감이라는 측면에서 지역현장의 스케치가 반영이 되었는가에 대한 것은 여전히 의문점으로 남는다.
* 위 리뷰는 '우리가 촛불이다' 가제본을 해당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작성한 것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