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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물과 무생물 사이
후쿠오카 신이치 지음, 김소연 옮김 / 은행나무 / 2008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영화를 다 보고 난 뒤, 보는 동안 실컷 웃어놓고도, "재밌긴 한데... 남는게 없네..."
또, 어떤 영화를 보고난 후에는, "잘 만들었다. 올해 본 영화중 최고야." 그럼, 이 영화는 네게 무엇을 남겼는가? 정서적 감흥은 크게 주었지만, 소위 '남는 게' 있는 건 아닌것 같다.
영화든 소설이든, 감성에 물을 주고 비료 주는 수단이지, 지식 쌓는 수단은 아니다. 그래서, 늘 주제는 한줄로 정리되곤 한다. 중요한 건 주제가 아니다, 똑같은 주제도 어떻게 형상화해서 내 마음을 움직여 주느냐, 깊은 감동이나 감흠을 주느냐가 정작 중요한 것이다.
이 책의 주제도 한줄이면 명확히 요약될 것 같다. 그것도, 대학 교양과정 정도만 마친 이들이라면 누구나 이미 아는 내용일 터.
하지만, 이 책은 아름답다. 쉽게 들을 수 있고, 쉽게 말할 수 있는 내용이지만, 생물학자로써 저자의 많은 노고와 깊은 성찰 후에 얻은 값비싼 말 한마디이므로, 그 무게가 다르다.
이 흔한 결론에 도달하는 저자의 연구 이력도 분명 치하할 부분이지만, 여기에 더하여 저자의 잘 정돈되고 따뜻한 글솜씨 또한 높이 살 만하다.
단순히, 문장이나 문체가 유려하다는 것만이 아니라, 자신이 말하고자 하는 논지에 차근차근 다가가는 정연함 또한 대단하다.
생명과 무생물의 정의에 대한 새로운 발견이나 통찰을 기대한다면, 실망할 것이다. (여기서, 별 하나를 빼게 되는군...)
생명과학 연구실의 세세한 부분에서부터 생명을 사유하는 연구자로써의 고뇌까지를, 잘 만들어진 작품을 통해 흥미진진하게 감상하고자 한다면(즉, 좋은 영화를 보겠다는 자세라면), 크게 만족할만한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