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명 공간 앨리스 NEON SIGN 4
로희 지음 / 네오픽션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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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돈내산 리뷰. 누나가 원래 저 작가님 팬입니다. 기껏 알아보고 사줬더니 스타일 갑자기 완전 바뀌셔서 당황…등장인물과 개념 혼란스러워하길래 이쪽 장르 익숙한 제가 정리 해봤습니다. 


*용어

- 이즈비 : 삼차원과 사차원 사이의 가상세계에 산다. 

               육체나 물질을 필요로 하지 않으므로 인간에게 상관하지 않음.

- 데커 : 이즈비제국에서 추방되었거나 독립한 자들. 

            지구인의 몸을 훔쳐쓴다.(장악) 남의 영혼을 삼킬 수 있다. 

- 어세서 : 지구인인데 외계인 사냥꾼. 형제단도 어세서. 

               우럭(형-이명)과 광어(동생-마이크)도 여기 포함. 

               교장한테 세뇌되서 자신들이 “나중 사람”이라고 믿음. 

- 사과폭탄 : 평행공간으로 들어가고 나오는 키

- 평행공간 : 이 소설에서는 폐교에 꾸며진 공간. 실재와 가상이 모두 가능.

- 빛의 무기 : 육체는 통과하고 빛의 몸만 공격할 수 있는 무기.

- 빛의 몸= 빛무리 몸. 모든 사람들에게 있는 영혼 같은 개념.

  “모든 존재는 빛이고 그 몸은 빛으로 이루어져 있다.”

  “빛이 모여들어 몸을 이루다.” 

  빛의 갈고리도 비슷한 개념. 


*주요인물 (초능력쓰는 그룹. 현실에선 흔한 알바생+너드) 


1. 다희 : 이야기를 하는 주인공. 두 번의 각성을 겪었음. 

            자칭 “교장”이라는 자에게 납치된 적이 있음. 자신을 미워함. 

            자기 때문에 주변이 희생되거나 손해를 보았다고 생각하고 있음. 

           “빛의 무기”를 쓸 수 있음.

2. 유이 : 유체이탈가능. 타인에게도 들어갈 수 있음. 

3. 믐 : 뛰어난 기억력 + 높은 지능 + IT 기술 - 유일한 정규직 

4. 지나 : 무지개몸(다른 사람이나 물체를 통과할 수 있는 몸. Passin개념.)

           으로 활성화하는 능력을 가짐. 

           가까운 미래를 볼 수 있음. 

           타인의 몸 속에 핀 같은 것을 박을 수 있음.  

(!)네 개의 손가락이란 표현으로 미루어 보아 

나머지 한 사람은 간간히 언급되는 아인

5. 아인 : 회상에만 등장. <다희납치사건>때 사라진 멤버. 사망추정. 다희의 연인.


이상 주인공. 자기들끼리 텔레파시가 가능. 

선의로 힘든 사람들을 돕다가 점점 교장에게 다가가게 됨.


*주변인물

- 교장 : 악당. 위에 언급된 어세서의 수장. 과거 이즈비들과 위 멤버들을 싸우게 한 전력이 있으며 다희가 빛의 무기로 물리쳤으나 돌아온 것 같음. 

- 형제단 : 세뇌된 지구인. 어세서들. 적. 

- 아이들 : 교장이 종교단체처럼 운영하는 폐교에 사는 훈련생들. 미래의 어세서로 양육되는 중


*감상

이 쪽 장르를 많이 읽었던 나로서는 낯설지 않은 개념들이 나오지만 읽을 수록 작가의 세계관에 감탄. 이게 정말 단순히 외계인과 싸우는 청년들의 이야기일까? 읽다보니 외계인의 이야기는 크게 중요하지 않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모든 존재를 빛이라고 설정한 것이 꽤 낭만적으로 느껴졌음. 여자애가 화자라서 그런지 부드럽고 쓸쓸한 정서가 있다. “머리를 자르면 수 십개의 꽃씨가 하늘로 날아오르는”(116~117쪽) 표현이라든가. 장르물에서 쉽게 접하기 어려운 문장들이 많다.


다희의 무리들은 보통의 지구인들에게 기대가 없다. 도와줘도 이용당하거나 오히려 공격받을 거라고 생각한다. 초능력은 있지만 그 능력으로 돈을 벌 수는 없다. 그래서 고기를 굽거나 서빙을 하는 알바생으로 살 뿐이다. 먹고 살기도 바쁜 이들이 평범한 지구인들의 일에 굳이 끼어들지 않으려고 하는건 당연한 일. 능력을 자제하던 이들이 “사람들을 돕기 위해”, “우리도 넘어지지 않기 위해”, “사람들이 불행해지지 않게”하려고 자신들의 능력을 쓰기 시작하면서 이야기는 전개된다. 


자신의 능력은 파괴만 할 뿐이라고 생각해 슬퍼하던 능력자는 악당의 욕심+욕망-술과 음식-을 이용해 그를 불러내고, 물리치고, 갇혀있던 다른 영혼들을 자유롭게 한다. 혼자만의 외로운 탐색과 공격, 칩입은 실패하지만 힘을 합치고 진실을 드러내는 순간에는 많은 조력자를 얻는다.  다희가 두 번의 각성을 겪는다고 위에 적었는데 첫 각성은 회상으로 나오는 납치 사건으로 빛의 무기를 쓸 수 있게 된 일 같고, 그 다음은 이 소설에 나온다. 

“미움받으면 자신이 잘못했다고 생각”하는 주인공은 “나를 미워하는 것만큼 지옥인 게 없어서” 혼자서라도 위기에 처한 아이를 구하고 자신을 희생하려고 한다.  비로소 자신의 진짜 능력을 깨닫는 순간은 희생을 전제하지 않고도 악당을 물리칠 수 있었던 때-친구를 믿고 모두와 힘을 합치는 순간이다. 희생이 죽음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막아준 것은 “푹신푹신한 믐”동료이자 친구의 존재. 그들은 아이를 구해내고 한 팀이 되어 “새벽의 허리를 밟고” 위기에서 무사히 빠져나온다. “감정은 언제나 솎거나 잘라내야 하는 것”에서 “감정들이 피어올라 둥글어지는” 순간이다. 


스스로를 미워하는 사람들. 자기 존재를 부정하고 싶을만큼 힘든 시기를 지나는 모든 이들에게 재미있게 읽힐 소설이다. 누가 내 속에 들어와봤나 싶을 정도로 중간 중간 찔리며 읽음. 작가 자신의 이야기인가 싶을 정도. (+나중에 작가의 말 보니 맞다고) 


*책 속의 문장들


"몸은 차원을 건너기 위해 만들어진 우주선이니까."(10쪽)


"희망은 걸어가고, 염원은 가로막혀 있다."(11쪽)


"나는 기억때문에 고통스럽지만 설사 기억을 버리는 게 가능하다 해도 그럴 마음은 없다. 기억은 천으로 짠 그림과 같아서 내가 원하는 것만 남길 수도 없으니까."(14쪽)


“사람은 미움을 받으면 자신이 잘못했다고 생각하게 된다. 뭘 잘못했을까 생각하고 또 생각하다가 무엇이 잘못이고 잘못이 아닌지조차 분간할 수 없게 되면 존재 자체가 잘못이라는 생각이 들지. 나는 애초부터 잘못된 존재라고. 처음부터 생겨나지 말았어야 했다고.”(16쪽)


“가장 집요하게 공격해오던 자들은 어세서였다. 어세서는 ‘판단하는 사람’이라는 라틴어에서 나온…”(17쪽)


“좋은 놈인지 나쁜 놈인지, 그런 거 판단하기 싫어서.”

“세상 모두가 우리를 판단하려고 들어서 우리가 이렇게 된거니까.”(50쪽)


“남자는 빛에 세탁되어 있었다. 옅은 선홍빛으로 물든 빛무리 몸이 갓틘 잎사귀처럼 싱그러웠다.”(55쪽)


“빙의가 아니었다. 마음 깊은 곳에서 자기 자신을 미워하고 있는 사람들일 뿐...(중략)…도움을 가장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기도 했다.”(56쪽)


“화를 낼 데가 없거나, 세상에서 숨고 싶거나, 몰두할 게 필요한 사람들. 

유이가 육체에서 잠시 꺼내어주는 것만으로도 그들은 괜찮아졌다…(중략)…마음을 햇빛에 잠깐 널어주는 것만으로도, 빛무리 몸의 숨구멍을 잠시 틔어주는 것만으로도 사람들은 다시 자기 자신을 믿을 수 있었다.”(57쪽)


“가슴속이 어떻게 흐르든 그 안에 무엇이 갈고 있든 구경꾼이 되는 거”(73쪽)


“가슴속에 구슬이 떨어진 기분이었다. 툭 하고 떨어져서 눈밭이 펼쳐져 있는 것을 알았다.”(85쪽)


“어제 한 이야기를 오늘도 하고, 남에게 들은 얘기를 자신의 말인양 전달하고, 며칠 뒤에는 모두 잊어버려서 주기적으로 기억상실증에 걸리는 사람 같았다...(중략)…스스로 하나의 점이 돼버린 사람 같았다. 고립되어 있지만 분주하게 움직이는 점. 마치 잠수함이나……잠수함처럼.”(131쪽)


“서로가 서로의 거울에 의지하는 자들. 너희가 나에게 거울을 가르쳤어. 거울에 비친 나를 미워하게 만들었어. 미움은 땅속줄기같아서 나의 어떤 감정도 미움에서 자유롭지 않아. 구두가 안 맞으면 발을 잘라낸다는 이야기처럼, 나는 내가 모르는 나를 발견할 때마다 나를 자른다. 누가 나에게 빛난다고 하면 가슴의 불을 꺼버려. 나를 끄고 또 끄다가 스위치로 가득한 방이 되어버려.”(146쪽)


“미래의 나도 그럴테고, 또 그 미래의 나도. 최초가 누구인지는 아무도 몰라.”

마주 본 거울에 수없이 많은 내가 보이는 그런 기분일까. (165쪽)


“무서워하는 마음을 놓아버렸더니 미끄러진 게 아니라 절벽을 넘어선”


“커다란 날개가 펼쳐져서 날갯짓을 하지 않ㄴ아도 바람을 탈 수 있었지.”(183쪽)


“숨소리가 하나로 모이는 순간을 경험하고 있었다. 낱낱의 들숨과 날숨이 겹쳐지고 포개져 같은 리듬의 숨소리로 수렴하는 것”(185쪽)


“복수가 목적일 때는 비참했어. 묶여있는 삶이었으니까.”(189쪽)


장르물을 처음 접하거나, 새로운 세계관을 읽고 싶은 장르 매니아들에게 추천. 소녀 감성의 배려가 가득한데 싸우는 장면은 리얼하다. 아쉬운 것은 회상씬에서만 나오는 아인이나, 다희납치사건, 지나는 과거에 누굴 지킨 것인지 등이 궁금하다. 원래 다섯 명이었으면 다섯 명 다 활약하던 시절 얘기가 있을 거 같다. 순서 랜덤 시리즈물 중 한 편을 본 것 같음. 물론 다음 편이 나오면 나는 당연히 산다.


"행복한 사람은 마음이 없다는 게 어떤 건지 잘 모르겠지. 입이 없는데 음식을 먹고 폐가 없는데 숨을 쉬고 허리가 없는데 걷는다. 뭔가가 없는데 있어. 뭔가가 있는데 느껴지지 않다. 느껴지지 않아서 편리하다. 편안하지는 않은데 편리해. 편안하지 않아서 다행이야. 편안하면 가슴에 버섯이 자라니까. 버섯은 말랑말랑 보들보들 느끼지 않을 수 없으니까. 뜯어내면 아픈데 또 자라나고, 자라지 않으면 빈자리가 느껴져서 또 아팠다…(중략)…우리는 계절을 몰랐다. 계절 없이 날씨만 있는 삶을 살았다. 순환의 시계가 멈추고, 반복의 무게 추만 흔들리는 곳에서."(3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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