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멩이
김혜진 지음 / 푸른문학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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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흑백의 회색 표지에 털썩 주저앉은 소년의 그림이 눈길을 사로 잡는 책이었다.

검은색 옷을 입고, 눈빛도 거뭇거뭇하게, 무표정한 소년의 모습과 그 위에 검은 고양이..

책 제목인 '돌멩이', 책을 읽으며 돌멩이란 무슨 의미인지 생각해 보았다.

첫 페이지 작가의 말,

[p.4-5] 엄마는 강하지 않다. 세상의 모든 엄마가 철저하게 모성으로 무장되어 있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모두 제 각각의 위치에서 자신의 방법으로 최선을 다할 뿐이다. 처한 입장이 다르고 삶의 가치가 다르고 능력이 다르고 자라온 토양이 다른 사람들이 우리들의 엄마다. 돌아보면 자식으로 부족했고 부모로도 어설펐다. 승자만 살아남는 세상을 확인한 모성이 자식에게 이기라고 명령하는게 죄가 될 수 있을까? 살아남는 법을 가르치는 건 모성의 본능에 가까운 직무다.

이 책에서의 엄마 '김미령' 이란 인물은 힘들다.

중학생 아들 건이와 초등학생 5학년 현이를 키우는데

변변한 벌이가 있는 직업이 없다.

아들 학교에 불려가면 다른 엄마들은 담임 선생님과 커피를 마시며 예쁜 선물을 전달하는데,

김미령은 그저 청소를 해주고, 텃밭 작물을 담임 선생님 책상에 두고 올 뿐이다.

남편은 신내림을 받았는지 남북 통일을 꿈꾸며 북쪽에 지뢰를 제거하러 갔다.

어디 하나 기댈 곳 없이 묵묵히 버텨 가는 생활, 최선을 다하는 생활이지만

결국엔 자살하고 만다.

아들 건이와 현이가 학교 폭력으로 망가지지 않았다면

가정 생활이 조금은 더 순조롭고 김미령이란 인물이 자살을 하지는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p.6-7] 구르는 돌은 그저 풍경이다. 바쁜 행인의 걸음에 차이는 돌멩이는 조금 귀찮은 쓰레기다. 그러나 그것에 걸려 넘어지는 순간, 돌부리는 내게 현실이 된다. 돌멩이는 돌멩이일 뿐인데 말이다. (...)

[돌멩이] 는 내 이야기다. 그리고 내 아들의 이야기다. 공유하는 가족의 기억을, 스스로 치유하기 위해 뭉텅 잘라 내버린 자식의 고통스러운 시간을 살려냈다. 그리고 그것을 만천하에 공개하려 한다. 이게 엄마라는 사람이 할 짓인가, 하는 자괴감에 시달렸다. (...)

하지만 세상에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면 언제든 내게도 가능하다. 입장은 한순간에 바뀐다. 내가 처하지 못할 입장은 없다. 역지사지만 되어도 우리는 조금 더 따뜻한 세상에서 살아갈 수 있지 않겠나.

​역지사지, 다른 사람의 입장에서 생각해보자.

학교 폭력은 가해자, 피해자 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방관자인 우리 모두가 학교 폭력의 주인공이고, 우리의 이야기이다.

주인공인 현이와 건이, 김미령 사는 동네는

여주동을 중심으로 고층 아파트가 밀집한 신시가지와

개발이 안된 구시가지로 가운데 시골 마을이다.

초등학교 5학년인 현이의 시선에서 그려지는 이야기인데,

마지막에는 건이가 겪어온 학교 폭력의 전말이 나온다.

알몸으로 학교 운동장에 무릎 꿇고 앉히기,

동성을 성폭행하는 같은 반 아이들 등 현실에서 믿기 힘든 방법으로 학교 폭력을 당하는 건이,

주도면밀하게 핸드폰을 통해 24시간 통제받는 생활.

그 속에서 불안해하며 망가져가는 중학생 아이의 마음이 떠올랐다.

하지만 이야기 속에서는 그 누구도 건이를 보호해주지 못한다.

사건의 전말도 알지 못하며 문제아 취급을 해버리는 담임,

생활고에 시달려 아들의 학교 문제를 해결해주지 못하는 무능력한 엄마,

그 속에서 얼마나 답답했을지.

학교폭력은

누군가에게는 장난이지만,

피해자에게는 끝나지 않는 고통의 연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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