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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담벼락 헌책방 ㅣ 담벼락 헌책방 1
물빛항해 / 로코코 / 2018년 10월
평점 :
물빛항해 작가님의 <담벼락 헌책방> 리뷰입니다.
제가 책을 통한 간접 경험을 워낙 좋아해서 '헌책방'이라는 단어가 제목이 들어 있는 것도, 작가님의 필명도 마음에 들었고 수채화 느낌의 화사하고 예쁜 표지에도 이끌려 자연스레 구매 버튼을 눌렀습니다.
막 단풍이 들기 시작한 담쟁이넝쿨이 단층 건물 전체를 휘감고 있다.
이렇게 가을인 지금 이 시점의 계절감과도 어울리는 문구가 쓰여 있어서 읽기 전부터 좋았습니다. 담쟁이넝쿨은 저에게도 특별한 추억인데요. 예전에 살단 단독 주택이 담벼락이 담쟁이넝쿨로 가득 덮여 있어서 '담쟁이넝쿨 집'이라고 불렀었어요. 표지를 보니 그때의 기억도 잠깐 떠오릅니다.
책 속 이야기로 돌아가면 예상대로 동화 같은, 판타지 로맨스였습니다.
헌책방을 운영하는 할아버지의 여행 일정으로 인해 잠깐 헌책방을 맡게 된 오담희가 무엇인가 숨기고 있는 듯한 은둔형 작가이자 헌책방 단골 현채운을 만나 사랑해 빠집니다. 채운은 누구에게도 말 못 할 비밀을 가지고 있었죠. 그 비밀은 마치 마법 같은 것이었는데, 그는 인어공주 동화 속 인어와도 같은 운명이었습니다.
저는 채운과 담희를 로맨스도 좋았지만, 담희가 헌책방을 맡게 되면서 등장하는 주변 인물들의 이야기도 잔잔하고 소소하면서도 참 좋았습니다. 동네 책방의 정을 느낄 수 있었어요. 그리고 사람 냄새나는 그들이나 밝은 세상과는 동떨어진 듯한 채운이 헌책방에 같이 섞여들 수 있었던 건 담희가 채운에게 특별한 존재가 되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세상에 미련이 없었던 그가 담희를 만나며 세상에 미련을 가지게 됩니다.
'날 잊지 않으면 난 언제, 어디서나 존재해. 그러니까 잊지 말고 날 기다려. 그럼 다시 데려갈게. 환상의 세계로.' - 캡틴 로이드
<담벼락 헌책방>은 수채화 질감의 표지만큼 촉촉하고 어여쁜 한편의 환상동화 같은 이야기입니다. 채운과 담희를 러브 스토리를 통해 소중한 사람과의 추억과 기억한다는 것의 의미를 되새겨 보았습니다.
만약 영화화가 된다면 이와이 슌지 감독의 영화 이미지가 떠올라요. 역시 책방을 배경으로 한 마츠 다카코 주연의 <4월 이야기>처럼 영상미와 여운이 남는 그런 작품으로 만들어졌으면 좋겠어요. 한국 영화로는 한석규, 심은하 주연의 <8월의 크리스마스> 같은 느낌으로 말이죠.
제목, 필명, 표지에서 받은 첫 느낌을 끝까지 안정적으로 가져간 소설이라서 만족스러웠고 신비로운 동화를 읽는 기분이 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