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몬드 (양장) - 제10회 창비 청소년문학상 수상작
손원평 지음 / 창비 / 2017년 3월
평점 :
절판


 <아몬드>는 손원평 작가의 첫 장편소설로 제10회 창비청소년문학상 수상작이다. 한국형 영어덜트소설의 탄생이라는 화려한 수식어를 들으며 등장한 이 소설은 마치 영화를 보는듯한 속도감으로 끝까지 단숨에 읽힌다. 


주인공 윤재는 일명 ‘아몬드’라고도 불리는 뇌속의 편도체가 작아 감정에 대한 반응을 할수 없다. 윤재의 증상인 ‘알렉시티미아’ 즉 감정표현 불능증은 감정을 인식하고 적절히 표현하는 능력의 부족, 즉 자신과 타인의 감정 모두 느끼지 못하는 증상을 말한다. 

엄마와 할멈(윤재의 표현이다)의 사랑속에서 지내던 윤재는 자신의 열여섯번째 생일날 가족과 함께 시내에 나갔다가 묻지마 살인극에 휘말린다. 할머니는 죽고 엄마는 의식불명상태에 빠지면서 그때까지 가족의 울타리를 벗어나지 않은 삶을 살아왔던 윤재는 자의반 타의반 타인과의 관계를 만들어가면서 살아가게 된다. 

윤재에게 중요한 타인으로 등장하는 곤이. 13년만에 가족을 찾지만 분노로 가득 차있다. 감정을 느끼는대로 표출해버리는 그는 감정에 휘둘릴 일이 없는 윤재를 부러워한다. 


다른사람의 감정에 반응하지 못하는 윤재였지만, 감정을 느낄 수 없는 만큼 감정에 의해 자기자신을 속이는 일 없이 자신이 믿는 것을 관철할 수 있었던 걸까? 엄마와 할머니가 속수무책으로 폭력을 당할 때 왜 아무도 도와주지 않고 아무런 행동을 하지 않았는지, 슬픔보다는 질문을 품어왔던 윤재는 곤이에게 도움이 필요할 때 주저함없이 행동한다.


“멀면 먼 대로 할 수 있는 게 없다며 외면하고, 가까우면 가까운 대로 공포와 두려움이 너무 크다며 아무도 나서지 않았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느껴도 행동하지 않았고 공감한다면서 쉽게 잊었다.

내가 이해하는 한, 그건 진짜가 아니었다.

그렇게 살고 싶진 않았다.“ (p245)


많은 묻지마 범죄가 횡행하고, 공감능력이 부족한 시대라고 말들을 한다. 작가는 공감에 대한 화두를 묵직하게 던진다. 다른사람의 아픔을 공감한다는 것은 과연 어디까지 가능한걸까. 우리는 수많은 SNS페이지에서 공감버튼을 누르지만, 정작 타인을 위한 행동이 필요해질 때 실행에 옮기지 못한다. 그 수많은 공감들은 그저 소비되는 감정이었던 것일까. 어떤 것을 공감한다는 것이 그저 같은 것을 느낀다는 사실일뿐 더 이상도 더 이하도 아닌 것이 현실이다. 

사람들이 많은 거리에서 윤재의 엄마와 할머니는 공격당하지만 아무도 도움을 주지 않았다. 소설이지만 더이상 낯선 사건이 아니다. 이런 상황에서 윤재라는 캐릭터는 나에게 많은 울림을 남겼다. 윤재를 통해 공감해서 행동하는 것이 아니라 행동을 통해 감정은 비로소 표현되는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타인과의 관계맺기와 큰 사건을 거치며, 어쩌면 제일 변하기 힘든 사람이었을 윤재는 변하게 된다. 자기의 손을 내밀어 곤이의 손을 잡는 행동을 보여준 것이다. 많은 독자들이 이 소설을 읽고 손을 내밀 줄 아는 사람이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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