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이 막바지로 치닫는 무렵, 감화원의 소년들을 안전하게 격리시키기 위한 집단소개가 시작된다. 미치광이 어른들이 전쟁으로 광분하던 시대, 대수롭지 않은 악행으로 수감된 소년들은 자신들을 기피하는 농촌사람들의 시선을 한몸에 받으며 이동해야만 한다. 드디어 자신들을 받아줄 마을에 도착했지만, 그곳엔 전염병의 기운이 돌고있다. 감화원 소년들에게 죽은 가축들을 묻도록 시킨 마을 어른들은 소년들만 남겨둔채 몰래 마을을 빠져나가고, 그들이 마을을 벗어나지 못하도록 감시자까지 둔다. 의도치 않게 자유의 몸이 소년들은 먹을 것을 찾기위해 마을의 빈집을 뒤지다가 어머니의 시체 옆에서 울고 있는 소녀와 조선인 소년 만난다. 어른들이 없는 마을에서 소녀에게 음식을 갖다주며 친밀감을 쌓고와도 우정을 나눈다. 불안에 떨던 소년들은 차츰 기운을 되찾고 활기를 찾기 시작하는데....


1994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오에 겐자부로는 정치, 사회적인 목소리를 끊임없이 작가로, 전후 일본 젊은이들의 갈곳잃은 울분과 방황, 절망감을 그로테스크한 이미지로 표현해왔다고 알려져있다. 그가 23세때 발표한 장편 <새싹 뽑기, 어린 짐승 쏘기>(문학과 지성사, 2018) 오에 문학의 초기 걸작으로 꼽힌다


그들은 우리에게 발치에서 날아오르는 같은 공포를 일으켰으나 아직은 골짜기 저편, 바리케이드 뒤로 엽총을 그러안고 우리를 거부하는 어른들, 외부의 비열한 어른들보다는 우리에게 가까웠다. 밤이 와도 누구 하나 우리를 부르러 죽음의 거리에서 달려 나오는 상냥한 목소리를 가진 사람들이 없었으므로, 우리는 서로 어깨동무를 하고 입을 다문 참으로 오랫동안 흙을 계속 밟아 다졌다.”(p.115)


비정한 세계에 내팽겨쳐진 소년들의 순수함은 어른들의 비열함과 극명한 대비를 이룬다. 조선인 소년 리와의 만남 또한 그렇다. 다툼으로 시작했지만 우정을 쌓아가며 함께 사냥의 축제를 벌이기도 하는 모습은 이해관계를 뛰어넘은 소년들의 인간애를 보여준다. 그에 비해 아픈 소녀를 위해 고립을 뚫고 찾아온 주인공에게 마을 의사는 무자비한 대접으로 소년을 쫓아보낸다. 다시 돌아오는 마을 사람들도 소년들에게 적대적이다. 감화원의 소년들을 버리고 달아났다는 사실을 숨기기 위해 촌장은 주인공을 얼르기도 하고 윽박지르기도 하며 자신의 뜻대로 하려든다. 하지만 주인공은 두려움을 떨치고 한층 어두운 숲속으로 들어간다.


소설은 내게 있어 가장 행복한 작품이었다고 생각한다. 나는 소년시절의 기억을 괴로운 것부터 감미로운 것까지 솔직한 형태로 소설의 이미지들 안에서 해방시킬 있었다. 그것은 쾌락적이기도 했다. 이제 소설을 쓰면서 쾌락을 동반한 해방을 느끼는 일은 없다.”(p.235)


작가는 소년시절의 상처받기 쉬운 연약함과 순수함, 그런 속에도 피어나는 강렬한 의지를 작품에 녹여낸다. 이야기는 전쟁상황속에서 펼쳐지지만 굳이 전쟁이라는 특수한 상황이 아니더라도 고립된 상황속에 소년들이 가지는 연대감, 어른들과의 대립이라는 설정은 어린시절을 지나오면서 한번쯤 상상하게 되는 상황이다. 여기에 적의를 갖고 다가오는 적들은 제목처럼 새싹을 뽑고, 어린 짐승을 쏘듯이 죽이는 편이 낫다고 까지 말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밖을 향해 달아나는 소년의 모습은 긍정의 메시지를 전해준다. 또한 주인공 동생(죄가 없이 감화원에 맡겨진), 소녀와의 만남에서 느껴지는 다정함과 연약함, 관능은 소설의 또다른 매력이다. 오에 겐자부로가 가장 행복한 작품이라고 하는 소설로 그의 세계에 입문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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