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색 노트 쏜살 문고
로제 마르탱 뒤 가르 지음, 정지영 옮김 / 민음사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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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카노 후미코 작 <노란 책>(북스토리,2018)에는 <티보가의 사람들>의 주인공 자크에게 깊이 공감하는 여주인공이 등장한다. 고등학교 졸업을 코앞에 둔 그녀는 진로에 대한 고민과 함께 젊은이가 갖는 설렘과 불안, 사랑 등의 감정을 자크를 통해 보여준다. 소설속의 자크를 따라가며 그녀는 젊은이가 가질 수 밖에 없는 미래에 대한 동경과 현실에서 오는 괴리감을 느끼며 그 시기를 통과해간다. 자크는 불완전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아름다운 젊은시절을 대표하는 캐릭터라고 할 수 있다.

로제 마르탱 뒤 가르의 <회색노트>(민음사,2018)는 <티보가의 사람들> 시리즈의 1부에 해당한다. 1922년에 쓰여진 이 책을 시작으로 약 20년에 걸쳐 8부 <에피소드>까지 이어지는 <티보가의 사람들>시리즈는 작가의 대표작이다. 1937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하기도 한 뒤 가르는 발자크로 시작된 프랑스 사실주의 작품의 계승자라고 할 만하다.

엄격한 카톨릭 집안의 자크와 자유로운 개신교 집안의 다니엘은 회색노트를 통해 남다른 우정을 나눈다. 열네살 소년들의 열정어린 우정은 고스란히 노트에 담기고, 이를 보게되는 어른들은 소년들의 관계에 대해 색안경을 끼고 보게 된다. 급기야 둘은 함께 가출을 실행한다. 자크와 다니엘은 마르세유에서 알제리로 가는 배를 타려고 시도하지만 결국 잡혀서 집으로 돌아온다. ‘파리명사록’에 실릴 정도의 재력가인 자크의 아버지는 아들을 사랑하지만 결코 겉으로 표현하지 않고 그런 아버지를 보는 자크는 상처입는다.

“나는 고민하고 사랑하고 희망하기 위해 태어났고,또한 희망하고 사랑하고 고민하고 있어! 내 일생의 이야기는 단 두 줄로 요약할 수 있어. 나에게 살아가는 힘을 주는 것은 사랑. 그리고 나에게는 단 하나의 사랑이 있을 뿐인데, 그건 너야!”(p.82)

열정적인 자크는 고집불통이면서 또한 상처입기 쉬운 내면을 가진 소년이다. 그의 열정이 그대로 담긴 회색노트의 글 들은 뜨거운 여름을 연상하게 한다. 누구나 한 번쯤 가지게 되는 젊은이의 열정어린 시간을 작가는 자크를 통해 표현해 낸다. 동시에 어쩔수 없이 갖게되는 불안함과 불안정성. 뜨거울수록 깨지기 쉬운 예민한 시기는 우리가 지나갈, 또는 지나온 시간을 생각하게 한다. 그 시간들은 사랑스럽다.

시리즈로 구성된 <티보가의 사람들>이지만 이번 책은 1부 격인 <회색노트>라는 제목으로 민음사 쏜살문고로 출간되었다. 한손으로 들수 있는 간편한 외장은 책을 좀더 쉽게 휴대할 수 있게 한다. 1980년대에 출간된 학원사판 <티보가의 사람들>로 시작해 여러 버전의 같은 책이 있지만, 이번 출간된 포맷이 제일 마음에 드는 이유다. 다음 권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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