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날, 10개의 질문
Q1. 언제, 어디서 책 읽는 걸 좋아하십니까?
토요일이라면 소파에 누워 책 읽기를 좋아해요. 남편이 텔레비전을 보고 있는 동안 저는 남편 무릎에 누워 책을 읽는 거죠. 세상에서 가장 느긋하고 행복한 시간이에요. 하지만 평일엔 그렇게 여유를 가지기 힘드니깐, 자기 전에 침실에서 책을 읽습니다. 불면증이 있는 사람들에게 주는 팁이기도 한데, 일정한 수면 습관을 갖는 게 중요하거든요. 같은 시간에 잠자리에 들고, 같은 시간에 잠에서 깨고. 저에게는 일종의 리추얼인 셈이예요. 저녁 먹고 운동 다녀와서 샤워하고 가장 가볍고 개운한 몸과 마음으로 침대에 누워, 자기 전까지 30여분간 책을 읽는 것. 그래서인지 종종 읽은 책 내용을 꿈으로 꾸기도 합니다.
Q2. 독서 습관이 궁금합니다. 종이책을 읽으시나요? 전자책을 읽으시나요? 읽으면서 메모를 하거나 책을 접거나 하시나요?
제 책이라면 책의 모서리를 접기도 하지만, 여러 명이 함께 읽는 도서관 책이라면 그럴 수 없으니깐 그때그때 사진으로 찍어요. 그리고 시간이 될 때마다 블로그에 올립니다. 오래 기억하기 위한 수단이자, 좋은 작품을 많은 사람들이 알았으면 하는 바람이기도 해요.
다 읽은 책은 꼭 리뷰라는 방식이 아니더라도 어떤 식으로든 기록으로 남기구요.
시나 소설이라면 마음에 들었던 부분을 꼭 타이핑해서 문서로 저장해둡니다. 10여년 간 그 일을 했으니, 개인적인 온라인 도서관인 셈이예요.
Q3. 지금 침대 머리 맡에는 어떤 책이 놓여 있나요?
공교롭게도 두 권 다 현실문화에서 나온 책이네요. ‘세월호 이후 인문학의 기록’이란 부제를 단 『팽목항에서 불어오는 바람』과 『아우슈비츠의 여자들』.
Q4. 개인 서재의 책들은 어떤 방식으로 배열해두시나요? 모든 책을 다 갖고 계시는 편인가요, 간소하게 줄이려고 애쓰는 편인가요?
서재라는 방 하나에 책들을 다 두는 게 어려워서 거실을 도서관처럼 만들었어요. 도서관처럼 책장을 배열하고, 인문과학 서적과 사회과학 서적, 문학 서적과 자연과학 서적을 분류해서 꽂아두었습니다.
줄이려는 노력을 안 해본 건 아닌데, 그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걸 깨닫고, 버리지 않고 책을 다 소장할 수 있는 큰 집을 구하는 쪽을 택했습니다. 나중에 책들과 함께 집까지 기증하려구요.
Q5. 어렸을 때 가장 좋아했던 책은 무엇입니까?
책 좋아하는 아이들이 자라서 책 좋아하는 어른이 될테니 아마 비슷하지 않을까 싶은데, 저는 계몽사 소년소녀 세계문학전집이요.
Q6. 당신 책장에 있는 책들 가운데 우리가 보면 놀랄 만한 책은 무엇일까요?
딱히 그럴 만한 책이 있을까 싶었는데, 제가 미국에 살다보니 100년 넘게 된 소설책들이 꽤 많아요. 미국 작가들의. 아, 자랑할 만한 책이 있네요. 존 업다이크의 친필사인본을 가지고 있어요. 부럽죠? ^^
Q7. 고인이 되거나 살아 있는 작가들 중 누구라도 만날 수 있다면 누구를 만나고 싶습니까? 만나면 무엇을 알고 싶습니까?
예전엔 남자 작가들을 좋아했는데, 나이가 들면서 동시대를 살아온 비슷한 또래의 여자 작가들과 그들의 시와 소설들에 마음이 가더라구요. 살아 있는 사람들 중에서라면 한국 소설가 중 김연수와 이장욱을 한 번은 꼭 만나보고 싶구요(어쩐지 저랑 비슷한 사람들 같아요. 그냥 선배 같은 느낌이라 편하게 공유할 수 있는 것들이 많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동일한 이유로 폴 오스터도 꼭 만나보고 싶어요. 돌아가신 분들 중에서는 박경리 선생님(저랑 같은 호랑이띠세요. 어쩐지 삶의 전범 같은 분이랄까. 작가로서뿐 아니라 인간으로서도 닮고 싶은 분이에요)과 로베르토 볼라뇨요.
Q8. 늘 읽어야겠다고 생각했지만 아직 읽지 못한 책이 있습니까?
이것도 아마 비슷한 답을 한 사람들이 많을 것 같은데, 마르스트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절을 찾아서』요.
언제고 꼭 한 번 완독해보고 싶습니다.
Q9. 최근에 끝내지 못하고 내려놓은 책이 있다면요?
내려 놓는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 모르겠어요. 어려워서? 재미없어서? 공감을 못 해서? 번역서라면 번역이 엉망이라서? 이유가 많은 것 같거든요. 개인적으로는 한 번 시작한 책은 반드시 끝까지 읽는다는 원칙을 가지고 있어요. 설사 아주아주 재미가 없고 절대절대 공감할 수 없더라도, 어쨌든 책이란 건 다 읽고 나면 어떤 식으로든 영향을 준다고 생각해서요. ‘최근’은 아니지만, 유일하게 읽다가 그만 둔 책이 있는데,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요. 이런 책이 도대체 왜 인기인지 읽는 내내 궁금해하다 결국 1권을 반 정도 읽고 덮었습니다.
Q10. 무인도에 세 권의 책만 가져갈 수 있다면 무엇을 가져가시겠습니까?
아, 이건 정말 어렵네요. 무인도라면 불시착하는 경우가 아니면 갈 일이 없을테니, 사실 책을 골라 간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할테고, 책을 고르는 게 가능하다면 굳이 무인도에 갈 것 같지는 않아요. 하지만 꼭 세 권이어야 한다면… 일단은, 하나님이 내게 보내신 두껍고 긴 연애편지인 『성경』, 그리고 며칠이나 있을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얇은 책보다는 두꺼운 책을 오래 읽을 수 있을 테니, 움베르토 에코의 『궁극의 리스트』(이 책은 불면증조차 축복으로 느껴지게 해요), 그리고 마지막 한 권은 음… 로베르토 볼랴뇨의 『2666』이요. 근데 우리말로 된 번역서는 아쉽게도 5권으로 되어 있으니, 이건 한 권 짜리 영어 번역본으로 가져가야겠네요.
* 만약 제가 15명 안에 들어간다면 기념으로 존 업다이크 사인본 인증샷 올릴게요. ^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