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뽑은 어린이책 출판사는 시공주니어이다.
이 출판사에서 나온 '네버랜드 클래식' 시리즈를 좋아하기 때문이다.
남편은 좀 불우한 유년 시절을 보내서 과거에 대한 좋은 기억이 없다. 그게 안타까워서 어느 해인가 생일에 네버랜드 클래식 세트를 구입해서 자기 전에 조금씩 읽었다.
1권부터 차례로 읽은 건 아니고, 그때그때 한 권을 읽은 다음 남편이 고른 책을 계속 이어서 읽는 식이었는데,
가장 먼저 읽은 게 '나니아 나라 이야기' 시리즈였고, 그 다음으로 읽은 게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와 <거울 나라의 앨리스>였다.
이렇게만 읽는 데도 근 6개월 정도가 흘렀다. 남편이 너무 신나고 즐거워해서 오히려 내가 참 고마웠던 시간이었다.
어른이 되어 어린이책을 읽는다는 것이 가질 수 있는 의미이다.
그러니깐 나는... 남편에게 유년시절을 선물해준 거다. 결핍되어 있던 그 시간을 통째로 채워줄 수는 없었지만, 자기 전 함께 책을 읽는 시간들이 일정 부분 그 결핍을 상쇄시켜준 것이 참 고마웠다.
둘이서 가장 재미있게 읽었던 <하이디>.
'나니아 나라 이야기'를 읽을 때도 그랬지만, 이 책을 읽는 동안 남편에게 구연동화의 재능이 있다는 걸 발견했다.
하이디 목소리를 얼마나 맛깔나게 소화하는지, 이 책 읽는 동안 몇 번이나 "또 읽어줘."라고 부탁했다.
참 많이 웃고, 참 많이 즐거웠던 시간이었다.

돌아보면 내가 어렸을 때 가장 좋아했던 시간도 자기 전 엄마나 아빠가 책을 읽어주던 때였다.
지금도 그때만 생각하면 마음이 편하고, 덕분에 나는 책읽기를 좋아하는 아이에서, 여전히 책을 좋아하는 어른으로 자랄 수 있었다.

그런 의미에서 네버랜드 클래식은 매우 소중하고 의미깊은 책이라고 생각한다.

누군가의 삶을 충만하게 해주는 거니깐. 아이였을 때부터 어른이 되었을 때까지. 혹은 어른이 된 누군가가 결핍되었던 부분을 채울 수 있게 해주기도 하고.

출판사 상황이 다 열악하지만 특히 어린이책 출판사들은 많이 힘들다고 알고 있는데, 그 와중에도 소명과 사명을 가지고 좋은 책을 출간해주는 모든 출판인들에게 감사함을 전한다.
특히 어린이책 출판 종사자들에게.
참 고맙습니다. 덕분에 이렇듯 어엿한 어른으로 자랄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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