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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화를 둘러싼 불편한 진실 - 왜 콩고에서 벌어진 분쟁이 우리 휴대폰 가격을 더 싸게 만드는 걸까?
카를-알브레히트 이멜 지음, 클라우스 트렌클레 그래픽, 서정일 옮김 / 현실문화 / 2009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현실 사회주의 몰락 후 1992년 열린 유엔환경개발회의에서는 하나의 지구를 위한 전지구적인 협력을 가져올 줄 알았다. 그러나 1995년 WTO가 출범하면서 자유무역이라는 주제가 세계화와 관련하여 다른 모든 선한 의도를 압도해버렸다.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신자유주의적 세계화가 본격화되기 시작된 것이다.
고삐 풀린 자본의 폭주 속에 세계의 불평등은 훨씬 더 심해졌다. 최빈국과 선진국의 일인당 GDP는 1970년 1:19에서 이 책이 쓰여질 당시 1:96으로 벌어졌다. 지구화된 세계경제에서 선진국과 대자본은 마치 무협소설의 고수가 ‘흡성대법’을 쓰듯이 가난한 나라의 자원을 빨아먹고 있다. 선진국에서는 비만병으로 죽어갈 때 빈국에서는 기아로 죽어간다. 환경은 닥치는 대로 파괴된다. 이런 추세로 가다간 지금 세대 대자본의 탐욕의 짐은 다음 세대에서는 모두가 함께 짊어져야 할 것이다. 아니, 선진국과 있는 자들은 어떤 식으로든 그 짐을 빈국과 없는 자들에게 전가할 방법을 찾아낼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다음 세대가 짊어질 총체적인 고통이 줄어들지는 않는다. 세계화는 점점 파국을 향해 나아간다.
이 책은 저자가 1996년부터 10여 년간 세계화와 개발정책에 관련된 자료를 비판적으로 정리해서 각 주제별로 짧은 설명과 압축적인 그래픽으로 보여주고 있다. 선진국과 빈국의 생활수준 격차에 대한 통계가 주를 이룬다. 소득, 위생, 건강, 식량, 교육 등에서 격차를 비교하며, 세계화로 인한 환경, 전쟁, 인권 등의 문제도 다룬다. 총 14부 80여 편의 글로 구성된 책의 각 장은 한글판 기준으로 2페이지 정도의 설명과 1페이지의 그래픽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래픽은 매우 공을 들인 데다가 컬러로 되어 있어서 책 내용의 전달력을 높여 준다. 그리고 각 부의 맨 앞에는 4페이지 정도의 설명글이 다시 제시된다. 이 설명글만으로도 꽤 유용하다. 세계화의 현상과 문제점에 대해서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최근들어 세계화의 폐단에 대해 점점 많은 사실이 알려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작 세계화가 무엇이, 왜 문제인지 묻는다면 구체적으로 명확하게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은 그다지 많지 않을 것이다. 세계화의 어두운 그림자들이 바로 이 책에 압축되어 있다. 다양한 주제에 대한 수많은 통계자료와 친절한 그래픽으로 설명된 이 책을 통해 ‘세계화를 둘러싼 불편한 진실’들을 일목요연하게 알 수 있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