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여자들의 은밀한 삶
디샤 필리야 지음, 정영목 옮김 / 문학동네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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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와 인물들의 층위가 굉장히 깊었는데, 아프리카계 미국인-흑인-여성-남부지역-기독교-세대까지 내려와 공감대를 아주 발휘하기가 어려웠던 게 아쉽긴 했다. 다만 대를 잇는 여성 가족, (연인, 친구를 포함한) 여성집단 안에서 오는 유대(혹은 애증)이 선명하게 드러난다는 점이 좋았고, 남성들은 대체로 욕망의 대상이거나 죽어 마땅한 아버지거나 때로는 라이벌로 등장한다는 점이 실제로 흥미로웠다. 

 

 지역적 특성이 강하고 선술했듯 기독교적 배경이 있으면 이해가 더 편할 것 같았는데 그 점이 아쉽다. 다만 신인작가 특유의 하고 싶은 말이 짙게 드러나는 소설은 읽을 때마다 정말 즐겁다. 욕망을 다루는 방식이 단순히 성적 욕망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모녀, 연인, 자매 사이의 감정적 욕구로 연결되는데 그 방식이 정말 세련되었다.

 

 또 기독교의 금욕적 교리가 흑인여성에게 가해지는 사회적, 역사적 억압과 연결되지만 결국 어떠한 구원의 고리를 그 권위(종교 혹은 남성)에 위탁하고 있다는 연결구조도 계속 해서 드러나는데, 현 세대의 인물들에게서 이 구조를 벗어나려는 몸부림이 보여 희망적이다. (물론 이 몸부림이 이전 세대 여성에게는 일종의 ‘악마화’된 모습으로 서술된다.)


 해외소설을 읽을 때마다 내가 가지지 않은 배경을 이해하는 일이 쉽지 않아, 겹겹이 쌓인 세계를 찾아내기 위해 노력한다. ‘교회 여자들의 은밀한 삶’은 더 개별적이고 세밀한 억압과 연결에 주목한다. 그런 의미에서 여성적 공감대를 유지한 이 책이 조금 더 밀착되어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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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이 내린 필력은 없지만 잘 쓰고 싶습니다
심원 지음 / 은행나무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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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논리적인 글을 쓰는 게 어려워서 읽기 시작했는데, 생각보다 많은 부분에 활용할 수 있는 내용들이었다. 문장들이 시원시원한 편이라서 실용서임에도 술술 읽어갈 수 있다는 점이 좋았다.


 첫 문장에서 시작해 글을 마무리하는 부분까지 단계적으로 소개하고 있는데, 한꺼번에 완독을 하는 것보다는 한 챕터씩 주제에 맞춰 글을 써보고 퇴고까지 따라간다면 더 좋지 않을까 생각했다.


 예문들을 통해서 이해를 쉽게 도와주고, 경험을 토대로 설명해주는 느낌이라 강의를 듣고 있는 것도 같다. 글을 쓰다가 막힐 때마다 꺼내어 읽어보면 좋을 것 같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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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까지 희미하게
정미경 지음 / 창비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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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운이 길게 남는 소설집을 두고두고 바라보다가 겨우 리뷰를 옮겨적게 되는 건 왜일까요.

 사춘기 시절 읽은 故 정미경 작가의 소설 하나가 인생소설이라 떠들었는데,

 어쩌면 나는 쉬이 그녀를 다 이해하지 못했는 지도 모르겠습니다.

 

 모든 작품이 다 강렬하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최근에 발표했던 '못' 과 '새벽까지 희미하게' 두 작품입니다.

 강렬한 순간을 그리면서도 그 순간은 못자국처럼 남아 이어지는 모습을 그리고 있지요.

 '새벽까지 희미하게' 에서 말하고자 하는 어떤 따뜻함과 강렬한 위로에 공감했습니다.

 '강렬한 순간' 이 '새벽까지 희미하게' 이어진다는 모순적인 어감이 좋았습니다.

 

 오래오래 읽었습니다. 문장 하나하나를 꼭꼭 씹어 넘긴 소설집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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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누이
싱고 지음 / 창비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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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랜만에 편하게 기분 좋게 읽을 수 있는 책을 찾아서 리뷰를 남깁니다. 쉽게 손을 대기 어려운 ‘시’를 웹툰과 함께 소개한 책 ‘詩누이’는 쉽게 읽어나가면서도 그 무게는 가볍지 않았습니다.

 

 살면서 느끼는 다양한 감정을 작가의 그림으로 표현하고 뒤이어 따라오는 한 편의 시가 위로합니다. 그림과 글, 시가 어우러지면서 훨씬 더 이해하고 공감하기 쉬웠습니다. 한 편, 한 편 나와 비슷한 경험과 감정을 따라 가다보면 의외로 빠르게 읽히진 않습니다. 가끔 눈물이 핑 도는 순간이 있는데 모두가 같은 장면에서 코끝이 찡해지진 않을 테지요.

 

 나에게 또는 내가 사랑하는 누군가에게 선물하기에도 좋은 책이라고 생각해요. 일상에 지친 많은 사람들에게 따뜻한 위로가 되고 활력이 되지 않을 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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