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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속 별자리 신화 - 선과 악, 성과 사랑, 욕망과 이성이 뒤얽힌 어른을 위한 그리스 로마 신화 ㅣ 그림 속 시리즈
김선지 지음 / 아날로그(글담) / 2021년 6월
평점 :
'어른을 위한 그리스 로마 신화'
그리스 로마 신화가 다 똑같은 내용이지, 어른을 위한 것이라니 궁금하기도
했고,
무슨 별자리가 언제 나타나고, 어떤 모양인지만 대충 알고 있었는데.. 별자리와 그리스 로마 신화가 연결되고, 당대 화가들의 그림까지!
미술서라 해도 부족함이 없을 그런 내용이었다. 게다가 종교적 눈폼이가
반영되어 당시 시대상을 잘 반영하고 있다. 게다가 과학, 천문학의
기본 상식까지 알려준다.
역사를 전공하고 미술사와 현대미술을 공부한 작가님의 내공이 엄청난 책이다.
책은 처녀자리, 백조자리, 거문고자리, 헤라클레스자리, 페르세우스자리, 오리온자리, 양자리, 아르고자리, 황소자리, 쌍둥이자리, 게자리, 사자자리, 궁수자리, 염소자리, 물병자리, 물고기자리 등 16개의 별자리를 중심으로 그리스 로마 신화를 이야기한다.
신화 속 주인공들과 이어지는 별자리 이야기는 재미있고, 흥미로웠지만
내용은 쉽지 않았다. 어려워.... 내가 아는 것은 역시
수박 겉핥기였던가.
가장 먼저 펼친 장은 나의 별자리 물병자리.
책 내용이 별자리별로 나눠져 있어서 꼭 순서대로 읽을 필요가 없었기에 책을 받자마자 젤 먼저 읽었다.
물병자리의 주인공은 인간 중 가장 아름다운 남자, 가니메데스.
얼마나 아름다운 남자였으면 신들의 신, 제우스는 가니메데스에게 반해
그를 납치해 영원한 젊음과 생명을 주고 본인의 술시중을 들게 했다고 한다.(예쁜 것들은 예나 지금이나, 신화 속에서도 권력자의 사랑을 독차지하는구나ㅋㅋㅋㅋㅋㅋㅋㅋㅋ) 즉, 물병자리의 물병은 사실 술병이었던 거다.
제우스가 반한 미모라니. 미의 여신 아프로디테보다 더 아름다운 남자였던걸까.
제일 기억에 오래 남는 거문고자리
집착과 상실, 망각으로 이루어진 욕망의 세계라는 부제가 붙어 있는
부분이었는데 이 별자리의 주인공은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오르페우스다.
리라(거문고) 연주자였던
오르페우스는 지옥의 신 하데스에게 잡혀간 아내를 되찾기 위해 연주를 하고, 아내 에우리디케를 되찾는다. 단, 지상에 도착할 때까지 절대 뒤돌아보지 말라는 조건이 붙는다. 하지만 오르페우스는 지상에 이르기 직전 에우리디케가 잘 쫓아오는지 걱정되어 뒤돌아보았다가 아내를 잃게 되는데..
오르페우스는 왜 뒤돌아 보았을까. 에우리디케를 믿지 못한 것일까. 정말 걱정이 되어서일까. 찰나를 참지 못한 성급함, 두려움, 의심, 집착, 그리고 절대 뒤돌아보지 말라는 말을 잊은 망각 때문에 사랑하는 아내를 잃고 죽음을 맞는다. 망각은 죽음이라는 얘기.
이 성급한 마음을 통제하고 하데스의 말을 잊지 않았다면 이 둘은 영원히 행복하게 오래오래 잘 살았답니다의 주인공이
될 수 있지 않았을까.
거문고자리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인간의 본질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됐다.
신화 속에도 뿌리 깊게 박힌 여성 혐오와 겁탈, 납치, 동성애
“인류 역사에서 오랫동안 모든 분야가 남성을 위한, 남성에 의한 것이었듯이 미술사에서도 여성은 철저히 소외되었다. 그림
속에서 여성은 늘 남성의 성적 욕망의 대상으로 표현되어 왔고,여성 미술가들은 능력을 인정 받지 못하고
역사에서 지워졌다. 예술이라는 이름으로 미화된 미술작품 속 성폭력적 요소도 알아채지 못했다. 남성에게 지나치게 관대한 성문화, 왜곡된 성의식이 지배적이었기 때문이다. 여전히 요원하기는 하지만, 점차 우리 사회는 여성의 권리를 찾고
있다. 미술 속 여성의 모습도 새로운 시대에 맞게 변할 것이다. 언젠가는 '에우로페의 납치' 주제도 새로운 시각에서 재해석한 그림이 등장하지
않을까?” –p.168
여성 혐오, 겁탈, 납치, 동성애가 모두 논란이 맞은 주제이긴 하나 그 중 놀라운 건 동성애. 동성
간의 사랑이긴 한데 성인 남자와 소년간의 성행위인 ‘페데라스티’가
아주 자연스럽고 당연한 일로 여겨졌다는 거다. 성인 남성의 지식과 지혜가 이러한 관계를 통해 소년들에게
전수되므로 궁극적으로 사회발전에 기여한다고 생각했다니 놀랍지 않은가.
역사적으로 동성애는 아테네, 스파르타, 테베, 크레타 등 거의 그리스 전 지역에서 승인된 문화였다고.
신화속 소년 납치 일화는 가니메데스를 납치한 제우스, 펠롭스를 납치한
포세이돈 등 심심치 않게 등장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