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그다드의 프랑켄슈타인
아흐메드 사다위 지음, 조영학 옮김 / 더봄 / 2018년 6월
평점 :
절판


  바그다드도 프랑켄슈타인도 참 유명한 이름이다.

  어릴 때부터 동화책으로 고전 문학으로 영화 제목으로 뮤지컬로 많이도 접해 본 이름들이지만

사실은 정작 바그다드가 이라크 수도인지, 아리비아 반도 어디쯤 있는지도 모르고 프랑켄슈타인이 괴물의 이름인지 그것을 만든 사람의 이름인지도 모를 정도로 원작의 내용에 관해 무지했다. 그 유명한 두 개의 이름이 합쳐진 '바그다드의 프랑켄슈타인'은 낯섬과 익숙함의 느낌을 동시에 던지며 어서 빨리 읽어 보고 싶은 충동을 불러 일으켰다. 그리고 소설을 읽는 내내 바그다드의 역사를 더 알고 싶다는 생각과 원작 프랑켄슈타인을 읽어 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이 소설을 읽다보면 괴물, 무명씨에게 묘하게 감정이입이 되며 그가 비록 살인마이긴 하지만 그의 행동을 옹호하고 응원하게 되는, 그가 사라지지 않게 되기를 바라는 내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이 소설 속에서 거의 유일하게 자신의 존재를 성찰하고 자신의 행위의 의미와 이유를 생각하는 존재이기 때문일까? 그리고 그가 내 속의 어둠과 이율배반적인 욕망을 솔직하게 보여주기 때문라고 할까.

  “ 내 얼굴을 매일 바뀐다. 나한테서 영속적인 것은 살아남아야겠다는 욕망뿐이다. 살상을 하는 이유는 그래야 살아남기 때문이다.... 꼭 죽어야 한다면 왜 죽어야 하고 죽은 다음에는 또 어디로 가게 되는지 알고 싶었다. 그래서 삶에 집착했다.... 요컨대 두려움 때문이다.”

슈퍼 히어로와 같은 힘을 가진 괴물이지만 그가 느끼는 욕망과 두려움은 나의 그것과 다르지 않다는 생각 때문에 나도 모르게 그와 한 편이 되어 버리는 것 같다.

 

그의 운명을 암시되는 마지막 장면... 스포일러가 될까봐 침묵하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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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 살지 말고 영원한 행복의 나라 가서 살자
우명 지음 / 참출판사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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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지인에게 추천받고 읽기 시작은 했지만 솔직히 ‘이 세상 살지 말고 영원한 행복의 나라 가서 살자’라는 제목부터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았다. 괴로우면 괴로운 대로 힘들면 힘든 대로 ‘이 세상’에서 ‘이 세상 사람’들과 부대끼며 살아야지, ‘영원한 행복’이니 뭐니 하면서 피안의 세계를 추구한답시고 ‘이 세상’을 등지고 회피하는 건 진실하고 정의로운 삶이 아니라는 생각이 군사 독재 정권 하에서 대학시절을 보낸 나의 최소한의 양심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책을 읽다 보니 어느새 나는 나의 부끄러운 삶을 돌아보지 않을 수 없었다.

‘이 세상’이라는 현실을 회피해선 안 된다고 부르짖으면서 어느새 나는 현실에 안주하고 현실과 타협해서 살아가고 있었던 것이다. 젊은 시절 한 때 가슴 설레게 추구했던 ‘완전한 존재’나 ‘이상 사회’ 같은 건 어차피 이루어질 수 없는 꿈이라고, 인간은 누구나 이상을 향해 ‘그네’처럼 ‘분수’처럼 달려가지만 결국 땅으로 떨어지는 유한한 존재일 뿐이라는 시를 아이들에게 가르치며 나 또한 그렇게 체념하고 살아왔다.

사는 게 원래 약간은 허무하고 약간은 고독하고 그런 거지. 좀 많이 힘들 땐 친구들과 술 한 잔으로 달래고 시간 나면 경치 좋은 곳으로 여행도 다니고, 몸 보전하면서 적당히 늙어가다 죽는거지. 죽어서 지옥가긴 싫으니 착한 일도 좀 하고 교회나 절을 기웃거려 보기도 하고... 더러운 세상, 불공평한 세상이라 세상을 욕하기도 하지만 정의롭고 공평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 내가 가진 걸 조금이라도 내놓으라고 할 땐 모르는 척 외면해 버리는......

이렇게 살아가는 내게 저자는 그건 ‘가짜’의 삶이고 ‘죽어있는’ 삶이라고, 거기서 깨어나, 거기서 벗어나, ‘진짜’ 삶을 살라고 몇 번이고 몇 번이고 간곡하게 말한다.

‘인간의 완성’ ‘이상 세계의 실현’은 이루어질 수 없는 허황된 망상이 아니라 ‘인간이 태어난 유일한 목적이자 이유’라고, 인간은 흔히 생각하듯 ‘고해’에 태어나 7,80평생 살다가 허망하게 죽어버릴 존재가 아니라 ‘진리’인 이 세상과 하나 되어 영원히 살기위해 태어난 존재라고, 아무런 꾸밈없는 단순하고 진솔한 언어로, 그러나 나의 차가운 마음을 움직일 만큼 열성적인 말로, 말하고 말하고 또 말하고 있다. 장자나 부처님이 ‘꿈’이다 ‘허상’이다 했지만 잘알아듣지 못했던 사람들을 위해, 너가 산다고 생각하는 이 세상은 ‘사진’이다, ‘복사한 그림’이다, ‘비디오 테이프’다 ‘영화 필름’이다 하며,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이렇게 저렇게 많이도 연구를 한 모양이다.

아직은 이런 말들이 머리로만 이해되는 수준이지만, 내 나이 50에 다시 가슴 뛰는 삶의 목표를 찾았다는 느낌이 들었다. 김구 선생님이 그렇게 원하셨던, 우리 나라 모든 사람이 성인이 되는 시대, 장자가 비유로밖에 표현할 수 없었던 전인의 경지가 실현되는 시대, 예수님이 기도하신대로 하늘의 뜻이 땅에서도 이루어지는 시대가, 내 마음 세상의 사진 한 장 버리는 것에서부터 시작될 수 있다면, 앞으로 늙어갈 일밖에 남지 않은 나의 남은 시간과 에너지를 쏟을 만한 가치가 충분하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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