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손은 말굽으로 변하고
박범신 지음 / 문예중앙 / 2011년 6월
평점 :
품절


박범신의 서른아홉 번째 소설이라는 <나의 손은 말굽으로 변하고>를 읽고는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다른 식으로 표현하자면 이 작품은 생각할 거리가 많은 소설이라는 얘기다.

하지만 작품의 주제는 간명하다. 인간의 폭력성에 관해서다. 더 나아가서는 악과 살인에 대해서이다.

 

서술자인 '나'는 개백정의 아들로 태어나 세상 사람들의 괄시와 무시와 폭력에 시달린다.

그의 아버지는 개를 때려 잡는 게 업인데, 누군가 혹은 무엇인가를 때려야 하는 성향을 가졌기 때문이다.

덕분에 그의 엄마는 맞으면서 살 운명이었고, 일찍 죽을 수밖에 없었다.

'나'는 누구에게나 인간 이하의 취급을 받았는데, 이웃집 소녀가 나를 인간으로 대해 줬고 당연히

소년과 소녀였던 그들은 서로에게 호감을 갖게 된다.

하지만 소녀의 집에 불이 나고 소년은 소녀를 구하고 그녀의 아버지를 구하다가 얼굴에 화상을 입는다.

방화범으로 지목되어 감옥살이를 하고 나와 소년은 세상을 떠돈다.

흉측한 얼굴을 가진 그를 사람들은 더 구박하고 더 때리고 더 무시하고 더 괄시하게 된다.

그는 노숙자로 세상을 떠돌며 굶기를 밥 먹듯이 하고 누군가에게 매를 맞으며 산다.

그에게 폭력은 일상사이지만 항상 맞는 일은 두렵고 공포스럽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그에게도 폭력성이 생겨 난다.

그를 위해하는 누군가를 죽이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그는 아버지가 죽고 소녀가 살던 그 곳으로 돌아온다.

그 곳엔 '샹그리라'라는 건물이 서 있고 그 곳의 주인인 이사장은 그를 관리인으로 고용한다.

그리고 그 곳에서 그는 자신의 손에 말굽이 생긴 걸 발견한다.

그 말굽은 폭력적이어서 어떤 상황에선가 튀어나와 사람의 머리를 치고 그러면 뇌수가 튀어나와 죽어 있다.

그리고 그는 자신의 살인 행위에 대해 아무런 죄의식도 느끼지 못 하고 일상을 살아간다.

이사장은 옛날  특수부대 대장으로 그가 가지고 있던 폭력성이 '나'에게로 옮겨 와 있다.

이사장 역시 군홧발로 사람을 때리고 밟고 치면서 쾌감을 느끼는데 더러는 살인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이다.

하지만 이사장의 폭력은 시간이 지날수록 세련돼 져서 사이비 종교로 포장하거나 연약한 인간의 마음을 유혹하거나

아랫 사람을  이용해 갈취하거나 사기 치거나 때리거나 죽이고 자신은 뒤로 숨는다.

이사장은 '나'를 동굴로 불러 그들 폭력 집단은 스스로 자폭해 사라진다.

하지만 말굽은 썩지 않고 부서지지 않고 고유한 존재로 여전히 살아 남아 건재해 있다.

 

이 소설은 폭력으로 세상을 이끌어가는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다.

세상은 평화로운 자들이 아니라 폭력적인 자들이 지배하고 다스리고 관리하고 있다.

마음 여리고 순하고 약한 사람들은 어느 순간인가 폭력에 굴종하거나 지배 당하거나 피폐해진다.

도대체 폭력은 어디에서 왔는가?

그것이 작가의 의문이고, 나에게 온 질문이기도 하다.

알지 못하는 세계에서 생겨나 선천적으로 가지고 태어나는 악마적 기질인가.

아니면 폭력에 시달린 사람들이 어느 순간 자기 방어기제로 갖게 되어 그것이 습관화 되어

공포를 이기기 위해 후천적으로 습득하게 된 성질인가.

그러면 폭력은 평화주의적인 삶으로 없어질 수 있는 것인가.

아니면 폭력은 영원히 우리와 함께 할 수밖에  없는 끔찍한 저주인가.

 

세상이 평화로우면 사람과 자연과 우주가 조화를 이루어 함께 건강하게 지낼 수 있을 텐데,

그건 다만 한순간의 백일몽일까.

폭력은 언제나 어디에서나 항상 존재해 왔다.

나는 역사 속에서 보아 온 폭력성도 끔찍하지만,

동시대 사람들이 벌이는 전쟁과 살인과 육체적, 정신적인 폭력이 더 끔찍하다.

왜냐하면 그런 현상들을 보면 역사는 진보하고 인간은 더 나아지고 있다는 명제가 거짓인 것만 같아서이다.

467쪽인 소설의 마지막 장을 덮으면서 나는 인간의 폭력성에 진저리가 쳐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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