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지를 보라 - 1920년대 경성의 밑바닥 탐방
아카마 기후 지음, 서호철 옮김 / 아모르문디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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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상을 수치화해 해석하는 직종에 오래 있다 보니 늘 수치가 말하지 않는 현상 이면을 들여다 보고싶은 욕망이 내심 가라앉아 있다
현상에 대한 수치를 통해 현상을 이해하고자 하는 행위는 통계라는 특정 방법론에 기대어 비로소 결과를 얻는다.
정량분석 방법론으로 표현되는 이 작업을 통해 비로소 수많은 의견과 견해는 범주와 항목, 그에 대응하는 수치로 정돈된 후, 이를 해석한  압축된 보고서의 건조한 언어를 통해 사회적 의미와 유용성을 확보한다. 
그 과정에서 해석불가한 극단치들은 소거되고 데이터클리닝이라는 작업을 거쳐 로우데이터들은 가지런히 정리되기 마련이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정성적 방법론이 시도된다. 정성적 방법론의 전형적인 형태는 인터뷰일 것이다. 
'질문'과 '응답'을 전제로 한 이 작업은 사건수사에 나선 경찰이나, 취재를 위한 언론의 작업방식이기가 쉽다.
추적과 탐색, 나아가 고발을 본령으로 하는 언론인들은 대개 은폐되기 마련인 현상에 다가서기 위해 잠입 취재라는 방식을 발전시켜 왔다.

1920년대는 어떤 시기인가. 
31운동으로 제국일본이 식민지에 문화통치라는 이름으로 약간의 숨통을 허용하던 때로 조선과 동아가 창간되어 폭발직전의 식민지 저항운동의 에너지를 축차흡수하던 시기였으며,
문화라는 이름으로 제국의 근대문물과 모던이 식민피지배층의 말단과 일상에 까지 침투해 저항의 기운을 반도 바깥으로 밀어내는 한편, 
너도 나도  금광열에 들떠 패가망신에 이르던 투기자본주의가 발호하는 가운데(조선일보 창립자 방응모는 금광을 통해 재산을 일구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총잡이 감상옥이 종로경찰서에 폭탄을 투척하고 경성 주택가 지붕을 날아다니며 천 명의 무장경찰에 맞서 '아직 싸우고 있음을 알려주던' 시기. 

그 당시 근대의 문물과 입식된 제도, 일제의 식민지 경영은 어떻게 식민지를 피폐하게 만들었는지를 이 책에서는 그 결과값인 거지, 창녀, 신기료장수, 청소부 등 조선 하층민의 삶을 통해 세밀하게 묘사하고 있다.
사회사를 전공한 전문 연구자인 역자는 미시사, 사회역사적 접근법에 기대어 100여년 전 조선 하층민의 풍경을 우리 앞에 펼쳐 보인다.
내용과 만듦새가 탄탄한, 보기 드문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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