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의 철학사적 이해 - 돌베개인문.사회과학신서 67
이병수 외 / 돌베개 / 199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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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에 입문하는 방법 중 가장 대표적인 것으로 철학자들의 사상과 각 철학 사조에 대해 역사적으로 접근해 나가는 것을 들 수 있다. '철학사적 이해'라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이 책은 그러한 의도에 충실하게 쓰여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 책의 장점은 각 철학 사상과 사조를 살펴보는데 있어서 당시의 시대적 배경을 충실히 소개해놓았다는데 있다. 모든 철학적 견해에 대해 그러한 논의가 나오게 된 사회적 맥락을 비판적으로 고찰해 놓았다. 이 책은 철학이 역사나 정치와 동떨어진 환상의 세계가 아님을 보여준다.

그러나 이 책의 특징 중에 더 두드러진 것은 다른 철학사 서적과는 달리 근세 과학혁명의 전개에 대해서 비중 있게 다루었다는 점과, 헤겔 이후의 철학에 대해 마르크스주의만을 소개해 놓았다는 점이다. 근세 과학 혁명이 근현대 철학의 발전과정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점을 감안할 때 좋은 시도로 보인다. 그러나 헤겔 이후의 철학에 대해 마르크스주의만을 소개해 놓은 것은 의아하다.

이 책은 근대이전의 철학에 대해서도 마르크스주의적 평가를 일관되고 충실하게 견지하고 있다. 어떤 철학사든지 보편적이고 일반적인 철학사라는 것은 있기 힘들 것이다. 철학자와 철학 사조를 평가하는데 있어서 어떠한 식으로든 저자의 철학적 취향이 가미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이른바 객관적인 철학사의 소개라는 것은 무미건조한 사료의 나열에 그칠 수도 있다. 그러나 자신의 철학적 신념과는 별도로, 다른 철학적 견해에 대해 배타적 입장을 취하는 것은 옳지 않을 것이다. 헤겔 이후의 철학에 마르크스주의만이 있는 것은 결코 아니다. 이 책을 읽은 일반인들이 철학의 일반사를 놓치게 되지는 않을까 하는 의구심이 든다.

어떤 특정한 철학사조만을 소개해 놓는 것 자체가 문제는 아니다. 다만 그러한 책이라면 제목이라든지 서문에서 그 내용을 밝혔어야 옳다. 이 책은 '마르크스주의의 철학사적 이해'라는 제목으로 나온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수 천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는 서양철학에 대해, 서구에서 '서양철학사'라는 제목의 책이 최초로 나온 것은 20세기에 들어 러셀에 의해서이다. 그 이전에는 '철학사'만 있었다. 러셀 이전의 철학사가들에게 동양철학은 철학으로 비춰지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그러한 생각이 잘못된 것임을 이제 우리는 누구나 안다. 이 책에 그와 같은 식의 억견이 포함되어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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