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를 위한 교육
R.M.Hutchins / 학지사 / 1994년 3월
평점 :
품절


20세기의 서구 사회는 '생활적응'이라는 문제가 교육의 핵심적 관심사로 등장하였다. 자유교육이 중심을 이루고 있었던 종전의 모습과는 대조적으로, 학교에서는 자유교육을 축소함은 물론이고 심지어는 추방하고자 하는 움직임마저 일게 되었다. 이 책의 저자 허친스는 이러한 일련의 움직임을 교육의 위기로 파악하고 그것을 극복하려고 노력한 사람 가운데 하나이다.

그의 시각은 희랍의 전통에 기반을 두고 있다. 허친스가 상정하고 있는 교육이란 인간이라면 누구나 소유하고 있는 이성을 최대한으로 실현하는 데에 있다. 여기서 이성이라는 것은 단순히 실생활에 유용한 수단을 찾아내는 능력이 아닌, 지성이나 지혜를 의미하는 것이다. 이 이성은 교육을 통하여 실현되며, 그 결과로 인간은 비로소 인간다워진다. 허친스는 '인간에게 있어서 추리력은 새가 날고, 말이 빨리 달리고, 맹수가 그의 먹이에 사나운 것처럼 타고난 것이다.'는 퀸틸리안의 말을 인용하면서, 인간이 본유적으로 가지고 있는 이성적 능력을 개발시킬 것을 주장한다.

허친스는 도덕적이고 지적인 개혁을 위해서는 사람들이 인간의 본질, 인생의 목적, 국가의 목적, 신의 질서에 대한 참된 신념을 가져야 한다고 말한다. 이것이 바로 이성의 빛 안에서 결정된 공동선인 것이다. 이 공동선은 인간의 욕구 활동과 노력들에 의해 이룩되어야 하는데, 이는 교육 제도로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평생에 걸친 학습하는 사회가 필요하다고 주장하였다. 우리는 이를 통해 '평생 교육'에 대한 그의 관심을 엿볼 수 있다.

이렇듯 허친스는 기존의 물질주의, 현세주의, 과학주의 및 세속주의에 대해, 즉 대중문화에 정면 도전을 했다. 그는 고등교육의 직업주의, 반지성주의, 문화적 고립주의를 비판하였다. 그것들은 너무 편협하고 즉시적이라는 것이다. 허친스가 생각할 때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 교육이란, 사유하는 것을 배우도록 도와주는 교육이며, 지성을 사용하는 것을 배우는 일로 압축된다. 즉 교육은 이성 또는 지성을 개발하는 교육이며, 인류의 지적 전통을 알게 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 책에서 그가 이성의 능력과 지성 도야를 강조하는 과정은 지나치게 당위적 호소에 그치고 있을 뿐 명쾌한 논리는 부족해 보인다. 실제로 별다른 전제도 없이 '∼해야만 한다'는 서술로 끝나는 문장이 수 차례 잇달아 있는 경우가 허다하다. 또 한편으로 인간 존재에 대한 형이상학적 규명이 반드시 그의 견해대로만 이루어져야 한다는 보장 역시 없다. 결국 허친스의 견해를 의미 있게 검토하기 위해서는(오히려 이것은 그의 의도와 합치할 수도 있겠는데) 형이상학적 탐구의 선행을 요구하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성을 소유한 인간의 궁극적 실재와 가치를 추구한 허친스의 태도는, 방향을 잃고 방황하는 현대인들의 가치관에 경종을 울리기에 충분해 보인다. 특히 대학이 취업학원화 되고 인문학이 위기를 넘어 종말로 향하는 듯한 작금의 우리 현실에서 그의 목소리는 더욱 의미있게 다가온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