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겨우 버티고 있는 이들에게

밥벌이의 지겨움 - 김훈 世設, 두번째
김훈 지음 / 생각의나무 / 2003년 6월

그의 글을 읽게 된 것은 한겨레신문의 어떤 기자가 인용한 글 때문이었다. <'밥'에 대한 단상>을 읽고 꼭 사서 읽어야겠다고 결심했다. 하지만 막상 책을 사고 보니 쉽게 읽히는 책은 아니었다. 오히려 그전 소설책인 <칼의 노래>는 밤새 읽었지만 비소설책이어서 그런지 도무지 진도가 나가지 않았다. 쉽게 글을 쓰지 못하는 작가에 쉽게 읽히지 않는 글... 그 전 <풍경과 상처>도 매끄럽지 못한 읽힘...이 그대로 전해지는 느낌.

매일매일 우리는 밥을 먹어야 살고 또 그 밥을 벌기 위해 하루하루 숨죽이고 사는 소시민들. 나 또한 그 소시민의 한 사람이기에, 겨우 겨우 버티는 일상에서 단비를 찾고 싶었다. 하지만 아무리 김훈이 [이런 여자가 아름답다]고 주장한들 연일 TV에서는 섹시한 여자들이 광고판을 휩쓸며 날씬하게 살을 빼고 성형수술을 해서라도 예쁘져라고 아우성이다.

복잡한 출근길, 지하철 안이나, 버스 안에서 김훈의 밥벌이의 지겨움을 생각하고 하루를 시작해도 저녁에는 파김치가 되어 퇴근을 하고 집안을 정리하다 보면 그의 글은 저만치 내던져져 있다. 실제하는 밥벌이의 힘겨움이 <밥벌이의 지겨움>을 밀어내고 있는 것이다. 그것은 아마 그의 글들이 반 이상은 자신의 관념 안에서, 자신의 테두리 안에 머물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쉽게 그의 글에 공감을 갖지 못하기에 일상의 피곤함에 지쳐 잠을 자두는 것이 그의 글을 읽는 것보다 더 현실적이기 때문이 아닐까. 물론 친구는 <자전거여행>을 읽고 여행을 가고 싶다고 했다. 그러나 <밥벌이의 지겨움>을 읽는다고 현실의 지겨움을 상쇄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책을 읽고서는 더 안타까워진다. 오늘은 또 어찌 하루를 견디어야 할까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