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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서 내리고 싶은 날
박후기 글.사진 / 문학세계사 / 2013년 12월
평점 :
참으로 오랜만에 통증을 동반한 숙취다. 크리스마스와 숙취. 잘 어울린다. 왠지 오랜 친구처럼 반갑지만 넘 정들면 안되니 헤어지기로. 종일 자다 깨기를 반복하다 더운 물을 받은 욕조에 시인의 사진산문집과 함께 눕는다. 체온처럼 따뜻한 물.
술마시면 시집을 집어 드는 습관이 있고 산문이나 소설은 조금씩 나눠 읽더라도 맨정신에 보려는 편인데 시인이 쓰고 찍은 사진산문은 어떻게 읽어야 하나 잠시 고민. 그래서 젖은 손으로 읽어 내려간 것은 아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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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움이 기울어질 때 - 박후기
누군가 나에게 기울어오는 느낌이 싫지 않다.
지친 당신이 기대오는 느낌이 싫지 않다.
기울지 않고서 어떻게 이마를 맞댈 수 있을까?
기울지 않고서 어떻게 나보다 키 작은 당신의 이야기를 들어줄 수 있을까?
그러나 모든 사람의 마음을 다 가질 순 없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결국, 그리운 쪽으로 몸은 기울게 마련인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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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어쩌지.
오늘은 못마시겠는데..
이래도 되나. 시인이 사진도 잘 찍는다. 이건 불공평하지만 시샘은 말자.
표지를 보고 애초에 떠올린 이미지는 빌 에반스의 '왈츠 포 데비' 음반이었으나 펼쳐 놓고 보니 존 콜트레인과 프랭크 웨스의 'Wheelin & Dealin'에 더 가깝다. 하지만 왈츠 포 데비를 들으며 다시 읽기 시작.
물과 나무, 산사의 적막한 풍경들이 자주 등장하는데
문득 이 책과 함께 그 고요속으로 홀홀 떠나고 싶어진다.
가슴 내려놓는 일이 횡횡한 이 겨울,
동면하러 굴에 들어가 친구하기 좋은 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