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사감과 러브레터 - 한국문학명작선집 8
현진건 지음 / 태을출판사(진화당) / 1995년 3월
평점 :
절판


<B사감과 러브레터>는 2학기 국어책에서 예문으로 B사감의 모습을 묘사한 부분이 나와 익히 알고 있는 작품이었다. 아마도 현진건의 작품 중 선뜻 이 책을 고르게 된 것도 B사감을 묘사한 부분이 인상깊었기 때문인 것 같다. B사감은 여학교 기숙사 사감으로 40에 가까운 독신녀이고 독실한 기독교 신자, 특히 남자를 싫어했다.

이야기에서 B사감은 '여러 겹 주름이 잡힌 벗겨진 이마'와 '숱이 적어서 법대로 쪽지거나 틀어 올리지를 못하고 엉성하게 그냔 빗겨 넘긴 머리꼬리가 뒤통수에 염소똥만하게 붙은 머리모양'을 하고 있는, 전체적으로 '곰팡이 슬은 굴비' 같은 인상을 주는 사람이다. B사감은 러브레터를 무척 싫어했다. 러브레터를 받은 학생은 으레 사감실로 불려가 엄청난 문초를 받아야만 했다. B사감은 편지가 온 남자의 표정이나 눈동자같이 세세히 물어 보는 깊은 관심을 보인다. 이것이 나중에 B사감이 하는 일을 암시하는 복선의 역할을 한다고 한다. 규칙을 어긴 것보다 남자에 대해서 미주알고주알 세세한 것까지 물어보는 것으로 보아 겉으로는 남자를 증오하는 체 하지만 사실은 남자라는 존재를 호기심을 갖고 궁금해하는 것이다.

한편 B사감의 감시 아래 돌아가는 기숙사에 어느 날 밤 난데없이 이상한 소리가 들려온다. 기숙사의 세 학생은 소리가 들려오는 사감실로 가고 B사감이 학생들에게 온 러브레터를 혼자서 읽는 장면을 보게된다. B사감은 낮과는 달리 밤이 되면 학생들에게 온 러브레터를 소리내어 읽는 전혀 다른 인물이 된 것이다. B사감의 모습에서 허위와 위선이 가득 찬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겉보기와 정반대인 B사감. 이런 B사감을 보는 세 명의 학생. 우연히 B사감이 밤에 벌이는 이상한 행동를 본 세 여학생의 반응. 첫번째 여학생은 '에그머니 저게 웬일이야!' 하고 단순하게 경악할 뿐이고, 두번째 여학생은 B사감의 행동을 '미친 탓'으로 돌리고, 세번째 여학생은 불쌍하다고 눈물까지 흘린다.

학생들이 그런 B사감의 감춰진 모습에 화를 내지 않고 받아들이는 것과 B사감의 밤의 모습이 과장되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 B사감의 모습이 낮과 밤 모두 비판적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낮에는 허위와 위선, 밤에는 이상한 행동. 하지만 결국 B사감에 대한 동정과 웃음으로 끝맺는 이 이야기. 여학교 기숙사 사감 선생님으로 낮과 밤의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B사감이라는 인물 속에서 정말 알 수 없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러한 것을 받아들이는 학생들의 모습도 잘 이해되지 않는다. 내가 그 학생들 중 한 명이라면 화가 많이 났을 텐데... 우리에게는 하지 말라고 하고 정작 자신은 그러한 행동을 하다니.

이야기가 끝나고 B사감의 이중적인 생활에서 자신의 직업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위선을 떤 모습이 인상깊었다. 어쩌면 B사감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사회에 의해서 이중인격자로 변해 버렸을 지도 모른다. 모두가 그래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말이다. 우리는 이런 직업의 사람은 이렇게 해야 된다는 고정관념을 깨버리고 그 사람의 자유와 개성을 존중해 주어야겠다고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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