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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우구스투스
존 윌리엄스 지음, 조영학 옮김 / 구픽 / 2016년 8월
평점 :

(월계수 잎은 아니지만 보이는 거 가져다가 연출...)
흘러가는 강물 같은 느낌의 소설 스토너를 읽고 나서 먹먹함이 어찌나 길게 가던지 순문학은 이런 느낌에 읽는구나 싶었던 기억이 난다. 그렇게 잊고 있다가 존 윌리엄스 신작이 나온 걸 보고 사놓고 조금 늦게 읽기 시작했는데 덮은 후 스토너 때와 다르지 않은 먹먹함을 느꼈다.
솔직히 아우구스투스에 대해서 잘 모른다. 그래, 로마의 이런저런 시대에 이런 유명한 사람이 있었지 정도. 카이사르, 안토니우스, 클레오파트라, 키케로, 아그리파 등등등 이름만 어렴풋이 아는 채로 읽어서인지 처음엔 페이지를 계속 되짚어가며 이게 누구였더라 찾아가며 읽었다. 그런데 (MD 추천글에 적힌 그대로) 한 40여 페이지 넘어가니 드디어 인물들의 머릿속에서 자리를 잡고 이야기가 물 흐르듯 전개가 된다. 줄거리야 아는 사람들은 다 아는 역사적 내용이니 그렇다치고 무엇보다 인물들의 특징이 편지글과 일기 등등의 형식으로 표현된다는 게 무척 놀라웠다. 사실 대화나 묘사도 적다. 무엇이 이 이야기를 재미있게 했는지 생각하다가 대단한 줄거리나 반전이나 문장이나 주제의식이 아니라 이런 '형식'인가 싶기도 할 무렵, 마지막에 역시 한 방을 날리는 작가. 이게 참 말이나 글로는 표현하기가 힘든데 독자의 마음에 쭉 생수를 따라붓다가 마지막에 탄산수를 떨어뜨리는 느낌이랄까. 그동안 전혀 표현되지 않은 아우구스투스의 심리가 마지막 장에서 한번에 나타날 때 느껴지는 알 수 없는 쾌감과 여운과 슬픔과 아쉬움이란. 그리고 인생무상의 주제를 다시 날리는 존 윌리엄스. 그러나 마냥 비관적이지만은 않은 인생무상. 흘러갈 곳으로 가는 것이기 때문에 슬플 것도 아쉬워할 것도 없는 인생사.
나에게 이렇게 글을 쓸 수 있는 능력이 있다면(물론 정말 오랜 기간에 쓴 작품이긴 하지만) 얼마나 좋을까. 그렇지 않아도 스토너처럼 영문과 교수의 삶을 산 작가 존 윌리엄스에게 글을 한번쯤 배워보고 싶을 정도. 현재까지 올해 읽은 책 중 베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