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대에 머리가 닿기도 전에 나는 이미 자고 있다. 한 손에는 진도가 하나도 나가지 않은 데이터센터 리포트를, 다른 한 손에는 노란색 하이라이터를 움켜쥔 채.

머리가 기억하는 것과 몸이 기억하는 것이 따로 있다. 간혹 몸의 기억이 더 정확하고 빠를 때가 있는데 나의 경우 실패의 경험은 몸이체득하고 기억해내는 속도가 훨씬 빠른 편이다. 

똑똑하고 실력 있는 투자자들이 기본적으로 갖고 있는 성향이있다. 일단 그들은 자신이 무엇을 알고 무엇을 모르는지 정확히 파악하고 있다. 특히 자신이 ‘모른다‘는 것에 대해 매우 투명하게 인정하고 겸손한 자세를 취한다. 그런데 한 가지 착각하지 말아야 할 점은, 이들은 모르는 것을 모르는 상태로 두는 것을 참을 수 없어 한다. 특히 자신의 분야에 관련한 무언가에 대해서 모르고 있다는 사실을 굉장히 민감하게 받아들이고, 무지의 상태에서 벗어나는 것을

넘어 그 누구보다 더 잘 알게 될 때까지 파고든다. 이 과정에서 드러나는 것이 바로 집요함이다. 모델에 필요한 단 한 가지 정확한 수치를 찾기 위해서 수천 장이 넘는 투자자보고서를 밤새 뒤척이는 것은예사고, 가설 확립에 필요한 사실을 밝혀내기 위해 수개월에 거쳐직접 필드 조사를 거치고 수많은 사람을 만나는 노력을 마다하지 않는다. 

첫 번째는, ‘디시플린discipline‘이 개념을 정확하게 의미하는 한글 단어나 표현이 없어서 아쉽다. 단어 자체를 직역하자면 ‘규율‘,
‘훈련‘, ‘수련‘ 정도의 뜻이지만 그보다 훨씬 더 많은 뜻을 내포하고 있다. 고강도 훈련을 거쳐 완성되는 자기수련, 엄격한 자기 통제능력을 통해 만들어지는 특정 업무에 대한 탁월함. 월스트리트의 ‘discipline‘을 경험하고 자기 것으로 만들 수만 있다면 그 이상의 자산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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