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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손글씨 잘 쓰면 정말 좋겠다
공병각 지음 / 양문 / 2014년 7월
평점 :
원래 학창시절부터 글씨 예쁘게 잘 쓴다는 소리를 많이 들었던 나.
생각해보면 그 시절에는 손글씨 쓸 일이 정말 많았기 때문에
따로 시간을 내서 글씨 쓰는 연습을 할 필요가 없었던 것 같다.
숙제라는 이유로 자발적인 건 아니었지만 매일 일기를 썼고
또 라디오에 사연을 쓴 엽서를 자주 보내기도 했고
지루한 수업시간에 친구들과 쪽지를 주고받았고
평소에도 자주 친구들이나 가족들에게 손편지를 쓰기도 했다.
그러다 학교를 졸업하고 취직을 하면서
컴퓨터를 다루기 시작했고 스마트폰이 생기면서
손글씨 쓸 일이 거의 없다 보니
가끔 글씨를 써야 하는 일이 생기면
귀찮아서 투덜거리는 내가 되었더라.
한창 캘리그라피가 유행하기 시작하면서
주위 지인들이 문화강좌를 듣는 걸 보면서
손글씨를 배워서 뭐하나? 했는데
지금은 그런 생각을 했던 내가 부끄럽다.
꼭 직업적인 것과 연관 짓지 않더라도
손글씨를 쓰고 있는 그 순간이 이렇게 즐거울 줄 몰랐다.
감정노동에 시달리는 직업 탓에
하루에도 수십 번 오락가락하는 감정 상태가
손글씨를 쓰고 있을 때면 한없이 차분해진다.
그 고요한 정적 속에서 사각사각 거리는 만년필의 소리가 너무 좋다.
나는 손글씨를 잘 쓰지 못해도 좋다.
쓴다는 그 자체가 좋다.
멋진 글씨로 세상을 아름답게 만들어 주시고
그 멋진 재능을 이렇게 많은 분과 나눠주고 계신
공병각 작가님께 정말 감사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