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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부론 (국내 유일 단권 완역본) - 여러 국가의 국부의 본질과 원인에 대한 탐구 ㅣ 현대지성 클래식 53
애덤 스미스 지음, 이종인 옮김 / 현대지성 / 2024년 1월
평점 :
사실 국부론의 주요개념들 쯤은 교양에 관심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 거라고 생각한다. 보이지 않는 손, 노동분업, 자유시장경제와 작은 정부 등. 그러나 이 책을 보면서, 지극히 단순화되고 정제된 지식 몇 가지를 암송하며 국부론 내용에 관해서는 알만큼 알고 있다고 생각한 스스로 아주 부끄러워졌다.
이 책은 1천페이지가 넘는, 소위 말하는 벽돌책이다. 이 장황한 텍스트에는 그 시대의 문화적, 사회적, 상업적 배경에 관한 상세한 기술과 애덤 스미스가 우리에게 익숙한 개념들을 이끌어내기 위해 거쳐온 기나긴 과정이 담겨있다. 이것들은 어떻게 생각하면 핵심이 아닌 '부산물'에 불과하다. 배경적 이해를 돕기 위한 상세한 각주들이 있기는 하지만, 어쨌든 근본적으로 요약과 효율에 익숙한 현대 사회에서는 잘 맞지 않는 기술방식이다. 그러나 이 책에는 애덤 스미스의 사고체계가 담겨있다. 요약과 통계적 평균으로는 담아낼 수 없는, 풍부한 컨텍스트 자체에서 나오는 놀라움이랄까.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경탄이 나왔다. 이 다양한 사실들에서 지극히 단순한 몇 가지 핵심적 원리를 뽑아내는 옛 사람의 놀라운 통찰력에.
사실 나는 이 책을 다 읽지는 못했다. 총 5권으로 이루어진 책 가운데 1권을 겨우 뗐을 뿐이다. (변명해보자면, 일반 책에 비해 글씨 크기가 작고 페이지 여백이 아주 작기 때문에 이마저도 일반적인 교양도서를 두세권에 필적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시간이 걸리더라도, 중간에 다른 책과 병렬독서를 하게 되더라도 무조건 끝은 볼 생각이다. 이렇게 매 페이지가 다양한 통찰로 가득찬 책을 만난건 오랜만이기에. 새삼스레 고전의 아름다움을 깨닫게 된, 아주 의미있는 독서였다.
*** 서평이벤트로 받은 책을 읽고 느낌대로 적은 글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