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요, 나 민감해요
나가누마 무츠오 지음, 서수지 옮김 / 뜨인돌 / 2017년 11월
평점 :
절판


민감, sensitive 항상 달고 다니는 말이었고 불편할 때는 있지만 둔감한  보다는 백배 낫다고 항상 생각해왔다하지만누군가의  행간에서 느껴지는 아주 사소한(얘기하면 본인조차 부인할 정도로 경미한실망의문불만족 등이 다음 날까지 머리 속에  차서나를 괴롭히는 것이나단순하게 대답할  있는 질문에  대답에 깔려 있을 수도 있는 여러 의도의 가능성 대답이 해석될 여러 가능성이 한꺼번에 떠올라 단순한 대답도 못하는 바보가 되버리는 경험까지 나의 민감함의 일부라고 생각하긴 힘들었던  같다. 민감함이 발현되는 어떤 방식 아무에게도 말못할 '쿨하지 못함또는 '찌질함' 흑역사가 되어 나의 존재 가장 어두운 구석에 처박혀 있었다


나는 책머리에 있는 22항목의 HSP체크리스트  22개에 모두 망설임 없는 '' 체크하게 되는 중증 HSP였던 거다사람의 유형을 설명하는 어떤 분류도 이렇게 나의 숨겨놓은 부분까지 정확히 끄집어내 묘사한 것은 보지 못했다사실 애니어그램별자리체질 등에 따른 많은 인간 유형 분류법의 순기능인 동시에 역기능은 자신의 성향에 '나는 oo형이니까', 혹은 '나는 oo자리라서 원래 이래'라며 면죄부를 주고 양지로 끌어내준다는 점이다. (이것이 역기능이기도  이유는그러한 성격분석이 남을 이해하는 도구혹은 나의 단점을 인지하고 그것이 남에게 칼로 작용하지 않도록 조심하는 방편으로만 쓰이는 것이 아니라 단점마저 마음놓고 휘두르는 핑계로 쓰이기도 한다는 점이다.)  책은 나를 비롯한 많은 HSP들의 내면을 너무나 정확히 묘사해놓고 그것을 타고난 성향으로 설명하는 자체만으로도 HSP들에게 엄청난 위안과 자존감 향상을 선물한다꽁꽁 숨겨두었던 나를 들킨듯 얼굴이 달아오르기도 하고 누가 알아준  위안받기도 하면서 읽다 보면 자신을 옥죄고 있던 무언가가 툭하고 풀려나가는 느낌이다.


 책을 읽은 사람들과의 즐겁지만 몹시 피로한 모임이 있었고다음   침대에서 대낮까지 뒹굴거리다 일어나 먹고 싶은  먹고  뒹굴거리며 하루를 몽땅 비생산적으로 보냈다. ' 했다고  이렇게 피곤한 거야', '나는  이렇게 약해빠졌을까'라는 자책비생산적인 생활습관을 고쳐야 한다는 조바심없이 나의 몸과 마음에 온전한 휴식을 선물할  있었던  얼마만인지 기억도 나지 않는다.


책의 후반부는 HSP들이 삶을 조금은 편하게   있도록 해주는 조언으로 이루어져 있다 조언들은 사실 자신의 어둠이 HSP라는이름하에 활자로 묘사되어 있는 것을 보는 메타인지의 쾌감을 주는 책의 전반부만큼 짜릿하진 않다. HSP성향과 정신세계에 대한 관심이 합쳐져 인생의 반을  빌어먹을 '못된성격을 어떻게 해야 되나  심리학  마음수련 방법을 기웃거렸던 나에게는 그랬다는 말이다하지만 민감함이 주는 고충을 이제  인지하기 시작했거나  해결법에 대해 아직 크게 고민할 시간을 가지지 못한 사람들에게는 뒷부분의 팁도 현실적인 불편을 경감해줄 단비일 것이 틀림없다. 그중 외부의 부정적 감정으로부터 나를 보호하는 가상의 경계선 치기, 나를 보호해주는 물건 갖고 다니기 등은 당장 시도해보고픈 생각이 드는 것들이었다.

나의 일부로 인정하기 싫었던 나를 있는 그대로 바라볼 기회를 준다는 것만으로도 읽어볼 가치가 충분한 책이다가족이나 가까운 사람에게 읽게 하고픈 책이기도 하다전문적인 심리학용어로 이루어진 지적 호기심 충족용 책은 아니고 당면한 문제를 겨냥한 매우 현실적인 책이다. 청소년도 쉽게 읽을  있을 것 같은 술술 넘어가는  일상적인 언어로 되어있지만  효과는 결코 가볍지 않다.

HSP의 피로감은 ‘뇌‘의 피로
이들은 오감은 물론이고 모든 자극에 예민하기에 다른 사람이 느끼지 못하는 자극까지 받아가며 하루를 산다. 남들보다 몇 배로 자극을 받으니 조금만 움직여도 녹초가 될 수밖에 없다.(p.65) - 약으로 몸을 치료하려 했던 것이 소용없었던 이유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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