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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다면? 없다면! ㅣ 생각이 자라는 나무 12
꿈꾸는과학.정재승 지음, 정훈이 그림 / 푸른숲주니어 / 2008년 6월
평점 :
어렸을 적, 양 주머니가 볼록해지도록 구슬을 넣고 다녔다면, 영화 <호튼>이 남다르게 다가왔을 것이다. 커다란 귀를 가진 호튼은 미세한 소리도 들을 수 있는 능력이 가진 코끼리이다. 바람에 실려온 티끌에서 나는 소리를 감지한 호튼은 작은 세계 생물들과 소통하게 된다. 그리고 마침내는 멸망할 위기에 놓인 초미니 세계를 구한다는 이야기이다.
햇빛에 비친 구슬은 오색찬란하다. 지구를 연상케 한다. 인류보다 작은 생물이 이 안에 존재할 것 같은 상상이 들기도 한다. 만일 그렇다면, 우리가 구슬처럼 작은 세계에서 살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호튼>에서처럼 말이다. 구슬을 물끄러미 바라본 적 있는 기억이 있다면 이런 상상을 했을 확률이 높다.
이런 세상이 ‘있다면?’을 가정하고 영화를 기획한 영화가 바로 <호튼>이다. 아이들이 상상력을 증폭시키는 영화라는 점에서 후한 점수를 줄 수밖에.
어떠한 매체보다 책이 상상력을 자극한다고 믿는다. 문자를 해독하며 스스로 영상을 만들지 않는가. 영화로 찍어낼 수 없는 상황도 머릿속에서는 가능하다. 다소 엉뚱할 수도 있으나 시시때때로 우리는 엉뚱한 발상의 혜택을 받는다.
나는 정재승과 꿈꾸는 과학의 상상모음집인 <있다면? 없다면!>을 엉뚱한 책이라고 생각한다. 그것도 파격적으로 엉뚱하다. 이런 상상을 에디슨 선생님한테 내비쳤다면? 대답은 뻔하다. 에디슨과 똑같은 처지에 놓였겠지. 에디슨을 통해 나 또한 1+1=1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말랑말랑한, 확산적인 생각 말이다. 열 방울의 물과 백 방울이 만나도 결국은 한 방울의 물.
거미줄처럼 연결된 전깃줄을 볼 때마다 답답했다. 그래서 ‘만약 세상의 모든 전선이 없어진다면? 을 먼저 읽었다. 다른 가정보다 가능성이 높아 보였다. 전기보다 더 편리한 에너지를 발견할 수도 있고, 아니면 전기 제품의 필요 에너지양을 대폭 낮춘다면 전깃줄 없는 미래의 세상을 그려볼 수 있다. 역사물 영화를 찍을 때도 좀 편해지겠지만, 그보다 말끔해진 환경이 우리를 반길 것이다.
아이들은 ‘방귀’라는 말을 참 좋아한다. 뿡뿡이의 인기가 이를 말하고 있다. 만약 방귀에 색깔이 있다면? 을 읽으며 방귀의 에너지를 생활에 사용 가능한 에너지로 만들 수 있다면, 재생 가능한 대체 에너지 중에 가장 효율적인 에너지가 되겠다는 즐거운 상상을 했다. 방귀 안 뀌는 사람은 없지 않은가? 가스를 저장할 수 있는 탁월한 방법을 제안하여 지속가능한 에너지원을 만들어 방귀 잘 뀌는 사람이 우대받는 세상을 만들 자가 있다면? 그는 노벨물리학상, 화학상을 휩쓸지 않을까?
과학의 발달로 인류의 생활이 윤택해졌다. 반면에 과학이 발달로 환경이 기침을 해댄다. 감기를 방치하면 패렴이 될 수 있고, 펴렴으로 죽을 확률은 제로가 아니다. 나는 무엇보다 이 책을 칭찬해주고 싶은 점은 과학보다 환경을 우선시 하려는 태도이다. 보다 즐거운 세상을 꿈꾸며 끝없는 과학적 상상도 유쾌했지만, 상상도 환경이 존재해야 가능한 일이라는 당연한 사실을 이 책이 말하고 있어 다행이다.
이런 책이 없다면? 세상은 달팽이 걸음일 터. 아인슈타인의 말처럼 ‘상상은 지식보다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