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미쳤다! 대중문화와 프로그래밍과 IT세계에 대한 고증은 물론(포켓몬과 드레곤볼의 설명을 보며 이 양반이 양덕이 아닌가 의심했다), 핀천 특유의 매우 치밀하고 밀도 높은 문명 비판들을 하위 문화와 미스터리 소설의 플롯으로 기괴하게 엮어 풀어내는 핀천의 역량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 이쯤 되면 이런 작가가 세상에 다시 나올 수 있을까 싶어진다. 핀천에 한번 입문하면 벗어나기 힘든 이유가 여기있다. 읽기가 까다로워서 그렇지, 늘 그의 책은 마지막 장을 덮었을 때 기대 이상의 무언가를 던져 준다. 어느 책이든 그렇듯 이 책은 생각거리를 우리에게 던져준다. 하지만 일관된 하나의 생각거리는 아니다. 여러개의 동시 다발적인 생각거리가 매 장마다 쏟아지듯 다가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