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정원 - 상
황석영 지음 / 창비 / 200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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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전 이 글을 신문연재소설로 읽었었다. 매일 연재되는 글을 읽을 때면 늘 부끄럽고 죄스런 느낌이 들었었다.

며칠 전 나는 책으로 이 글을 다시 읽었다.

나는 주인공 한윤희와 비슷한 시대를 산 사십대 중반의 주부이다. 칠십 년대에 대학을 다녔고, 유신 시대를 살았으며, 광주민주항쟁을 보았었다. 그리고 그 암울한 팔십 년대를 견디며 살았었다.

동서 냉전이 끝나고 베를린 장벽도 무너지고 남북이 대화를 시작했다. 우리를 둘러싼 많은 것들이 변화했는데 아직도 우린 우리의 '오래된 정원'은 발견하지 못한 것 같다. 그리도 많은 의로운 이들이 열심히 치열하게 투쟁하여 얻고자 했던 그것들을 우린 얼마나 얻었을까?

일상의 평온한 나날 속에서 어느 듯 난 세상의 아픔이라든가 부조리한 현실을 외면하고 살았다. 일상의 늪에 갇혀 세상을 향한 눈을 감고 살았나 보다. 그러나 우리가 살았던 그 절망적인 시대의 상처는 잠시 잊혀질 수는 있을지언정 완전히 지워지지는 않는다. 고통은 외면한다고 사라지지도 않는다.

나는 애써 그 시대를 외면하고 잊고싶어했는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그 댓가로 나의 평온하고 안락한 일상을 얻었으리라. 아니 어쩌면 너무 오랫동안 자유가 제한 된 사회에서 살아서 이제는 창조적인 힘이나 정신적인 풍요로움 자체를 두려워하고 변화를 싫어하게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이 책을 읽으며 나는 일상의 늪에 빠져 오래 전에 잊었던 나의 '오래된 정원'을 향한 열망을 다시금 느낄 수 있었다. 언젠가는 우리 모두가 그리워하는 그 '오래된 정원'을 찾을 수 있을까?

작가의 말처럼, '아직도 희망이 있을까' 하는 질문이 계속되는 한 우리는 언제나 다시 출발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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