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겹받침

 

음절 받침에는 홑받침, 쌍받침 그리고 겹받침이 있다.

 

 

 

홑받침과 쌍받침의 자음은 각각 1개의 소리값을 가진다.  예를 들어 'ㄱ'와 'ㄲ'은 〔그〕와 〔끄〕라는 각각의 소리가 있다. 물론 한글 제자 원리에 의하면 'ㄲ'은  'ㄱ'을 두 번 쓴 것이다. 이런 것을 각자병서라고 하는데, 그 뜻은 "같은 자음 두 글자를 가로로 나란히 붙여 만든 글자" 이다. 그렇지만 음운상으로 두 자음은 관련이 없는 별개의 소리다.  이 받침들은 음절 끝소리 규칙의 적용을 받아 대표음으로 각각 발음된다. '부엌'이 〔부억〕으로 바뀌는 것이나 '밖'이 〔박〕으로 바뀌는 것이나 동일하게 음운의 교체이다.

 

겹받침은 "서로 다른 두 개의 자음으로 이루어진 받침이다."  이 두 개의 자음은 각자의 音이 있으므로, 겹받침은 2개의 소리값이 있다. 그런데 실제로는 두 자음을 한꺼번에 발음하지는 못한다. 둘 중 하나는 탈락하고 하나만 발음이 된다. 이런 현상을 자음군 단순화라고 한다. 물론 선택된 자음이 7개의 대표음 중 하나가 아닐 경우 또 한번 음절 끝소리 규칙이 적용된 후에 최종 발음된다. 여하튼 이  선택의 기준은 무엇일까?

 

 

 

2. 자음군 단순화

 

 

 

 

자음군 단순화가 나는 은근히 어려웠다. 일단 자음'군'이니 시각적으로도 복잡해 보인다. 자음 두개를 조합하여 만들 수 있는 자음군이 엄청 많을 것 같은데 그렇다고 다 외울 수도 아니 외우고 싶지도 않다. 다행히도 실제 겹받침으로 사용되는 자음군은 11개이다.

 

자음군 단순화에서 문제가 되는 것은 두 자음 중 살아 남아 발음되는 것이 첫 째 자음인가, 둘 째 자음인가 하는 것이다. 굳이 11개의 자음군을 외울 필요는 없고 이 두 부류를 구분할 수만 있으면 된다.

 

외우기 쉽게 생각하면, 살아 남는 것은 더 중요한 것이고, 중요한 것은 앞에 오기 마련이다. 자음군 단순화의 기본은 첫 째 자음이 살아 남는다는 것이다. 8개의 자음군에서는 첫 째 자음이 발음된다.

 

이제 예외만 외우자. 원칙 따위는 없는 것 같으니 무조건 외워야 할 것 같다. 둘 째 자음이 예외적으로 살아 남는 자음군 3개는 'ㄺ, ㄻ, ㄿ' 이다. 다른 블로그에서 본 암기법인데, " 닭 삶으며 <광야>를 읊다" 로 외운다. 여기 겹받침 3개가 둘째 자음이 발음되는 경우이다. https://blog.naver.com/okedu/220000265446 주인장에게 감사드린다.

 

 

이육사의 <광야>에는 "어데 닭 우는 소리 들렸으랴" 라는 시행이 있다. 그냥 있는 것이 아니라 이 시행의 의미가 이 시 전체의 의미를 좌우한다는 황현산의 매우 탁월한 해석도 있다. 기존의 해석과는 달리 황현산은 시인의 의도는 '닭이 울었겠느냐'란 부정적인 의미였음을 강조한다. 그래야만 마지막 행의 "이 광야에서 목 놓아 부르게 하리라" 가 제 의미를 온전히 획득하여, 비로소 시 전체가 완결되기 때문이다.

 

 

11개의 자음군을 첫 째 자음이 남는 것 8개와 둘 째 자음이 남는 것  3개로 분류하고, "닭 삶으며 <광야>를 읊다" 로 일차 난관을 넘었다. 그런데 아직 자잘한 난관이 몇 개 남았다.

 

 

 

원칙적으로 첫 째 음절이 발음되는 'ㄼ'에 있어서 예외적 사례가 있다. 이유는 알 수 없고 두 가지 사례가 있다. '밟다'와 '넓죽하다' 혹은 '넓둥글다' 

 

어간 '밟-' 다음에 자음으로 시작하는 어미가 오는 경우에 'ㄹ'이 아니라 'ㅂ'이 발음된다. 〔밥:따〕 〔밥:꼬〕 등.

 

'넓다'는 원칙과 동일하게 〔널따〕이다. 그런데 '넓'이 포함된 복합어 중 몇 가지 경우 'ㄹ'이 아니라 'ㅂ'이 발음된다. '넓죽하다' 〔넙쭈카다〕 '넓둥글다' 〔넙뚱글다〕

 

원칙적으로 두 번째 자음이 살아 남는 'ㄺ' 에도 예외적 경우가 있다. 용언의 어간 말음 'ㄺ' 다음에 'ㄱ'으로 시작하는 음절이 올 때이다.  '읽다'는 원칙대로 〔익따〕인데, '읽- + -고' 로 용언이 활용되면 〔일꼬〕가 된다. 'ㄱ'이 탈락하고 'ㄹ'이 남는다.

 

이쯤되면 하기 싫어진다. 원칙도 힘든데 예외라니 !  이럴 경우는 우선 원칙만 기억하고 예외는 나중에 기억하는 것이 나는 속이 편하다.

 

 

어쨌거나 1. "닭 삶으며 <광야>를 읊다"  2. "책을 〔일꼬〕 〔넙쭈카게〕〔밥따〕" 

 

 

 

3. 자음군 단순화 적용 요건

 

 

자음군 단순화도 표준 발음법 4장의  '받침의 발음' 에 속하는 항목이다. 받침의 발음과 관련해서는 < 문법4. 음절 끝소리 규칙 ..> 에서 1차 정리하였다. 음절 끝소리 규칙과 자음군 단순화 둘 다 받침의 발음과 관련한 음운의 변동이다. 이 두 가지 음운 변동은 또한 연음/절음과 관련이 있다.

 

연음 자체는 음운의 변동이 아니다. 받침을 발음할 때 그냥 연음을 시킬 것인가 아니면 음운 변동 즉 음절 끝소리 규칙이나 자음군 단순화를 통해 대표음으로 발음할 것인가가 핵심이다. 그러므로 자음군 단순화가 일어나는 음운 환경은 음절 끝소리 규칙과 동일하다.

 

 

 

 

 

적용되는 경우는 자음군 다음의 음절이 자음으로 시작하거나 모음으로 시작하는 실질 형태소일 경우이다.

 

'닭+고기 ' 합성어에서 '닭' 다음에 자음 'ㄱ' 이 오므로 '닭'은 자음군 탈락을 거쳐 〔닥〕이 되어 '고기'와 결합한다.  이때 '고기'는 된소리가 되어 〔닥꼬기〕가 된다.

 

'닭' 뒤에 모음으로 시작하지만 뜻을 가진 실질 형태소 '앞에'가 오는 경우에도 절음이 되어 즉 자음군 단순화가 적용 되어 '닭'이 〔닥〕이 되어서  〔닥앞에〕로 일차 음운 변동이 있다.  '앞에' 만 떼어 보면 '앞' 다음의 '에'는 모음으로 시작하는 형식 형태소이므로 'ㅍ'이 그대로 연음되어 '에'의 초성으로 넘어가서 〔아페〕가 된다. 두 음운 현상을 연결하면 〔닥 + 아페〕 → 〔다가페〕로 최종 발음된다. 전 글에서도 보았지만 받침이 대표음으로 바뀐 이후에 받침은 뒤 음절의 초성으로 넘어간다. 실질적으로 보면 연음이라 할 수 있으니 절음 이후 연음이 되는 것과 같다.

 

자음군 단순화가 적용되지 않는 경우도 음절 끝소리 규칙과 마찬가지로 뒤 음절이 모음으로 시작되는 형식 형태소일 경우다. 바로 연음시키면 되는데, 음절 끝소리 규칙과 다른점은 자음군 즉 두 개의 받침이 있으니 둘 째 받침만 연음시키고 첫 째 받침은 그대로 앞 음절에 남겨 두는 것이다. 사이 좋게 하나씩 나누어 가지면 된다. '닭' 과 형식형태소 '을' 의 경우 〔달 + 글〕 로 ㄺ이 나누어 져서 〔달글〕이 된다. '닭이'도 연음되어 〔달기〕이다.  〔다글〕이나 〔다기〕 가 아니니 조심하자.

 

 

 

표준 발음법 14항과 15항 붙임에 모음으로 시작되는 형태소의 종류에 따른 자음군 단순화 적용에 관한 규정이 있다.  

 

 

 

 

4. 받침의 발음 : 음절 끝소리 규칙과 자음군 탈락

 

두 가지 음운의 변동을 표로 정리, 비교하여 받침과 관련한 내용을 마무리 한다.  받침에 오는 'ㅎ' 이 남았지만, 'ㅎ'은 거센 소리 되기에서 정리하는 것이 나을 듯 하다.

 

 

 

EBSi 강의에서는 음운의 변동을 교체, 탈락, 축약, 첨가로 분류해 놓고 있다. 음절 끝소리 규칙은 교체 항목에서, 자음군 단순화는 탈락 항목에서 가르친다. 반면 표준 발음법에서는 4장 받침의 발음 항목 안에 모아서 설명한다. 나는 연음의 개념과 더불어 한꺼번에 받침을 정리하였다. 개인적으로는 이쪽이 더 체계적으로 이해가 된다.

 

교체와 탈락은 음운 개수에서 차이가 있다. 교체는 말 그대로 바꾸는 것일 뿐이니 음운 개수에는 변화가 없다. 변화는 0 이다. 탈락은 없어지는 것이니 음운 개수가 줄어든다. 겹받침에서 첫 째 자음이 탈락되든 둘 째 자음이 탈락되든 자음군이 단순화되면서 2개의 음운이 1개의 음운으로 줄어든다. -1의 변화가 있다.

 

대표음으로 바뀌는 두 가지 음운 변동에서의 공통점은 계속해서 상세히 살펴보았기에 덧붙일 설명은 없다. 다만 종성 다음 음절이 모음으로 시작할 때 형태소 구분을 정확히 해야 한다는 것만 다시 확인하자. 

 

 

 

5. 덧붙임 : 'ㄺ' 예시

 

닭 먹고 책 읽기?  책 읽고 닭 먹기? 

아무래도 좋아하는 두 'ㄺ'에 대해 정확한 사례를 정리해 두고 싶어서 덧붙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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