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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무새 죽이기
하퍼 리 지음, 김욱동 옮김 / 문예출판사 / 2010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이야기는 어린아이인 '옥희'의 시점에서 어머니와 아저씨사이의 미묘한 관계를 써내려간 소설이다. 어린아이의 시점에서 써내려 가 유교적 이념때문에 좌절되는 어머니의 안타까움을 더 느낄 수 있다.
이 책도 주인공들 중 가장 어린 '스카웃'이란 아이의 시점으로 써내려가고 있다.
이 책의 배경은 인종차별이 한창 심할때의 미국이다. 스카웃의 아버지는 변호사인데 흑인의 변호를 맡게되어 마을사람들과 가족들로부터 온갖 비난과 질타를 받게 된다. 스카웃은 이렇게 비난을 받으면서까지 아빠가 왜 이 일을 하려는지 그리고 주변사람들은 왜 아빠를 그렇게 비난하는지 이해할 수 없어 한다. 이 책은 이 책 전반에 걸쳐 일어나는 일을 이해하지 못하는 스카웃의 관점으로 써 내려가기 때문에 이 책 전체가 하나의 커다란 물음표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정작 작가가 던지고 싶었던 물음은 스카웃이 아닌 스카웃의 오빠 '젬'이 던진다.
"스카웃, 너 이거 알아? 이제 모두 알겠어. 최근에 생각에 생각을 거듭해서 알아낸 거야. 세상에는 네 부류의 인간이 있어. 우리나 이웃사람같이 평범한 사람들이 있고, 숲속에 사는 커닝햄 집안 사람 같은 사람들이 있고, 쓰레기장에 사는 이웰 집안 사람 같은 사람들이 있고, 흑인들이 있어."
"중국 사람들이나 저 아래 볼드윈 군에 살고 있는 혼열아들은 어떻게 하구?"
"내 말은 메이콤 군에서만 말이야. 솔직히 말하면 우리 같은 사람들은 커닝햄 집안 사람들을 별로 좋아하지 않아. 커닝햄 집안 사람들은 이웰 집안 사람들을 좋아하지 않고, 이웰 집안 사람들은 흑인들을 증오하고 경멸하지."(p.426~427)
"아냐. 누구나 다 배워서 아는 거야. 날 때부터 글을 읽고 쓸 줄 아는 사람은 하나도 없어. 월터는 그 나름대로 똑똑한 거야. 집에 남아서 아빠 일을 도와줘야 하기 때문에 때로 뒤에 처질 뿐이지. 그 애한테 잘못된 것은 없어. 아냐, 오빠, 내 생각으로는 오직 한 종류의 인간만이 있을 뿐이야. 그냥 사람들 말이지."
오빠는 몸을 돌려 베개를 때렸다. 다시 편안히 자리를 잡을 때 얼굴에 근심의 구름이 끼었다. 오빠는 저기압 상태에 빠져들고 있었고, 그래서 나는 점점 걱정이 되었다. 오빠의 눈썹이 하나가 되었고, 입이 한 일자가 되었다. 오빠는 얼마 동안 침묵을 지키고 있었다.
"나도 그렇게 생각했지."
마침내 오빠가 입을 열었다.
"네 나이때는 말이야. 오직 한 종류의 인간이 있다면, 왜 서로 사이 좋게 지내지 못할까? 그들이 서로 비슷하다면, 왜 그렇게 서로를 경멸하는 거지? 스카웃, 이제 뭔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아. 왜 부 래들리가 지금까지 내내 집 안에만 틀어박혀 지내는지 알 수 있을 것 같아.....그건 말이야, 아저씨는 집 안에 있고 싶기 때문이야."(p.428~429)
스카웃은 오빠의 문제제기를 오히려 이상하게 생각하며 별로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 그리고 이 후에도 오빠의 심리상태에 대한 서술만 나올 뿐 스카웃의 생각은 나오지 않는다. 왜냐하면 스카웃은 모든 사람들이 다 똑같다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기 때문에....
그래서 이 책이 더 마음에 와 닿는것 같다. 당연한 이치를 왜 깨닫지 못하고 지금까지도 서로 싸우고 있는지.....
몇 일 전에 텔레비젼 프로그램중 '안녕하세요'라는 곳에 나온 어떤 한 사람의 이야기가 생각난다. 이 프로그램은 자신 개개인들의 고민 사연을 가지고 나와 그 이야기들로 꾸며진다.
그 중 한 사람의 고민은 자신의 생김새가 중동지역 사람들을 닮은 것이었다. 그 자체가 고민이라기 보다는 자신의 외모를 본 사람들의 반응때문에 고민이었다. 아무 이유 없이 지나가면서 자신한테 한국말을 못알아 들을 것이라 생각해 욕을 한다던가 더럽다고 생각해 자리를 피한다던가. 이 모든 행동들이 지금 우리나라에서 외국인 노동자들에게 행해지고 있는 행동들이다.
1963년에 마틴루터킹이 바랬던 세계는 언제쯤 올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