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는 두 남자가 필요하다
마르티나 렐린 지음, 이용숙 옮김 / 마음산책 / 2002년 5월
평점 :
품절


서평을 읽는 순간부터 너무나 끌렸던 책이고 책의 흥미진진한 이야기에 한없이 빠져 읽다가 마지막 책장을 덮고 난 지금 조금 멍한 기분이다. 우리나라처럼 성적 코드가 난무하면서도 유교적 전통(?)이 확고하게 남녀 모두의 의식을 사로잡고 있는 현실은 늘 불가사의하다. 솔직히 Liebhaber를 자신의 문제로 수용할만큼 자유로운 의식을 가지진 못했다. 설사 이 책에 소개된 23명의 여성들과 어떤 식으로든 삶의 조건이나 자신의 삶에 대한 욕망이 너무나 닮아 있다하더라도 말이다.

나의 상태는 늘 남편에게 가족에 대한 무책임함과 무심함에 대해 끊임없이 화를 내고 더 많은 배려를 요구하나 상황은 점점 악화되고 있는 중이라고나 해두자,(변명이나 핑계는 무궁무진하다. 특히 우리나라의 중년 남자들에게는..) 지적을 받아야만 겨우 자신이 그랬을수도 있겠구나 하고 수긍하지만, 다음날이면 똑같은 절망이 계속되는 .. 이런 나를 두고 동생들은 체력도 좋다고 놀리지만 내 생각엔 기억력 상실증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소용없다는 것을 도무지 기억하지 못하는 ...

난 가끔 남편에게 이렇게 말해서 그를 놀라키는데, 솔직히 왜 놀래는지 잘 모르겠다. 그러니까 남편이 폭탄선언으로 받아들이는 나의 지론중의 일부는 다음과 같다. '난 10여년 전 결혼식을 통해 많은 사람들 앞에서 한 약속도 중요하지만 -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서 이행하려고 노력하겠지만 - 단지 어느날인가 당신과 결혼했기 때문에 무작정 함께 살지는 않을 것이다. 결혼은 서로가 행복하려고 한 것이었고, 지난 10년 만큼이나 남아있는 20년 아니 30년의 내 인생 역시 소중하기 때문에.. 그러니 함께 노력할 의욕이 사라지거나 삶이란 이런 것은 아니라고 생각되면 언제든 조용히 이야기해주기 바란다. 맨처음 나에게..(외도하기 전에..)'

에피소드 하나: 술 약속이 있다더니 다음날 새벽에야 들어와서는 읽다 둔 이 책 제목을 의미심장에게 들여다 보고 두어장 넘기더니 약간은 장난끼 섞은 어조로 이런 책은 읽지 않는 것이 좋겠다고 한다. 최소한 나는.. 그 때 난 이렇게 말해 주었다. 최소한 책에 대해 평을 하고 아내에게 충고를 하려거든 한번쯤은 진지하게 읽고나서 말해주면 좋겠다고.. 그리고 어떤 책을 읽고 무엇을 얻고 버릴 것인지 정도의 판단은 하면서 산다고.. 그런 걱정하지 말고 귀가시간이나 챙겨보시라고..(내가 너무 과격했나?.속으로 궁시렁거린말? 왜 두남자 뿐이겠어? 당신이 하도 자리를 넓게 만들어줘서 서너명은 충분히 수용하고도 남겠다!)

남편은 내가 뭘 원하는지 너무 어려워하지만, 사실 너무 간단한 것들이다. 이제는 기억속에서 겨우 존재하는 처음 만났을 때의 그 설렘들, 그리고 자잘한 배려들 까지는 아니더라고 이른 저녁을 먹고 잠들때까지 이런 저런 이야기에 귀기울여주는 - 신문 TV 핸드폰 사절- 그런 남편의 모습을 한달에 한번 아니 계절에 한번정도라도 보고 싶다는 것이다. 이것도 욕심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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