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그대, 말의 숲을 거닐다 - 다채로운 말로 엮은, 어휘 산책집
권정희 지음 / 리프레시 / 2025년 12월
평점 :
권정희 작가님의 『그대, 말의 숲을 거닐다』는 책장을 넘길수록 마치 숲속을 천천히 걷는 듯한 느낌을 주는 책이었다. 화려하거나 과장된 문장이 아니라 담담하고 단정한 문장이 이어지는데, 오히려 그 담백함 덕분에 문장 하나하나가 마음에 오래 머물렀다. 요즘은 AI가 일상 깊숙이 들어오고, 인터넷 용어가 너무 자연스럽게 쓰이면서 우리가 원래 알고 있던 소중한 어휘들이 점점 밀려나고 있다. 그런 시대 속에서 이 책은 잠시 멈춰 서서 숨을 고르게 해주고, 잊고 살던 단어와 감정들을 다시 떠올리게 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었다.
읽는 동안 가장 기억에 남았던 단어는 ‘풀솜할머니’였다. 그 단어 하나에 오래 잊고 있었던 외할머니의 모습이 떠올랐다. 늘 나를 챙겨주고, 별 의미 없는 말들 사이에도 따뜻함이 있었던 손주사랑이 자연스럽게 떠오르며 묘한 울컥함이 밀려왔다. 살아가기 바쁘다는 이유로 감정을 미뤄두고, 지나간 사람과 추억을 정리하지 못한 채 살아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작가님의 글은 그런 나에게 잠시 멈춰 돌아보라고 말하는 듯했다. 마치 외할머니께서 “고생하네, 우리 강아지”라고 다정하게 말해주는 목소리가 귓가에 맴도는 기분이었다.
책을 읽으면서 나는 아름다움과 그리움, 그리고 나 스스로에 대한 반성이 동시에 일었다. 평소 무심하게 사용했던 표현들, 익숙한 줄 알았지만 사실 잊고 있었던 단어들, 그리고 말이 가진 무게를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책장을 덮은 뒤에도 그 여운이 쉽게 사라지지 않았고, 하루 일상 속에서도 문장들이 자꾸 떠오르며 마음을 붙잡았다.
각종 SNS 속 빠르게 소비되는 언어에 지쳤거나, 나도 모르게 말이 거칠어졌다고 느끼는 사람에게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단순한 문장집이 아니라, 삶과 기억을 정리하고 마음을 다듬을 수 있게 해주는 책이기 때문이다. 정말 누군가에게 선물하고 싶은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