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간 경비원의 일기 현대문학 핀 시리즈 소설선 20
정지돈 지음 / 현대문학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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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돈 작가의 글은 비유하자면.. 계곡같다. 큰 물줄기 없이 졸졸졸 사소한 곳까지 누비면서도 고이지 않고 시원하게 흐른다.

깊은 통찰이나 이해감을 주는건 아닌데 왜 계속 읽고싶나 생각해보면 이런 정신적 청량함과 시원한 흐름 때문인 것 같다. 좀 혼란스럽기도 하고 굳이 내가 빠져들어야 하는 세계인가, 무슨 의미가 있나 싶은 이야기들도 있지만, 마음에 드는게 정말 마음에 들어서 읽게된다. 다만... 내가 이 소설을 제대로 읽었는지는 모르겠다.

말하고 나니 그럴듯한 것 같기도 하고 궤변인 것 같기도 했다. 하나 마나 한 말인 것 같기도 하고 필요한 말인 것 같기도 하고, 말하기 위해 말한 것 같기도 했다.
한마디로 말하면 엄청 후회가 됐다. 이런 얘기를 왜 했지?

그는 짧게 자른 머리에 금목걸이를 하고 통 넓은 기지 바지를 입는 90년대 사람으로 90년대에 머무르는 바람에 2010년대 후반에 힙스터가 된 시대착오적인 동시대인이었다.

우리는 그를 이성복이라고 불렀다. 지금 생각 해보면 이성복은 아무 말이나 했던 것 같다. 진중함과 유머 사이를 자유롭게 오가며 문학에 관한 전언을 허공에 난사하는 식이었다고 스스로는 믿었던 것 같은데 실상은 닳고 닳은 수사를 목소리 깔고 반복하는 데 불과했다. 카프카는 말했습니다. 책은 얼어붙은 정신의 바다를 깨는 도끼! 베케트는 말했습니다. 실패하라! 더 잘 실패하라!! - P20

비굴하거나 어색한 태도로 사람을 편안하게 할 수 없으리라는 것은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좀 더 설명하자면 그는 다른 이의 기분을 살피고 부탁을 들어주면서도 굽히지 않는 독자적인 우아함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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