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tas Brand Vol.10 : 디자인 경영 유니타스브랜드 10
유니타스브랜드 잡지 기획부 엮음 / (주)바젤커뮤니케이션 / 2009년 6월
평점 :
절판



읽고 버리는 잡지가 아니라, 생각하고 공부하는 잡지를 만났다.
책의 장점(진정성,깊이,독립성)과 잡지의 장점(타이밍,화려한 레이아웃,자유로운 실험)만 갖춘 메가북=Magazine+ Book, Unitas Brand다. 텍스트를 열면 "디자인 경영 키워드 61" 뫼비우스 인덱스가 앞 부분에 나와 있다. 목차는 안보이고, 역시 디자인 잡지라 달라~.라고만 생각했던 나. 잡지를 절반 이상 읽고 나서야, 첫장이 붙어서 목차를 못 봤다는 걸 알고 얼마나 어이없는지..그동안 이곳저곳 쑤시느라 개념이 안 잡혔다.-;;

 

브랜드 전문잡지라서 이론 부분은 읽어도 무수한 '동어반복'이고 해괴한 영어단어의 속출이었다. 인터뷰 글이라 쉬울 줄 알았는데, 아니다. 이 책을 처음 대하는 분은 1장 스케치 살짝 훑고, 바로 3장 사례연구로 뛰고, 4장 심층취재 읽어주고 2장 이론 부분+ 6장 강연코너를 읽기를 권한다. 그것이 자연스럽게 흐름을 놓치지 않으면서 싫증없이 재미나게 읽을 수 있는 비결이다. 디자인, 소비자행동, 네이밍에 나름 관심있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브랜드 경영을 접하고 보니 그동안 인문, 경제+경영서적을 너무 쉬었나..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패션 엘르나 월간 디자인처럼 페이지 휙휙 넘어갈 수 있는 내용이 아니다. 그냥 전문잡지가 아닌 거다.

 

사례연구로 한번 발동이 걸리니까, 읽는 게 즐거워졌다. 이 잡지에서 가장 좋았던 부분은 [M-Synergy,모토로라코리아의 디자인 경영]이다. 한국 기업이 디자인 경영을 체화하지 못하는 단점을 모토로라코리아는 글로벌 기업으로서 한국인의 장점을 잘 살리면서 선두주자가 된다. 디자인 경영을 눈에 보이는 기업 활동으로 잘 보여준 [WOW Designer W 호텔], 이론으론 몇 번 읽어도 그 말이 그 말 같던 디자인 경영의 발전(?) 과정을 짐작하도록 해 준 [Designer에서 Value Creator로의 혁신], 현장에서 디자인 경영의 철학을 보여준 [디자이너 같은 경영자 루펜리, 경영자같은 디자이너 사이픽스]가 기억에 남는다.

 

이렇게 잡지를 열심히 읽은 건 정말 처음이 아닐까 싶다. 머리가 뻑적지근하고 몸이 우두둑거린다. 그나마 며칠 비가 계속 와서 더위 때문에 짜증나는 일은 없었던 게 다행이다. 잡지 1권 읽는데 같은 분야 책 3~4권 읽은 기분이다. 그만큼 내용이 충실하다. 이제 Vol.10인데 앞으로 기대되는 (격월간) 잡지다.

 

인상적인 구절:

보통 디자인을 스타일로만 국한지어 생각하지만 그것은 일부일 뿐이고, 궁극적으로는 '제품의 본질과 사람을 이해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스타일링하는 사람을 디자이너라고 하는 것이 아니라 '통찰력'을 가진 사람을 디자이너라고 하는 것이죠. 고객의 마음 속을 늘 궁금해하고 그 흐름을 보고 있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어떠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통찰력 있는 제안을 할 수 있는 것입니다. [사이픽스]
 

저는 디자인이 소비자에게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 준다고 생각합니다. 원론적이지만 그 부분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 디자이너가 직면하는 가장 큰 적은 바로 공포다. 클라이언트에 대한 공포, 실패에 대한 공포, 아이디어에 대한 공포. 공포를 극복하는 능력은 아마 우리가 얻을 수 있는 최고의 기술이 될 것이다.. 영혼을 잃고 싶지 않다면, 우리는 공포를 극복해야 한다. [Designer 에서 Value Creator로의 혁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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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벌한 한국 엉뚱한 한국인 - 중국 여교수 첸란이 해부하고 엎어치는 우리들의 속내
첸란 지음 / 일송북 / 2009년 5월
평점 :
품절


구구절절 옳은 소리지만, 재미는 없다.

한국사회를 꼬집고 치부를 드러내서가 아니라 신문칼럼조로 논평을 하기 때문이다.

지은이 첸란은 중국사람으로 한.중 문화비교를 전공한 교수라 그런지 상당히 논리적이고 자료구성-글감 마련에도 정성이 배어있다.

한국에 대한 애정도 충분하고 따뜻하다.

하지만 아무리 영양가 높은 음식이라도 손이 가지 않으면 그만이다.

에피소드 중심으로 코멘트하는 방향으로 나아갔으면 술술 읽히면서도 맛나게 음미할 수 있었을 텐데, 아쉽다.

다만 중국인으로서- 이것도 글쓴이가 하얼빈에서 교사생활할 때 한국으로 귀화했다고 하니- 한글을 이토록 자유자재로 구사하며,

토박이 한국 성인의 절반 수준을 웃도는 글쓰기 능력은 높이 살 만하다.

 

제목처럼 '살벌한 한국'을 보여주었는지 몰라도 내심 기대했던 '엉뚱한 한국인'은 못 본 것 같다.

이방인의 눈으로 본 한국인의 본질,실체,내면이 궁금했는데 마치 한국사람처럼 얘기를 해버리니 흥미가 붙어있기 힘들다.

뒷 장의 카피 "내가 미처 알지 못한 나의 맨 얼굴"은 없는 셈이다.

이 글쓴이의 살아있는 '감각'을 느끼려면 <웰컴 투 차이나>를 읽기 바란다. 나도 이 책을 대하고 나서야 비교 관점에서

<살벌한 한국, 엉뚱한 한국인>을 끝까지 읽어낼 수 있었다. 사람이 하루 세끼 한가지 반찬으로 밥 먹기 힘든 이유와 같다.

정말 글쓴이의 언어구사와 필력은 왠만한 성인 한국인을 능가한다. 전문 글쟁이 수준이다. 존경스럽다.^^

 

저자가 쓴 중국안내기 <웰컴 투 차이나>를 추천한다.

중국인이 왜 그처럼 속을 알 수 없는 무례한 인간이 되었는지 역사적 사건을 들어 차분히 설명한다. 그 밖에 중국인들의 사고방식을 엿보고

그들의 역사를 다이제스트하게 맛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사람은 자기 이야기를 할 때 가장 자연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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탤런트 코드 - 재능을 지배하는 세 가지 법칙
대니얼 코일 지음, 윤미나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9년 6월
평점 :
품절


제목부터 깔삼하지 않은가?
"완벽한 연습이 완벽한 결실을 맺는다"가 재능의 용광로 에서 견져낸 핵심이다. 점화와 마스터코칭은 두개의 기둥이고.
다른 말로 하면, '심층 연습'이다. 이렇게 하면 뇌 속의 신경세포를 미엘린이란 물질이 한 겹 감싸고, 반복해서 신호를 발사하면 또 한 겹- 자꾸 두꺼워지면서 나중엔 자동으로 천재(=동물적 감각) 수준으로 비상한단다.
바이올린 한달 치 연습을 6분만에 끝내는 마법의 코스, 브라질 축구의 영혼인 '풋샬'의 정체, <폭풍의 언덕>을 쓴 브론테 자매는 문학적 천재인가? 란 예로 들면서 '심층 연습'의 전모를 샅샅이 훑어 절로 고개가 끄떡여진다. 그저 그런 자기계발서나 심리연구서와 궤도가 다르다.
이런 생생한 사례는 글쓴이가 지난 몇년 간 현장을 취재하면서 낚아 올린 것들이다.

 

이 책은 '실수'를 중요시하는데, 실수를 바로잡는 과정에서 미엘린이 두꺼워진다는 점이다. 미엘린이 두꺼워진다는 것은 곧 스킬이 향상된다는 말과 동의어다. 시행착오를 하면서 바른 길로 나아가는 능력이 가장 빨리 가는 것이며 자연스런 학습과정이라고 말한다.
책의 분량 절반을 '심층 연습'에 쏟아붓는 만큼 Deep Practice의 중요성을 각성시킨다.  다음으로 '나를 폭발시키는 점화장치'는 동기부여라고 할 수 있는데, 인간심리를 꿰뚫어보는 <톰소여의 모험>, 집단적인 자기암시 <큐라소 리틀 야구단>, 디테일이 소속감과 미래안정욕구를 채워준다는 <KIPP 학교>를 보여주면서 이해를 돕는다. 흔히 칭찬이 동기부여하는 최고의 방법이라 알고 있지만 여기에도 함정이 있다고 한다. '똑똑하구나'란 지능에 대한 칭찬을 들은 아이들보다 '애썼구나'란 노력에 대한 칭찬을 들은 아이들이 학습성취도가 훨씬 높다는 연구결과를 제시한다.

 

마지막 '마스터 코칭'은 이 장만 따로 떼어 책 하나로 엮어도 될 만큼 내용이 알차다. '절도 시스템'을 마련한 은행강도가 나오는가 하면, 미식축구계의 전설적인 코치로 숨겨진 인물도 등장하고, 내 아이 대학보내기 프로젝트 학교도 선보인다. 하나같이 흥미로우면서 느끼는 바가 있다. 특히 보컬 트레이너인 셉티엔의 코칭 스타일 해부에는 배우는 점이 많았다. 에필로그에서 도요타가 세계 최고 자동차 제조사가 된 비결을 탤런트 코드 관점에서 바라본다. "뭔가 잘못된 것이 있으면, 왜 그렇게 되었는지 다섯 번 질문하자." 란 표어가 공장 정문 위에 걸려있다는 글에서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메시지를 놓치지 않는 프로정신에 감동했다.

 

제목에 낚이기 쉬운 자기계발서 흐름에서 <탤런트 코드>는 기대하지 않았던 수확이었다. 본문 안에 관련 자료, 책도 많이 나오고, 새로운 용어, 문화적 차이를 실감케하는 어휘도 쏟아져 나와 읽는 즐거움이 한층 더 했다. 논지를 뒷받침하기 위해 자료를 짜깁기한 책이 아니란 증거다. 오랜만에 리얼리티가 살아있는 책을 만났다. 책의 무게를 따진다면, <잃어버린 지혜, 듣기> 에 가까운 수준이라 평가한다. 


 

인상적인 구절:

"중요한 건 이거예요. 애들이 좀 더 예민하게 느낄 수 있도록, 어릴 때 격려를 많이 해줘야 해요. 애들에게 무슨 말을 할 때는 제대로 알고서 말해야 해요. 특히 시작하는 아이에게 말할 때는 무진장 신중해야 하죠. 무슨 말인지 알아요? 실력 향상이란 건 사실 자신감의 향상이에요. 애들은 먼저 자신감이 있어야 해요. 그래야 실력이 생겨요. 그리고 일단 불이 켜지면 꽤 오랫동안 밝게 유지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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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홍 마코앵무새의 마지막 비상 -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새를 지키기 위한 한 여인의 투쟁
브루스 바콧 지음, 이진 옮김 / 살림 / 2009년 6월
평점 :
품절


이것이 소설이 아니란 걸 자꾸 잊어먹는다.

흥미로운 환경소설처럼 한번 페이지가 넘어가기 시작하면 손에서 놓기가 힘들다.

이야기가 마지막으로 치달으면서 허망해졌다. 결국 이거란 말인가?

멸종위기의 주홍 마코앵무새를 지키려는 동물원 여자의 처절한 몸부림은 타버린 재처럼 사그라든다.

 

동물에 대한 사랑, 밀림에 대한 사랑, 자연생태계를 향한 사랑을 간직한 여자. 샤론 마톨라.

"이건 끝이 아니에요. 시작일 뿐이에요...결국엔 자연이 경고할 거예요."

하나의 사랑을 빼앗기고 난 후에도 삶을 포기하지 않고 다음 사랑을 찾아갈 만큼 자유로운 영혼이었다.

 

벨리즈 시민들에게 전기를 공급할 댐 건설을 두고 개발도상국가의 정부와 기업이, "국제자연보호협회"와  동물원 여자를 상대로 한판 붙었다.

이 싸움에서 벨리즈 국민들의 참여는 정부의 결정을 뒤엎지 못한다.

환경문제가 아이콘인 시대에 환경단체의 거인 "국제자연보호협회"와 열정적인 "동물원 여자"까지 팔을 걷어부치고 나섰는데 지고 말았다. 

개발도상국가의 부정부패가 너무나 심각해서? 기업인의 양심이 치유할 수 없는 불치병이라서? 벨리즈 시민들의 자연 생태계 의식이 희박해서?

 

진실과 정의를 위해 싸워 줄 변호사가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

부정축재를 위한 정치인의 비리와 이익극대화를 노리는 철면피 기업들이 얼마나 위험할 수 있는지 덤으로 볼 수 있다. 

벨리즈 국내 법정싸움이 영국의 추밀원으로 이어지는 장면은 <다빈치 코드>같은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재판과정에서 과거 식민지 시절 겪어야 했던 개발도상국의 아픔과 마주치기도 했다. 결국 댐은 공사 진행되었다.

 

이 모든 과정을 다큐멘터리처럼 지켜보고 나니 어느 한 쪽을 비난할 수가 없게 되었다.

악덕 기업인처럼 보였던 포티스 회장도 그렇고, 인구 25만을 쥐락펴락하는 부정비리 정치인도 역사의 질곡에서 생겨난 곰팡이같은 존재란 생각이 들었다. 충분히 좋은 환경이었다면 버섯이 될 수도 있었을 텐데. 국제적 재판을 다루는 법정의 "신문고"라는 추밀원의 결정도 비난할 수만은 없었다. 댐건설을 반대하면서 동물원도 함께 지켜내야 했던 샤론 마톨라가 마지막으로 갈수록 힘을 잃는 장면은 안타깝기도 하면서 이해할 수 있었다. 

 

밀림에 먹이사슬이 있고 포식자와 동물, 식물이 함께 하듯이 인간사회에도 부정비리, 악덕기업, 생활운동인, 선량한 시민들이 함께 인류란 그물을 짜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저 다큐도 아닌, 소설도 아닌, 살아있는 이 시대의 이야기를 흘깃 본 경험이다. 세상을 살아나갈 희망은 언제나 있다는 역설적인 교훈을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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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워
배명훈 지음 / 오멜라스(웅진) / 2009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누드누들(만화가: 양영순) 이후 가장 강력한 쿠데타.
SF적 상상력으로 현실에 없는 것으로 현실을 꼬집는 건 작가의 전매특허 아니겠는가.
이솝의 귀환, 올더스 헉슬리의 재림이라고 하면 과장된 말일까.
 

270쪽이란 두껍지 않은 책 속에 연작 소설 6편을 버무려 내놓았다.
<동원박사 세 사람_개를 포함한 경우>는 알라딘 연재된 것으로 맛을 보았기에, <타클라마칸 배달 사고>로 직행했다.

타클라마칸- 사막 이름에서 뭔가 끌렸다. 은수(여)는 오래 전(=5년) 헤어진 남자친구의 소식을 시 공무원인 병수에게 전해듣는다. 민소(남자친구)가 정찰비행을 떠났다가 사막 한가운데서 행방불명되었다는 것이다. 빈스토크 시민권도 얻었고 5년이나 지난 애인을 굳이 찾을 필요도 없지만 왠지 모르게 구조 행동을 취하지 않으면 안될 것 같다. 그래서 입수한 위성사진 한 장. 드라마는 여기서 시작된다. 인터넷 사이트 하나 만들고 올린 사진 한 장으로 전 세계 네티즌이 한 손 거들고 나와 '헤어진 남자친구'찾기에 몰입한 것이다.  

혹자는 테크놀로지 시대에도 따뜻한 인정은 살아있다는 증거로 여길 수도 있지만, 내 눈에는 인스턴트 사랑에 딴지를 걸면서 "너희는 이런 순수를 아직 간직하고 있느냐"고 외치는 듯 하다. 사랑이 꼭 '배우자'로 귀결되지 않더라도 연애는 그 자체로 소중하다는 걸 말하려는 것 같다. 주인공 이름을 은수, 병수(갑,을,병..)로 지은 것이나 민소(:바보-정체성이 있다)가 사막에 불시착한 사건을 '배달사고'로 명명한 것은 물신숭배의 전통(?)에서 인간성을 잃어버린 개인을 보여주는 상징적 기호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가장 빠져서 감탄해마지 않았던 작품 <엘리베이터 기동연습>. 674층이나 되는 빈스토크(Beanstalk: <재크와 콩나무>에서 콩줄기. 첨에는 bean's talk= 콩가루 집안..정도로 알았다^^)는 엘리베이터 한 번으론 원하는 목적지에 갈 수 없다. 같은 층에서도 사방 5km 로 뻗어있는 광활한 수평지대를 통과하는 것도 보통 일이 아니다. 빈스토크 건물 자체가 하나의 국가란 설정이 낯설지 않다. 주인공 '나'의 고백으로 시종일관 진행되는 이야기는 교통공무원으로서 무계획과 부서에서 활약을 그린다. 빈스토크가 워낙 거대하다보니 그 안에 일하는 사람은 '수직운송조합'과 '수평운송노조'의 조직원으로 나뉜다.  

사회가 있으면 조직이 있고 조직이 있으면 파벌, 갈등이 야기되는 건 당연하다. '나'는 이웃집 여자가 때는 난방 온기로 겨울을 난다. 후에 수직주의자의 대표?로서 이웃집 여자를 만나게 되는데, 위에서 내려온 작전을 실행하면서 이어진 인연은 끊어지고 <520층 연구>란 책자 하나만 덜렁 남는다. 무계획과 전시 훈련 기술자의 눈으로 바라본 빈스토크는 시크하면서도 시큼한 맛을 낸다. 개인과 조직의 접점 한계는 어디까지인가. 개인은  조직속에서 정녕 존중받을 수 있을까, 아님 그저 기계부속품으로 만족해야 하나..란 화두를 던지는 듯 하다. 40쪽 남짓한 분량이 중편소설처럼 느껴지는 건 왜일까. 30분을 읽어도 3일동안 푹 빠진 느낌.^^

 

<광장의 아미타불>에서는 시위 문화를 인도코끼리 아미타브의 희화적인 등장으로 진한 페이소스(=비장미 [悲壯美])를 전시(show)한다. 처제와 형부간의 편지 주고받음이란 형식으로 진행되는 짧은 소설은  Ahern, Cecelia 의 <Love,Rosie> 를 떠올리게 한다. (e-mail & messenger talk로 소설전체를 구성함)

<샤리아에 부합하는>을 읽으면서 폭탄설치와 작전수행과정이 Forsyth, Frederick 의<자칼의 날>을 불쑥 상기시켜 주었다. 둘다 치밀한 과정으로 훌륭하게 눈속임을 했지만 불발이란 점에서 똑같다.

<자연예찬>은 고대의 상상력과 미래의 하이테크 감수성을 오가면서 현재의 자연환경을 돌아보게 만든 수작(秀作)이었다.

 

부록으로 <내면을 아는 배우 P와의 '미친 인터뷰'>도 발랄하고, 「타워 개념어 사전」도 <악마의 사전>을 보듯 유쾌하다.

책을 읽으면서 내내 왜 제목이 <타워>일까 생각해보았다. 인간의 높이 오르고자 하는 욕망을 드러낸 어휘선택이 아니었나 짐작한다.~~!!! 

 인상적인 구절:  그냥 그 사람이 좋았어. 그 사람이 그렇게 말하면 다 진짜인 것 같았어. 이듬해에 그 여자가 『520층 연구』라는 책을 냈는데, 그게 아마 30년 수평주의 역사상 제일 아름다운 책이 아니었을까. 7년간 520층에 살면서 관찰한 것들을 수평주의 이론은 전혀 사용하지 않고 오로지 자기 통찰력만으로 서술해낸 책이었는데, 말 그대로 딱 520층 이야기밖에 없는 책이었거든. (12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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