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1 | 2 | 3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
사고의 용어사전
나카야마 겐 지음, 박양순 옮김 / 북바이북 / 2009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수험생처럼 노랑 볼펜으로 밑줄을 그어가며 읽었다.

그동안 내 인생에서 지나쳤던 책들의 제목이 CF 카피처럼 떠올랐다 사라져갔다.

글쓴이는 차례대로 읽어줄 것을 권했지만, 버스 노선대로 움직일 필요는 없다.

이 책은 철학의 흐름을, 그동안 이슈로 떠올랐던 주제어 하나를 정해서, 여러 철학자의 시각을 들어보는 것으로 구성되어 있다.

 

철학하는 것은 "삶의 의미를 밝혀주는 작업"이라 난 생각한다.

- 플라톤은 철학자란 영혼의 의사이며 타인의 카타르시스를 위해 존재한다. (카타르시스-110쪽)

정약용의 실사구시처럼 일상생활에 도움이 되지 않는 학문은 쓸모없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이데아,개념,,일상과 동떨어진 용어는 읽기에도 재미없고 생활에 도움될 건덕지 추리기도 쉽지 않았다.

철학의 이모저모를 펼쳐내는 방식은 마치 에세이를 읽어 내려가듯 부드럽고 친절하다.

저자의 의견도 때로 첨부하고, 감탄사도 연발하며 맛깔난 상차림하듯 근사하게 펼쳐보인다.

 

요즘 같은 자본주의 세상에선 돈이 정의고 바로 법이다. 이를 뒷받침하는 듯한 문장이 있다.

- 정의의 여신상은 손에 저울을 들고 있다. 그리스 때부터 정의(Justice)는 수량적인 척도에 따라 재분배되는 것으로 여겨졌다. 레비나스는 그 수량적인 척도가 될만한 것은 화폐밖에 없다고 보았다. (화폐-120쪽)

또한 이 시대는 소유하는 것과 나눔에 대한 성찰이 요구되는 바, 눈에 띄는 구절을 옮겨본다.

- 궁극적인 소유는 '먹는' 일이다. 사물을 신체로써 소화하고 신체의 일부로 삼는 것이야말로 최고의 소유이다.(...)
소유가 불가능한 존재에 대해 인간은 살의를 품는다고 레비나스는 말한다.
(소유-288쪽)

- 바타유는 탕진이야말로 인간에게 어울리는 행위라고 생각한다. 낭비하는 것, 증여하는 것, 웃는 것 따위에서
인간은 최고의 에로스를 맛볼 수 있고, 그것이 진정한 의미에서 '인간다운' 행동이라는 것이다.
(생산-313쪽)

- 바타유의 보편 경제학에 의하면 공동체 내부에 부()가 과잉 축적되면 그 공동체는 붕괴된다.
결국 포틀래치(potlatch: 북미 인디언의 재산을 남김없이 주는 풍습)는 공동체가 파괴되는 것을 막는 지혜로운 수단이 된다.
(증여-337쪽)

이 글을 읽다 보면 사람이 왜 식탐을 하는 지, 권력을 획득하려는 바탕에 깔린 감정상태를 엿볼 수 있다고 할까,

기부가 사회적으로 용인되어야 할 이유를 찾을 수 있다.

 

이렇게 쏙쏙 뽑아 볼 만한 구절이 여기저기 박혀 있어 심심치 않게 읽을 수 있다.

하지만 글을 따라가며 그냥 저자의 생각을 흡수하는 것이 아니라 내 안의 거울에 비춰보고 검증해봐야 내 것이 된다.

원래 철학책이나 개념어 사전 종류의 책은 옮기기가 만만치 않을 텐데 번역의 품질도 좋다. 의미없이 꼬인 문장도 없고.

번역에 대해 한 장을 할애한 곳(461쪽)에서 독특한 견해를 보인 곳을 인용하고 싶다.

- 번역이라는 작업은 원작의 의미에 가장 비슷하게 따라갈 것이 아니라,
오히려 원작이 의도한 것을 세부적인 요소까지 애정을 가지고 자신의 언어로 형태를 갖추도록 만들어야 한다.
그렇게 해야 두 개의 깨진 도자기 조각이 한 항아리의 파편이라고 인정받게 된다.: 발터 벤야민 <번역자의 사명>

번역이 가능하냐, 불가능하냐는 논쟁은 멀찌감치 버리고 번역에서 집중해야 할 부분이 무엇인지 확실히 보여준다.

문체를 옮겨야 한다, 구둣점까지 번역한다,,는 원로 번역가의 말씀도 절대 규칙이 될 수 없다는 거.

'옳은 번역'은 없으며 많은 이에게 어필하는 번역이 '좋은 번역'이란 사실.

하나의 텍스트가 두 개의 언어로 표현됨으로써 

원작이 표현하고 싶었던 것이 더욱 풍부하게 다시 태어난다는 가능성이 번역에 있다 는 견해가 놀랍다.

우리가 흔히 번역은 원작을 따라가지 못한다며 원서를 읽을 것을 권하지만, 글쓴이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간다.

- 외국어로 표현된 텍스트를 읽는 최선의 방법은, 원문으로 읽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번역해보는 것. (번역- 463쪽)

니체 식으로 말하면, [피와 잠언으로 쓰는 자는, 읽혀지기를 원하는 것이 아니라 암송되기를 원하다.]는 맥락일 터.

 

내가 좋아하는 니체와 프로이트가 많이 출현해서 좋기도 했지만, 바타유란 철학자를 알게 된 것도 큰 수확이었다.

비트겐슈타인의 활약도 보기 좋았다. 그리고 서양철학에서 아리스토텔레스의 영향력이 막강하다는 점을 다시금 느꼈다.

그외 헤겔, 하이데거, 마르크스, 칸트, 들뢰즈의 이모저모를 살펴보았고 메트롱퐁티, 레비나스,  낯선 철학자도 만나 보았다.

아직 못 다 읽은 부분이 조금 남았지만, 틈나는 대로 펼쳐서 읽어보면 좋은 책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심리학자, 노무현과 오바마를 분석하다
김태형 지음 / 예담 / 2009년 8월
평점 :
품절


< 심리학자 정조의 마음을 분석하다 : 심리학자가 만난 조선의 문제적 인물들>을 읽었던지라, 이 책도 기대했다.  읽으면서 오바마의 성장환경과 인간됨을 알고, <내 아버지로부터의 꿈 , Dreams from My Father>을 보고 싶단 맘이 생겼다.(원서가 있으니 원서로 봐야겠지?*!) 노무현의 자살에 대해서 언론은 마지막 승부수라 했는데, 이 책을 읽어보면 그럴 수 밖에 없는 막다른 선택이었음을 알게 된다. 마치 제가 죽을 걸 알면서도, 바다를 건너게 해주던 거북이를 독침으로 찌른 전갈처럼 피할 수 없었음을.  

노무현을 좋아했고, 임기를 마친 대통령을 만나러 사람들이 봉하마을로 향한다는 뉴스를 듣고 나도 한 번 가볼까? 생각도 잠시. "포괄적 뇌물 수수 혐의" 뉴스에 혀를 차면서 나라가 어떻게 되려나-,-;; 했었는데, 청천벽력의 소식이 들려왔다. 이후 방송에서  노무현을 어떻게 포장했는지 모르겠다. 굳이 방송과 책에서 쏟아내는 후일담을 찾지 않았다. 살아서 욕먹는 사람도 죽어서는 나쁜 말 하지 않는 것이 우리네 조상들의 미풍양속(?) 아닌가 싶어서. 그러다가 이 책이 내 손에 들어왔다.  

<심리학자,,,분석하다>에서 익히 들어왔지만, 역시나 사람 사회생활하는데 어릴 적 경험은 절대적이었다. 부모에게 사랑받은 경험, 아버지-어머니의 관계, 외부 환경에 대한 부모들의 해석과 울타리 역할이 한 인간의 성격과 심리건강을 결정짓는다. 건강한 유년시절을 보낸 개인은 성장해서도 올곧게 크고, 시련을 맞아서도 쉽게 꺽이지 않는다는 예시를 보여준다. 문득 예전에 읽은 < 내 유년시절에 대한 황금빛 추억> 라즈니쉬/류시화 옮김,1990,청맥. 이 떠올랐다. 20세기의 성자 라즈니쉬도 어린 시절은 그야말로 황금빛 추억이었다고 말한다.

 오바마가 유색 인종으로 최초의 미국 대통령이 되기까지 역경과 극복 스토리도 흥미롭지만, 노무현의 대통령으로 가는 계단도 만만치 않았다. MTBI 유형분석으로 인물의 심리와 행동을 탐구하는데 지난번에도 느꼈지만 정말 유용한 도구라 하겠다. 우선 내 경우(INTJ)에 비춰봐도 잘 들어맞으니 딱히 의구심을 갖고 책을 대하는 근심은 없었다. 요즘, 심리치유 에세이 류 책들이 많이 쏟아져 나오는데, 상담-치유 사례를 살펴보고 이론적 근거를 탐구하는 것보다 이렇게 이 시대의 인물을 분석하여 건강한 모델을 제시하고 본보기로 삼는 것이 어쩌면 한결 도움이 될 것 같다.

 제 6장 대통령 자리는 축복인가 저주인가/ 인간 노무현의 고통에서 50쪽 분량(책의 1/5)을 할당하여 대통령 인생 역정을 설파한다. 이를 두고 노무현에게 무게중심이 옮겨져서 오바마가 홀대받은 거 아니냐(=옵션이냐)고 볼 수도 있겠지만, 대통령직 수행할 때부터 마지막 순간까지 과정은 너무나 중요하기에 생략할 수도 대충 넘어갈 수도 없다고 생각한다. 사람을 제대로 평가하려면 마지막(=무덤)을 보아야 한다는 옛말도 있지 않던가. 우리는 그것이 사라지고 나서야, 잃고 나서야 ’소중했구나’라고 가슴을 치는 경우가 있다. 이번 경우라면, 국민이 노무현을 지켜주지 못한 것이다.

 2000년도 선거에서 떨어지고, 현재 희망제작소를 꾸리고 있는 박원순에게 보낸 편지에 심정을 밝힌 부분을 보자.

일제 시대부터 형성된 ’올바른 주장과 행동은 결국 불이익을 가져온다’는 인식은 결국 ’모난 돌이 정 맞는다’ 또는 ’계란으로 바위치기’라는 말을 만들어냈습니다. (....) 저는 이런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분열주의와 불신풍조에 정면으로 맞서서 성공한 사례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189쪽)

 "정의가 이기는 성공사례" 만들기가 노무현 인생의 최종목표가 되었고, 2002년 대통령 출마 연설에서 이렇게 말했다.

조선 건국 이래로 600년 동안 우리는 권력에 맞서서 권력을 한 번도 바꿔보지 못했고, 비록 그것이 정의라 할지라도, 비록 그것이 진리라 할지라도 권력이 싫어했던 말을 했던 사람은, 진리를 내세워 권력에 저항했던 사람은 전부 죽임을 당했습니다
(220~221쪽)

 글쓴이의 분석에 따른 감정이입 부분.

노무현은 보통 사람이 행복하게 사는 세상, 착한 사람이 더 이상 좌절하지 않는 세상을 활짝 열고 싶었다...그런데 그 일은 실패로 끝났다...아! 내 인생의 남은 시간들을, 남은 에너지를 깡그리 바쳐 ’정의가 승리하는 그날’을 국민들에게 보여주고 싶었는데. 이제 기회조차 없는가. 도전조차 해볼 수 없단 말인가.(221쪽)

 이 부분에서, 나는 중원정벌을 실패하고 연이어 침략한 당군을 몰아낸 후, 마상(馬上)에서 숨을 거두어야 했던 연개소문의 여한(餘恨)을 떠올렸다. "하늘님, 언제쯤 저에게 중원 도모의 기회를 다시 주시겠습니까?"  처절한 목소리가 허공으로 솟아나더니 마상에서 앞으로 푹 고꾸라졌다. (대제국 고구려. 6- 357쪽)
참고: <연개소문 7>행림.1997-2006.유현종. <대제국 고구려 6>아침나라.2000.유현종. <새로 쓰는 연개소문전>추천.

 이 책을 읽으면서 ’영어로 번역해서 미국에서 출간하면 어떨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 수완만 따라준다면 능히 그렇게 했을 텐데..아쉽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미식견문록 - 유쾌한 지식여행자의 세계음식기행 지식여행자 6
요네하라 마리 지음, 이현진 옮김 / 마음산책 / 2009년 7월
평점 :
품절


읽는 내내 유쾌했다.

보드카의 원산지 논쟁이나 캐비어를 향한 인간의 쟁투, 감자가 유럽과 러시아에 뿌리를 내리기까지 과정은 한 편의 소설처럼 읽혀졌다. 

세계에서 가장 비싼 와인을 소재로 한 미스터리 소설이 있는 만큼 보드카,캐비어,감자의 역사에도

훌륭한 논픽션 거리를 제공할 수 있을 듯 하다.

미식가이며 대식가인 주인공 요네하라 마리의 음식탐구의 결정판은 '진짜 할바를 찾아서'에서 유감없이 보여준다.

그림도 없는 책을 보면서 입맛을 다시기는 아마 처음이 아닐까 싶다.

그만큼 글쓴이의 필력이 할머니가 옛날 얘기 들려주듯, 귀에 쏙쏙 들어오고 빨려들게 하는 마력을 갖고 있다.

러시아 동시통역사로 러시아를 500번 넘게 넘나들면서 음식에 대한 집착과 탐구는 그칠 줄을 모른다.

어렸을 때 읽은 동화책에서도 다른 애들과 다르게 동화 주인공이 먹었던 음식의 맛에 집중하는 에피소드를 봤을 때, 헛~ 웃음이 터져나왔다.

 

저자 한 사람 뿐 아니라 전 가족과 친척들이 음식매니아(=대식가)이니 "미운 오리 새끼" 취급을 받지 않아도 되니,

얼마나 축복받은 가정환경인가.

살기 위해 먹는 것이 아니라 먹기 위해 산다고 할 만큼 음식에 대한 강렬한 끌림을 갖고 있는 요네하라 마리, 그녀.

"맛없는 음식을 인내한 자가 세상을 지배한다."는 짧은 글은 참 설득력이 있었다.

나 역시 어릴 적 다른 집에 가면 항상 음식이 맛있었는데, 왜 그랬을까?

지금 혼자여도 별로 음식을 하진 않고, 상황되는 대로 먹고 음식 맛은 거의 가리지 않으니 성공의 기본조건은 갖춘 건가? 

타지에 있으면 어릴 적 어머니가 해 주던 제첩국이나 할머니가 만들어주던 청국장 생각이 간절할 때가 있다.

저자 말처럼 사람을 고향에 얽어매두는 것은 고상한 관념이나 거창한 이유가 아니라 어릴 적부터 인이 박힌 음식이라는 것.

절대 공감한다. 또 사람이 아프면 어릴 때 먹던 음식을 먹으면 낫는다는 얘기도 있고.

이 책에서도 우메보시가 라식수술 휴우증에 대한 특효 처방이란 에피소드가 나오는 거 보면,

음식에는 어떤 힘, 영혼이 있는 것 같기도 하다.

"음식이 바로 자신이다"는 말처럼 무엇을 먹느냐가 그 생명체의 활동, 특성, 본질까지 규명하는 건지도.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어소시에이트
존 그리샴 지음, 유소영 옮김 / 문학수첩 / 2009년 6월
평점 :
품절


영화 예고편을 봤다가 아~ 저거 재밌겠다. 싶어 보았더니,  

재미있는 부분은 예고편에 모두 나왔다는 황당한 경험, 한 두번은 있을 것이다.

이 책이 딱 그렇다. 책 소개에서 보여준 것 이상은 없다.

여름을 시원하게 나고 싶다면, 이 책을 읽지 마라. 짜증에 열불 나기 십상이다.

차라리 <낙인>이나 <차일드 44>를 읽기 바란다.

500쪽이 넘는 책을 읽었어도 이틀이면 읽었는데, 이 책 400쪽 남짓한 책을 나흘이나 붙잡고 있었다.

 

그리샴이 컴백했다기에 내심 기대했다. 초심을 되찾자는 의도는 좋았다. 그런데,

<The Firm> 번역서: 그래서 그들은 바다로 갔다..에서 구성을 베껴온 것부터 맘에 들지 않는다.

제목마저 <The Associate: 어소시에트>라니 어이가 없다.  

제 2의 전성기를 누리고 싶다면 서막을 참신하게 열어야 하지 않겠는가.

마치 빚쟁이한테 몰려서 책 하나 뚝딱 써낸 것이 아닌가 의심스러울 지경이다.  

긴장감도 반전도 없고, <리스크테이커>만 못하다.

소설 플롯과 스토리텔링이 맘에 안 드니까 번역마저 꼬투리를 잡게 되었다.  

<얼터드 카본>이나 <콜드문>의 번역가가 맞나 싶다.

성의없이 대충 한 티가 난다. 스릴러, SF물 좋아하는 번역가가 자신도 성에 안 차는 작품을 번역하려니 오죽 했을까.

그동안 칭찬을 많이 들어와서 매너리즘이나 권태기에 빠진 것인지도 모르고. 

 

그리샴의 책이 영화화된 것도 많고, 이것도 영화화를 염두에 두고 쓴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영화 제작자라면 절대 안 쓴다.

요즘 <24>나 <Alias>처럼 이중 스파이, 긴박한 첩보전을 방불케하는 미드를 많이 봐서 그런지, 영 밋밋한 작품이다.

다른 작가가 썼다면 별 셋은 줬겠지만, 세계적 명성이 있는 작가가 써낸 게 이 정도라니 별 하나 깎였다.

그래도 그리샴에게 미련이 남아있는 분이라면 <레인메이커>를 권한다. 절판된 책이 합본 1권으로 나와 있음을 봤다. 

그나마 여기서 인상적인 것은 변호사의 빡빡하다 못해 비인간적인 업무환경에서 공감할 만한 부분이 있다는 정도.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인형의 정원 뫼비우스 서재
서미애 지음 / 노블마인 / 2009년 6월
평점 :
절판


영화 <실종> (2009)을 보다가 전세홍 (현아 역)..어디서 본 거 같다는 느낌에 검색하다가
<이브의 유혹 : 그녀만의 테크닉>(2007) OCN에 나온 걸 알았고, 각본을 쓴 사람이 "서미애"임을 알았다. 그렇게 <인형의 정원>이 내게로 왔다.  

제목이 왜 <인형의 정원>인지 책을 다 읽고 난 지금에도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다.
첫 장면이 지하철에서 놈이 여학생을 만나고 그 애를 목 졸라 죽이는 첫 살인의 경험을 한다는 설정이다. 이 글을 보면 놈은 살인충동이 내재된 괴물이다. 미드 의 덱스터를 떠올리게 한다. 앵커 살인, 잘려진 인형 택배 사건이 있지만 놈은 철저히 베일에 가려져 있다. 그리고 스토커 사건이 끼워지고, 이게 스토리가 진행될수록 감도 안 잡힌다. 이 부분에 작가가 많이 신경 쓴 듯하다. 
 

주인공이 연쇄 살인범이란 설정인데, 내게는 전혀 살인이 연쇄적이지 않다. 나만 그렇게 느꼈나?  나중에 보니 범인은 강 형사 주변 인물이었다. 이 설정도 덱스터랑 비슷하다.  플롯을 차용하는 건 문제없지만,(요즘 저작권이니 뭐니 떠들지만) 응용은 제대로 해야 하지 않을까.~~  

"악마의 도발"에서 놈의 어린 시절이나 독백이 깔린다. 작가는 여기서 놈의 심리나 행동의 당위성을 설득하려는 의도였겠지만  미치지 못한다.  

그리고 갑자기 놈이 자신을 드러내는 계기도 이해할 수 없고,(좁은 한국땅에서 커밍아웃 하면 어디 가서 살겠다는 건지ㅡ.ㅡ;;)
동료의 발에 채인 미키마우스 인형 하나로 범인이 꼬리가 잡힌다는 설정은 헛웃음만 나온다.



저자 후기에서 "첫 문장을 시작해서 앞 부분을 쓰는데 집필 시간의 절반을 사용한다.'고 밝히고 있는데, 그렇다고 첫 문장 이후 2~3페이지가 빨려들 만큼 흡입력이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러다 후반 30분이 지나면 후다닥 숨쉴 틈조차 없이 몰아치는데, 벼락치기 수험생 같다.

추리 작가로 1994년 데뷔했지만, 그동안 드라마와 영화 시나리오를 써오면서 살았다고 한다. 정식 추리소설 장편은 처음이란다. 그냥 드라마, 영화 대본 계속 썼으면 좋겠다.

책 앞날개에 나온 저자 사진을 보니 좀 어둡게 나왔다. 눈매가 날카로운 건 인정하지만, 전체적으로 음습하게 찍은 것은 마이너스라고 생각한다.

영화 <원초적 본능> .1992 Basic Instict 에서 샤론 스톤이 왜 소름끼치는 악녀로 관객의 머리에 깊숙이 각인될 수 있었을까. 거기엔 샤론 스톤이 순백의 흰 드레스를 입고, 살인이라곤 벌레도 죽이지 못할 것 같은 아름다운 얼굴을 하고 있기에 일종의 "기대-배신효과"가 작용하기 때문이다. 추리작가의 프로필 사진은 밝게 나오는 것이 좋다.


이 책 앞에 노블마인의 <차일드 44>를 봐서 그런지, 수준 맞추기가 힘들었고 아니 오히려 같은 노블마인 뫼비우스 시리즈란 점에서 기대를 했는데, 이건 아니올시다..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1 | 2 | 3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