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희망이다
제프 헨더슨 지음, 나선숙 옮김 / 노블마인 / 2009년 4월
평점 :
절판


3만 달러가 넘는 자동차를 여덟 대나 굴리는 '마약 딜러'가 조직의 피라미 때문에 감옥행이다. 징역 19년 7개월 선고.   

나이 24살에.

"나는 희망이다"는 제목이 확 끌린다. 내용도 드라마틱하다. 교도소에서 요리를 배워  라스베이거스 벨라지오 호텔(=최고급 리조트) 총 주방장이 되었다는 인생역전 스토리.

 

제프 헨더슨의 얘기를 죽 읽어나가면 참 운이 좋은 사내라는 생각이 얼핏 든다. 인생이 술술 풀린 느낌. 하지만 사람살이는 Give and Take.. 내 것을 먼저 주어야 상대도 맘을 연다. 제프의 장점은 자기 감정(=분노와 불안)을 다스리는 절제력, 사람을 내 편으로 만드는 진정성, 꿈을 향해 멈추지 않는 성실성이었다. 적절한 교육을 받은 실력자들도 올라가기 힘든 요리업계에 난무하는 권모술수를 이겨내고 총 주방장 자리를 꿰차기까지  내딛는 한 걸음 한 걸음이 긴장-몰입 그 자체다. 정말 영화로 만들기에 모자람이 없는 스토리다. 주연은 윌 스미스 예정. 책 뒤편에 실린 사진을 보니 청소년 때는 비쩍 마른 것이 윌 스미스 이미지하고 닮은 것 같기도 하다. 그리고 지금 청소년을 위한 각종 프로그램, 대중 강연, TV 출연을 하는 40대의 얼굴을 보면 목사처럼 사람을 편안하게 해주는 인상이다. 역시 사람은 생각하고 행동하는 대로 얼굴이 만들어지나 보다.

 

마약에 입문할 때 스승이 되어 준 T-로우의 장례식에 참석하면서 '거리의 삶'과 완전히 결별한다. 거리에 대한 나의 사랑도 이제 죽었다. 예전에 낭만과 돈을 보던 그곳에서 이제는 광기밖에 볼 수 없었다.(376쪽) 진짜 요리사로 거듭나기 위해서 걸음걸이까지 교정하고 옛 친구들과 만나지 않는다. 이 얼마나 철저한 자기관리인가. 어릴 때부터 아버지의 사랑을 받지 못한 제프가 가족을 지키려는 마음은  '삶의 이유'로 종교에 가깝다. 남자가 유혹에 꿇지 않고 바른 길을 가는데 여자-사랑-가족이 필요함을 깨닫는다.    

 

제프는 어디서나 자기를 이끌어 줄 사람을 찾았고, 그의 인정을 받으려 모든 것을 했다. 그리고 그를 떠나서도 도움을 받는 "인맥의 달인"이었다. 교도소에선 카를로스가 수감생활의 지혜를 전해주었고, 바깥 세상에서 고급 요리사에 입문하고 우뚝서기까지 로버트가 뒷받침해주었다. 그 외 인생의 멘토가 많았다. 꿈을 향해 나아가는 길목에 방향을 가리켜주는 "손가락"들이 있었고, 제프는 잠시도 방심하지 않고 꾸준히 자기를 채찍질했다. 단지 배경만 교도소였을 뿐. 책을 읽고 각종 프로그램에 들고 커뮤니티 활동을 했다. 갇혀 지낸 지난 7년 반을 돌이켜보면 내가 체포된 것이 아니라 구제받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243쪽) 제프는 다시 태어났다. 

 

미국 주 정부 교도소나 연방 교도소는 죄수마다  담당 사회복지사가 있다. 이들 사회복지사는 죄수가 수감 생활하는 동안 "부모" 역할을 하고  사회에 올바르게 복귀할 수 있도록 돕는다. 9개월짜리 "약물 치유 프로그램"이 끝날 무렵 수강생 1/3은 자신이 더 이상 사회의 희생양이 아님을 인정했다.  제프는 사회복지사를 적극 활용함으로써 요리사가 되려는 자기 꿈을 향해 착실히 나아갔다. 이런 부분은 정말 선진국다운 면을 보여준 사례라 하겠다.

 

책을 연구하고 잡지를 훑으며 다른 사람의 창작품을 교묘히 도용하는 그들의 모습을 보았다. 그들도 T-로우와 나와 다를 것 없는 도둑이었다. 훔치는 상품이 다를 뿐이었다. T와 내가 자동차를 훔칠 때 그들은 요리법, 비법, 기교를 훔쳤다. (323쪽) 제프는 우두머리 자리에 있는 이가 어떻게 움직이고 말하고 요리하는지 모든 것을 세심히 관찰했다. 그리고 메모하고 시간날 때마다 자기 것으로 만들었다. 성공은 우연이 아니었다. 한때 잘나가던 어린 시절, 메르세데스 벤츠를 몰고 여자 친구 생일 파티로 1만 달러를 쓰고 하룻밤을 위해 호텔 스위트룸을 빌리던 청년이 온갖 쾌락의 충동에 젖어들지 않고, 어엿한 사회인으로 전문인으로 홀로서기까지는 아내의 극진한 사랑뿐 아니라 요리사를 향한 열정-꿈이 있었다. 문득 판타지 소설의 한 구절이 떠오른다. "목표가 없는 인간은 세상의 폭력을 견디지 못한다."(신공절학.2권) 유혹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인상적인 한 구절: 로버트는 돈의 형태에는 두가지가 있다고 했다. 현금과 경험.

"돈을 먼저 좇으면, 정상으로 올라갈 수 있는 경험을 다 하기도 전에 탈진하고 말아."
(32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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