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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냥그릇 - 나를 찾아가는 먼 길
방현희 지음 / GenBook(젠북) / 2008년 9월
평점 :
절판
인생을 살다보면 누구나 혼란스러운 시기가 있다.
그런 시기에 가장 필요한 것은 나와 같은 경험을 한 인생의 선배가 마음에서 우러나와 하는 진정한 충고와 도움일 것이다.
그런 선배가 없을 때 책을 통해 지식을 얻고자 하는 이들도 많으리라 생각된다.
깊고 어려운 말들이 필요 없다. 단지 몇 줄의 글이라도 나의 상황과 이해가 일치한다면 몇 권의 책 보다 더 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책 ‘동냥그릇’의 서문에는 당나귀와 개와의 다툼에 관한 이야기가 나온다.
당나귀와 개가 싸우는데 당나귀는 끊임없이 풀에 대해서만 얘기하고, 개는 또 고기에 대해서만 얘기한다. 그들은 상대방이 자신을 이해하지 못한다며 지치지도 않고 상대방을 설득하기 위해 싸운다는 이야기이다.
이 이야기가 마음에 와 닿는 이야기는 인간사회에서 발생하는 개인의 갈등과 고민이 어쩌면 나의 세계만을 생각하는 이기심 때문이 아닌가 생각해본다.
다른 사람의 세계를 인정하지 않기에 그들이 나와 다르다는 것에서 고통 받고 있는 것은 아닐까?
동냥그릇은 동서의 단편적인 이야기들이 실려 있다. 책에는 현자도 나오지만 대부분 해학과 함께 우자가 등장한다.
책이 제목이 된 ‘동냥그릇’을 보자.
왕이 궁 밖으로 산책을 나갔다 거지를 만났다. 왕은 거지에게 원하는 것이 무엇인가를 묻고 거지는 낄낄거리며 ‘내 소원을 다 들어줄 것처럼 말하네, 다시 한 번 더 생각해보지 그러슈.‘ 라고 말하며 왕의 심기를 건드린다.
결국 거지의 소원은 자신의 동냥그릇을 가득 채워달라는 것이었고, 왕은 쉽게 허락하며 거지의 동냥그릇에 동전을 가득 채웠다.
그러나 어찌 된 일인지 동냥그릇은 금방 비워져 버렸고 채워도 채워도 비워져 버리는 것이다.
결국 자존심이 상한 왕은 궁궐의 보석까지 내오게 되고 그래도 비워지는 거지의 동냥그룻에 더 이상 방법이 없음을 시인하며 거지에게 묻는다.
이 동냥그릇은 대체 무엇으로 만들어진 것이요?
이거 말이요?. 이게 뭘로 만들어졌는지 아직 모르겠소? 그건 사람의 마음이오. 별것 아니라니까, 그저 사람의 욕망으로 만들어진거란 말이오!
거지를 우습게 아는 왕의 거드름, 끝없이 더 많은 것을 원하는 현대인의 욕심 이 모든 것에 대한 풍자이나, 깊이 생각해 보면 결국 만족을 모르고 끝없이 추구하기만 하는 삶을 살게 될까 두렵다.
책의 모든 내용에 공감하거나 감동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이미 알고 있는 내용이나 그 결말이 뻔히 보이는 이야기도 많을 것이다.
하지만 읽어 나가다 보면 너무나 감동을 받는 이야기도 있다. 시간이 오래 필요하지도 어렵지도 않으니 시간이 날 때마다 조금씩 읽기에는 매우 좋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