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련님과 악몽 호시 신이치의 플라시보 시리즈 28
호시 신이치 지음, 윤성규 옮김 / 지식여행 / 2008년 3월
평점 :
품절



호시 신이치의 작품은 상상력이 가득하고, SF 적인 요소가 강하며, 한마디로 기묘한 이야기들이 주를 이룬다.

한 개의 소설에서 다루어지는 사건에는 인물의 감정이나 환경에 대한 설명이 없다. 더군다나 주인공은 이름도 없이 그저 ‘N'씨 또는 ‘그 여자'인 경우가 허다하다. 그래서인지 글속의 사건에 더욱 집중하게 된다.

 

대 부분의 사람들이 결과를 예상하며 글을 읽는데 그의 글을 읽다보면 글의 결론에 실소를 머금거나 혹은 당황하게 된다. 즉 호시 신이치의 소설은 독자의 예상과 전혀 다른 결과를 주며 글을 읽은 후 글의 시작과 중간 결과의 관계를 다시한번 생각하게 만든다.

그래서 그의 소설은 읽는 맛이 있으며 매우 매력 있다.

 

재미만이 아니다. 그의 글에는 강한 메시지를 담은 경우가 많이 있는데 대부분 냉소적이거나 회의적이지만 글 전체를 보자면 오히려 작가는 삶에 대한 따뜻한 시선을 가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신이치의 작품을 평가한 한 평론가의 말처럼 그의 작품은 ‘따뜻한 냉소주의’라는 것이 그의 작품을 가장 잘 표현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한 번에 전부를 읽어 내기에는 부담스럽고, 끊어 읽기에는 감동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장편소설이 부담스러울 때가 있다.

이럴 때 읽을 수 있는 소설이 호시 신이치의 소설이다.

일본에서는 Short Short 로 불린다고 하는데 원고지 30장 내외의 짧은 이야기로 읽기에 부담이 없다.

호시 신이치는 Short Short 소설을 일본에 정착한 이로 인정받으며 천개가 넘는 작품을 남겼다. 사망한지 10년 3개월이 지났지만 일본에서 인기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으며 호시의 작품을 재평가하려는 작업도 한창이라 한다.

 

그의 작품 중 ‘영혼, 4차원 적인 꿈의 세계, 인간의 힘이 닿지 않는 미지의 힘’들을 주제로 한 소설을 모아놓은 책 중 하나가 ‘도련님과 악몽’이라 할 수 있겠다.

책 중 ‘의자’를 보자면 주인공에게는 의욕적으로 사업을 하며 성공으로 향해가는 친구가 있었다. 그 친구는 주인공에게 돈을 빌리러 온 이후로 연락이 없었고 주인공은 친구의 안부 겸 친구의 집을 찾는다.

어렵게 찾은 낡고 더러운 집은 친구의 현재 상황이 매우 좋지 않음을 말해주었으나 친구는 오히려 평온하고 행복한 모습으로 의자에 앉아 있는 것이었다.

일도 의욕도 없이 멍청한 친구의 모습에 화가 난 주인공은 일전의 빛을 빌미로 그 친구가 아끼는 의자를 억지로 빼앗는다.

친구에게서 가져온 의자를 사무실에 놓았던 주인공은 어느 날 우연히 그 의자에 앉는다.

부드럽고 풍성한, 어딘가 모르게 온기를 품은 감촉이 전해져왔다.

그것은 어머니의 무릎에 앉아있는 감촉이었다. 너무나 편안했다.

비서가 회의가 시작됨을 알렸으나 주인공은 이제 회의 같은건 아무래도 좋았다.

무슨 일이 있던지 간에 이 의자에서 떨어지는 일 따위가 가능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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