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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스베이거스 짬뽕 사건 - 카메라 앞뒤의 30년, 진유영 에세이
진유영 지음 / 청어 / 2008년 6월
평점 :
어렸을 때 보던 그 배우들이 지금은 무얼 하고 있을까라는 궁금증이 들 때가 있다.
가끔 안 좋은 소식이 들려오는 경우도 있으나, 연예계를 떠나 또 다른 인생을 사는 경우도 있고, 배우가 아니더라도 연예계에서 멋진 인생을 살고 있는 사람들도 많다.
배우 진유영이며 이제는 감독 진유영으로 거듭난 저자가 후자의 대표적 인물이 아닌가 싶다.
진유영의 인생 이야기와 철학을 재미있게 풀어낸 이 책 ‘라스베가스 짬뽕사건’을 읽으며 진유영이라는 사람의 가치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책에는 여러 배우들과 함께 TV 또는 영화로 이미 우리에게 잘 알려져 있는 작품들이 다수 등장한다. 그러므로 그 작품과 함께 성장한 세대라면 그때의 회상만으로도 즐거운 독서의 시간을 갖게 해 줄듯하다.
18세 배우를 시작한 저자의 배우 인생은 순탄치만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하는 작품마다 약간의 걸림돌이 생겼으며 소위 말하는 대박 흥행의 작품도 없다.
그 당시 심의의 문제도 들 수 있겠으나 어쩌면 사회의식이 있는 작품들 위주로 연기하였고, 16mm 영화에서도 사회에 항거하는 그리고 힘없는 사람들을 대변하는 작품에 더 관심이 있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책에서 느껴지는 그의 고집과 바른길에 대한 의지 그리고 그의 따뜻한 인간적 냄새에 가슴이 뭉클해지기도 하나 다음순간 그의 고통의 경험으로 마음이 아프기도 하다.
제목이 ‘라스베가스 짬뽕사건’이라 하여 웃기는 이야기를 기대했지만 그의 짬뽕사건은 가슴이 찡하다.
말 그대로 눈물 젖은 빵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바로 그 짬뽕을 먹으며 그가 느꼈을 고단함에, 그것을 이겨내는 의지에 박수를 보낸다.
아역배우가 판치는 요즘, 많은 부보들이 자신의 자녀를 연예계에 데뷔시키고자 한다.
그러한 부모에게 진유영이 던지는 메시지는 깊이 생각해 보아야 할 문제이다.
다른 아이들이 당연히 누리며 살아갈 행복을 기대할 수 없는 내 아이의 인생보다 연예계 생활이 더 가치 있다면 어쩔 수 없겠지만 저자가 말하는 배우의 삶은 매우 고단해 보인다.
또한 그는 우리나라 제작의 문제도 솔직하게 비판한다. 그늘진 구석에 대한 항의도 많다. 물론 그가 말한 것처럼 하루아침에 변할 수는 없겠으나 문제의 제기는 그 자체만으로도 가치가 있지 않은가.
진유영이라는 사람의 강단은 정말 대단하다.
뚝심과 고집이 있고 그가 원하는 삶을 살아갈 줄 아는 사람이다.
그의 삶을 지지하며 더욱 더 큰 사람으로 우뚝서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