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궁궐 산책

우리 궁궐 산책 - 정겨운 朝鮮의 얼굴
윤돌 지음 / 이비컴 / 2008년 5월

이 책을 보는 순간 예전 생각이 났다. 첫 직장이 덕수궁 근처라 점심시간이면 항상 점심 식사 후 덕수궁에 가서 앉아있다 왔던 기억이 났다. 특히 가을이면 멀리 살아도 꼭 덕수궁에 갔었다. 은행나무가 너무 예쁜 덕수궁.

요즘 들어 궁에 대한 시선들이 많이 달라지는 것 같다. 예전에는 궁이란 그저 결혼 야외촬영장소로 생각되어질 정도로 어디서나 사진촬영 아니면 외국인 관광객 뿐이었는데 요즘은 학생들도 많고 젊은 사람들이나 그에 관한 책들도 많이 나오는 것 같아 괜스레 기분이 좋아진다. 예전부터 내가 국수주의자인 탓이리라.

이 책은 궁에 대해 자세하게 설명하고 있지만 사진집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사진이 너무 아름답다. 중국처럼 자연보다 더 거대한 궁의 거만함이나 자연을 가두려는 일본의 답답한 궁과는 달리 자연의 한 부분인 아름다운 우리 궁. 조각 하나 하나 어디 의미 없는 것이 없는 소중한 우리 궁을 책에서 너무 예쁘게 소개하고 있다. 가끔 70년대 역사보다 개발이 중요한 시대에 아무 생각 없이 보수한 시멘트자국들이나 도로 개발을 위해 들어간 대한문의 사연들이 안타깝긴 하지만 그래도 많은 부분이 지켜져 다행이다.

어려서 아무 생각 없이 놀러갔던 창경원이 창경궁이었다는 사실을 예전에 알게 되었을 때 참 충격적이었던 일도 다시 기억났다. 지금 생각해도 참 잔혹일이란 생각이 든다. 그래도 늦게나마 복구되어 다행이다. 하지만 아쉬운 점은 아직도 비궁청 처럼 잘못 사용되는 곳이 더러 있는데 이젠 역사적 사실이 다 알려져 있는데도 왜 수정하지 않는지 안타까운 생각이 든다. 그리고 나는 평소에 궁을 좋아해 많이 다니는 편인데 정말 몰랐던 보물 같은 곳을 책속에서 많이 찾았다. 그 중에서도 ‘애련정 옆의 괴석과 석분이 있는데 그냥 지나쳤을 그 석분은 자세히 살펴보면 아주 작은 두꺼비가 네 마리가 새겨져 있는데 이 두꺼비는 달의 정령으로 석분은 달나라 궁전이 되고, 행랑채 서쪽 아래에서 행랑채 앞으로 흐르는 서류동입의 명당수는 은하수를 뜻하며 그 위에 놓은 다리는 오작교를 상징하는 것이다. 이 오작교를 건너면 신선들이 사는 선계에서 오래오래 살고 싶다는 뜻으로 이름지은 정락문이 있다. 이는 전각에 들어가 보지 않아도 이 속에 사는 사람의 마음을 읽을 수 있는 것이며 이런 의미를 읽을 때 전각의 진정한 아름다움을 볼 수 있는 것이다.’(본문104쪽) 무심한 도랑, 무심한 괴석, 무심한 다리는 이렇게 살아 숨쉬게 된다. 너무 흥분돼서 당장 달려가 아이들과 나누고 싶어진다. 이렇게 작은 괴석에도 철학이 담겨있고 풍수지리가 있다. 집은 왜 다 네모야라고 질문한 아이에게 무심하게 그래야 편하지 했던 기억이 난다. 에고 난감한 기억이다. 글쎄 하고 반문이라도 해볼걸하는 우수운 아쉬움도 생긴다. 제발 기억력이 좀더 발달하길 바라며 책을 외우고 있다. 아이들이 우와~하는 날을 위하여~

다시 발견하는 한국사

다시 발견하는 한국사 - 단군신화부터 고려시대까지
이한 지음, 조진옥 그림 / 뜨인돌 / 2008년 6월

평소 역사나 설화를 좋아했던 나는 아이들과도 어려서부터 삼국유사나 삼국사기를 함께 많이 읽었는데 역사책으로 들어가려니 좀 지루해서 시작을 못하고 있었다. 아이들이 커가서 시작은 해야 하는데 지루해해서 선뜻 시작하지 못하고 있는데 마침 이 책을 만났다. 다행스럽게도 아이들이 수수께끼를 좋아해서 질문으로 시작해서 답을 찾아가다보니 점점 길이 열리기 시작했다. 물론 전체적인 역사를 잡아가긴 어렵지만 흥미를 심어주기 충분하며 연결하여 역사책을 공부하기도 좋은 듯 싶다. 또 하나의 이 책의 특징은 역사적 사실과 더불어 작가의 견해도 많은 부분 언급되어 있고 의문들도 많이 제시하고 있다. 요즘 아이들 교육이나 미래의 인재 개발 프로그램을 보면 Why?형 인간을 만들어라란 말이 많이 나오는데 그에 부합되는 책이기도 하다. 역사나 위인전을 보면 왜란 질문을 던지기 보단 당연하다거나 너무 훌륭해서 그냥 입 벌리고 보는 경우가 많은데 이 책은 그동안 무심코 당연하게 생각했던 부분들을 다시 찾아 읽는 사람을 역사 속으로 끌고 들어간다.

목차에 나오는 질문들도 참 자극적인 질문들이 많다. 역사에 대한 반전?이라고 할까?

예를 들면 ‘호동왕자는 낙랑공주를 정치적으로 철저히 이용한 뒤 죽게 만들었다?’ 어찌보면 고대 아름다운 로맨스로 생각했던 부분이 뒤집어 생각하면 이런 결론 또한 가능하다는 것이다. 문익점에 관한 부분이나 많은 부분에서 당연하게 생각되어졌던 부분들에 충격?적인 반전이 펼쳐진다. 중간중간에 펼쳐진 만화 또한 장면을 상상하는데 도움을 주어 따분하고 지루할 수 있는 역사책을 한층 흥미진진하게 만들어준다.

목차의 제목이 파격적이듯 해석에서도 파격적인 부분들이 나오는데 그럴 경우에는 끝을 질문으로 맺는 작가의 센스?도 보인다. 이 책을 읽으면서 역사란 있었던 사실들을 외워 국사시험을 보는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찾아가야할 지도란 생각도 든다. 요즘 한참 시끄러운 독도문제만 해도 일본의 젊은이들은 역사적 근거를 제시하는 반면에 우리 젊은이들은 다분히 감정적이란 생각이 든다. 그들이 왜 그렇게 주장하는지에 대한 근거나 우리가 내세우는 근거보다는 그냥 우리땅이니까 당연하니까로 모르쇠로 일관하는 경우가 많다. 어찌보면 당연한말이기도 하지만 그것으로 넘어가긴 이젠 어려운 지점에 까지 다다랐다. 그것이 누구 잘못이든 이젠 일본 뿐 아니라 중국도 고구려 역사를 가로채려는 시점이니 역사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때이다. 어려운 전집으로 시작하는 것도 좋지만 재미있는 책으로 시작하는 것도 좋은 시도인 것 같다. 나와 우리아이들은 다행히 성공적인 시도였다. 이를 시작으로 작은 전집도 읽기 시작하여 천천히 도표도 만들어 볼 생각이다.

팝스타 존의 수상한 휴가

팝스타 존의 수상한 휴가
오쿠다 히데오 지음, 이영미 옮김 / 북스토리 / 2008년 5월

일본 소설은 20살 때 하루키의 노르웨이 숲으로 시작하여 무라카미 류에 한참 빠져 있었던 기억이 난다. 그 후 가끔 신인작가 책이나 바나나책을 주로 봤는데 히데오 책은 처음으로 접하게 되었다. 문제의 해소 방법이 일본 소설이구나란 생각이 절로 들게 해준다.

20대 초반에 절에 있는 화장실 앞에 새겨진 解憂所(해우소)란 이름을 보고 감탄 했던 기억이 난다. 근심을 푸는 곳이라. 이 책을 보니 해우소란 말이 새삼 더욱 의미 있게 생각된다.

존은 나도 어린 시절 무척이나 좋아했다. 아니 지금도 대부분의 노래를 외우고 있다. 그런데 이상하게 요코가 싫었다. 그렇다고 존을 그 정도로 좋아해서라기 보다는 항상 옆에서 말없이 서있는 그녀가 마녀?처럼 보였다. 존의 죽음도 마치 그녀 때문이 아닐까란 말도 안되는 생각도 했었던 것 같다. 4년간의 공백기, 그리고 부드러워진 존을 히데오는 해소기로 본 것 같다. 유아기를 제외한 기억이 가능하고 어느 정도의 문제 해결 능력이 있는 시기에 문제가 생기면 해결을 하거나 괴로워하는데 이러면서 문제가 어느 정도 해소 되어지는데 해결능력이 없거나 해결하기엔 너무 감당하기 어려운 일이 생길 경우가 문제가 된다. 이 부분이 기억 속에 묻혀 있을 경우 커서 특히 사춘기 무렵이면 더 크게 무언지 모를 화근이 계속 튀어나와 거칠어지고 문제를 일으키게 되는데 존의 경우도 이런 상황처럼 할머니와 잘 자라는 것 같았지만 어머니의 공백과 어머니의 감당할 수 없는 상황이 존의 성격을 삐딱하게 만들고 거칠고 반항적 성향으로 만들었다고 볼 수 있다. 눈에 보이는 것만이 중시되고 믿는 서양의 사고방식 속에 살던 존은 내면을 중시하고 동양의 어머니와 같은 요코는 또 다른 세계와의 만남이며 기억 속에 묻혀 해결될 수 없지만 변비 처럼 계속 힘들게 하던 유년기억은 다시 어린 시절의 존으로 돌아가 어머니와 조우하며 숙변해결 처럼 해소되어진다. 우리나라 소설에서도 가끔 오구신이 나와 해소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비슷한 상황이다. 살아오면서 누구나 한가지 정도 쯤은 발목을 잡는 기억이 있으리라. 물론 그 문제의 심각 정도야 다 다르겠지만, 나 역시 아무도 기억 못할 일을 아직도 가끔 속으로 혼자 변명을 하는 경우가 있다. 변명을 열심히 하고 이게 무슨 짓인가하며 웃지만 앞으로도 어딘가에서 혼자 하고 있을 짓이다. 올 가을쯤 어디 조용한 절에 가 해우소에서 근심을 풀고 왔음 하는 바램이 있다. 내 주변 사람들이 좋아하지 않을까? 좀 더 부드러워진 나를 보게 되어서~

경제학 에센스

경제학 에센스
한진수 지음 / 더난출판사 / 2008년 6월

이 책은 일상의 문제들을 인문학이 아닌 경제학으로 풀어가고 있다. 풀어가는 질문들도 누구나 한번쯤은 아닌 지금도 매일 하고 있을 일상의 시시콜콜한 하지만 항상 고민하는 일들을 경제적 관점에서 설명하고 있다. 일상으로 부딪히는 선택의 순간들 무심히 선택하기도 하고 짜증내기도 하면서 하는 것들에 경제적 의미를 부여하여 쉽고도 재미있게 전문가가 아닌 누구나 일기 편하게 어려운 경제상식들을 풀어가고 있다.

후회 없는 선택을 위해 반드시 알아야 할 경제 지식으로 생활 속에서 다양한 선택의 상황에 직면하는 직장인, 자영업자, 가정주부 등 경제 전문가가 아닌 보통 사람을 위해 쓰였다. 그래서 이해를 쉽게 하기 위해 일상에서 일어나는 갖가지의 재미있는 경우를 예를 들었다. 자장면, 짬뽕 선택 문제나 연애 문제 까지 예를 들어 설명하고 있다. 거기에 저자의 경험은 좀 더 현장감있게 다가온다. 책을 보면서 정말 우리는 매순간 많은 선택을 하고 있다는걸 새삼 느낄 수 있다. 우리가 가끔 신문을 볼 때 경제면을 보면 낯설은 경제용어가 나올 때가 있다. 이를테면 비용-편익비교의 원리, 기회비용, 매몰비용뿐 아니라 한계편익, 한계비용과 한계효용의 원리, 소비자잉여와 가격차별, 비교우위와 같은 주요 경제원리를 쉽게 이해하게 설명 되어있고 늘 후회하면서도 선택할 때 늘 빠지는 매몰비용에 대해서도 잘 설명되어져 있다. 특히 나 같은 경우는 이 매몰비용 때문에 손해를 보거나 가끔 부부싸움을 하는 경우도 있다. 작은 일들이지만 이 부분에 남편과 나는 생각 좀 반대인 편이다. 예를 들면 거리와 시간을 계산해서 버스보다 택시를 선택하자고하면 끝까지 버스를 타자고 한 사람은 주장한다. 성공 확률은 그날 버스기사에 달렸다(?)...땡볕에서 기다리는 시간이 길어지면 그일을 주장한 사람이 당하기 때문이다. 물론 이런 작은 일이야 그냥 재미있지만 이것이 펀드로 가면 문제는 심각해진다. 2~3년 전에는 정말 호황이라 많은 이익을 봤는데 지금이 바로 매몰비용과 기회비용을 따져 판단할 때이기 때문이다. 큰 일부터 작은 일상에 이르기 까지 중요한 경제원리! 잘따져 이성적으로 경제 원리를 적용해 합리적인 선택을 해야 겠다.

‘얼마면 살래요? 같은 상인의 질문은 소비자의 잉여를 빼앗아갈 가능성이 매우 높다. 소비자 잉여와 생산자잉여를 알고 있는 소비자는 “얼마에 팔래요?” 또는 “얼마면 되겠어요?”라고 되물어야 한다. 상인의 생산자잉여 일부를 착취하려는 반격이다. 누가 “아는 것이 힘”이라고 했는가. 현대 사회에서는 경제 원리를 “아는 것이 돈”이다.(본문169쪽)’

예를 들어 놓은 일들이 대부분 공감이 가고 무릎을 치게 하는 일들이 많은데 위의 글도 그 동안 재래시장에서 항상 당해온 일이다. 다음에 가면 다시 한번 말해보리라 하지만 이일은 경제적 상식에 배짱이 더해져야 할 일이다.

연을 쫓는 아이

연을 쫓는 아이
할레드 호세이니 지음, 이미선 옮김 / 열림원 / 2007년 12월

어린 시절을 생각해보면 누구나 한두 가지 정도는 명치 끝에 매달려 거북하게 하는 일들이 있으리라..... 나 또한 잔잔히 살다 누군가 툭 던진 무심한 한마디에 혼자 묻지도 않은 변명을 연신해 된다. 간혹 이런 부분을 영화에서는 꿈으로 해결을 한다거나 여행을 통해서 혹은 귀신이나 무당을 통해서 해결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건 영화나 소설에서나 가능한 일이라 해결되지 않는 나는 그것이 아주 작은 흠이라도 묻기 위해서라면 얼마든지 잔혹해질 수 있으리라. 아미르처럼......

미안함을 해결하기엔 비겁했던 아미르는 그것을 해결하는 방법으로 회피를 선택했으며 그 방법은 참으로 잔혹하기까지 하다.

 ‘1975년의 겨울로 인해 모든 것이 확 바뀌어버렸다.

그리고 그해 겨울로 인해 나는 지금의 내가 되었다.’

첫 장에 나오는 이 두 줄은 다시 과거를 청산하러가는 여행을 가기 전까지의 아미르의 마음을 소름끼치게 잘 표현한 글이다.

‘결국 나는 도망쳤다. 나는 겁쟁이였기 때문에 도망쳤다. 아세프가 무서웠고 그가 내게 할 짓이 두려웠다. 상처받을 것이 두려웠다. 골목의 하산에게서 등을 돌리면서 나는 나 자신에게 그렇게 변명했다. 나는 나 자신에게 그렇게 믿게 만들었다. 사실 나는 비겁함을 열망했다. 또 다른 변명, 내가 도망치고 있는 진짜 이유는 ‘이 세상에 공짜는 없다’는 아세프의 말이 옳다는 것이었다. 어쩌면 하산은 바바의 마음을 얻기 위해 내가 치러야만 하는 대가이자 내가 죽여야만 하는 양이었다. 그것이 공정한 대가였을까? 그 대답이 나도 모르는 사이에 의식 속에 떠올랐다. 그는 단지 하자라인에 불과했다. 그렇지 않은가?’ (본문121쪽)

이렇게 단단하게 상처를 감싸고 있지만 그묵직함은 계속 아미르의 가슴속에 자리하고 있는다. 그러다 뜻하지 않은 라힘 칸의 전화로 과거로의 여행이 시작된다. 작가는 과거의 해소를 위하여 두 가지 장면을 설치하는데 하나는 아세프와 다시 만나 싸우는 장면에서 소랍이 하산과 같이 새총으로 아미르를 구하는 장면과 두 번째는 소랍의 소통이 연날리기로 된다는 것이다. 이로써 과거청산과 새로운 시작이 되는 것이다. 마지막에 소랍을 입양하는 부분은 많은 것을 의미하며 자연스럽게 어른이 된 나(아미르)를 인정하게 된다. 더불어 우리가 선입견을 많이 갖고(요즘은 많은 채널로 알려진 편이지만) 있는 아프가니스탄의 역사와 전통에 대해서도 많이 알 수 있다.

성장소설...... 어찌보면 우리 아들이 사춘기이니 주인공쯤 되리라 지금 이 시간에도 겪을 일들이 훗날 가슴에 남아 진주가 될지 아님 상처가 될지는 이 시간을 함께할 나와 아들에 몫이리라. 제발 진주가 되길 바래본다. 오랜만에 제대로 된 장편을 읽은 느낌이다. 요즘 몇몇의 소설들은 가볍다못해 둥둥 떠나녀 잡아다 읽어야할 책들도 많은 실정이라 좋은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