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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 ADHD 해설서
이원익 지음 / 하나의학사 / 2022년 12월
평점 :
[성인 ADHD 해설서, 이원익, 하나의학사]
상담을 하다보면 ADHD 약을 먹는 아이들을 아주 자주 만나게 됩니다. 그래서 이 아이들이 자라면 성인기에는 스스로 이걸 대처해 나가야 한다는 것에 걱정도 되고, 시간이 갈수록 조급한 마음이 들기도 해서 이 책에서 제시할 해결방안들이 궁금했습니다.
이 책은 ADHD 진단의 역사부터 시작하여 주로 ADHD를 진단하는 의사들에게 진단에 대해 생각할 점들을 제시하고 있고, 그 외에 ADHD로 진단받고 약을 복용하는 이들에게 ADHD의 특성과 약물복용의 당위성을 이해시키고 있습니다.
ADHD 진단의 역사 부분은 상당히 흥미로웠는데, 그도 그럴 것이 보통 DSM을 기준으로 IV냐 5냐를 비교하는 정도로 공부하지 그 이전까지 역사를 살펴보는 경우는 잘 없기 때문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제일 재미있게 읽은 파트입니다.
제가 의사는 아니지만 ADHD 진단에 있어서의 모호함과 산만함에 대한 해석은 여러모로 생각할 부분도 있었습니다. 저자는 인간은 100%산만하다는 것을 전제로 이야기를 하였는데, 개인적으로 발달이나 ADHD, 심리, 정서적으로 우리가 ‘문제’라고 보는 것들은 보통 자폐스펙트럼과 같이 ‘정도’의 차이가 있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누구에게나 ADHD든 자폐든 그러한 특성을 조금씩은 가지고 있고, 저는 상담에서 그 정도의 차이에서 파생되는 문제들을 다룬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공감 가는 부분도 많이 있었습니다.
성인기 발병 ADHD에 대해서도 흥미로웠는데, 마음방랑, 밤도깨비, 모아두기, 시간 미루기, 신체질환 같은 저와 관련된 증상들이 인상 깊었습니다. 평소 문제되지 않았던 부분인데 그 정도가 심해지고 심각하게 일이나 공부에 집중하지 못하면서 ADHD가 발병한 것이 아닌가 의심스럽던 기간이 있기도 했고, 비타민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체질이라 그때 ADHD 약을 먹었다면 어땠을지 궁금하기도 했습니다. 스트레스나 과다한 스케줄 문제로 인한 혼란이 일시적으로 영향을 준 것이라고 결론을 내리기는 했지만, 여전히 궁금한 부분이기는 합니다.
그리고 아동이나 성인이나 진단기준을 모호하게 벗어나는 케이스들을 생각하면 일리 있는 부분이라고 생각하고, 이런 대상군에게도 저자가 주장하는 약물치료가 과연 효과를 보일지 궁금하기도 했습니다.
저자는 ADHD 치료의 가장 확실한 치료법으로 약물치료를 이야기합니다.
제가 기대했던 바와는 조금 다른 내용이라 다소 아쉽기는 했지만, 약물치료의 효과성에 대해서는 두말 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약물치료에 비협조적인 상담사가 아닙니다. 오히려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경우 약물치료를 권해드리고, 심포지엄 참여를 통해 얻은 새로운 소식이나 약물치료에 대한 지식을 배워 보호자의 오해나 편견을 먼저 해소하고자 노력하는 축에 속합니다. 약물치료의 효과는 분명히 인정 하고 있고, 필요성 또한 분명하며, 권장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상담을 하고 있는 입장에서 저자가 이야기하는 비약물치료나 다중모드 치료가 효과가 없다는 부분은 솔직히 동의가 되지 않았습니다.
의사의 입장에서는 직접 비약물치료를 주도하기 위해 다른 치료법을 탐구하며 시간을 쓸 필요가 없을 수 있고, 약물치료만으로 충분히 효과가 있는 경우에서는 굳이 비약물치료를 병행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제가 만나는 내담자들의 경우 이미 ADHD 약을 먹고 있는 상태에서 도움이 필요하여 내원합니다. 약은 분명 효과가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모든 것을 바꿔주지는 않고, 그들이 가진 문제도 단순히 ADHD 자체의 특성문제만이 아닙니다. 거기에서 파생되는 여러 문제들이 있고, 이미 생긴 습관과 사고방식, 상처들을 스스로 통찰하고 돌볼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 비약물적인 치료는 병행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현재 진단기준에서 벗어나있는 경우나 일부의 특성만을 가지고 있는 경우들을 위해서도 비약물적인 치료는 필요한 것이라고 봅니다.
비약물적인 치료가 효과가 있다는 연구들에서 대상자들이 약물을 복용중인경우들이 대부분이라는 점에서 효과성을 부정하였는데, 반대로 약물적인 치료가 모든 것을 해결해주는 것이라면 비약물적인 치료를 병행해야 할 필요도 없었을 것이고, 그것이 효과를 나타낼 부분조차도 없었어야 하는데 그것이 어떠한 증상 감소 효과를 보였다는 것은 약으로 다 조절되지 못하는 부분들이 있음을 반증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저자가 이야기하는 단독치료로서의 비약물치료의 효과성에 대한 논문을 찾아서 반박하고 싶은 욕구도 올라오는 걸 느꼈습니다. 근거기반 상담에 더욱 더 신경써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치열하게 읽은 책은 오랜만입니다. 다 읽고 나니, 뭔가 열띤 강의를 듣고 불 같은 토론장에 있다가 나온 기분이네요.
여러모로 배우고, 제 생각도 다시 한 번 정리해보는 계기가 되는 유익한 독서였습니다.
좋은 기회 주신 하나의학사에 감사드립니다^^
*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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