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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소한의 시민 - 뉴스에 진심인 사람들의 소셜 큐레이션 16
강남규 외 지음 / 디플롯 / 2024년 6월
평점 :
책을 받았을 때, '최소한의 시민'이 의미하는 게 무엇일지 궁금했다. 목차만 봐선 다양한 주제로 무엇을 얘기하고 싶은 걸까, 짐작이 잘 되지 않았다. 그만큼 주제가 다양하고, 내용이 폭넓어 보여서 흥미로웠다.

이 책에서 말하는 '최소한의 시민'의 의미는 책의 맨 마지막, 나가는 말에서야 나타난다. 책의 띠지에서 보여주는 것처럼, 토론을 통해서 승리를 추구하는데 목적을 둔 사람이 아니라, 토론을 통해 성장하고, 우리 사회가 나아가야 할 길을 찾고, 이기는 것이 아니라 서로 연결되는 사람이 최소한의 시민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다양한 주제, 가장 흥미롭고 이슈가 된 주제부터 미처 생각하지 못하고 넘어갔던 주제까지 16개의 주제를 6명의 저자가 토요일 아침 만나서 토론을 하고, 토론한 내용을 통해 조금이나마 생각의 확장과 성장을 통해 적어나간 책이었다.

무척이나 인기 있었던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를 통해 보는 발달장애인 판타지와 현실에 대해 장혜영 전 의원이 쓴 글은 마음을 울리는 글이었다. 판타지는 자신의 현실이 아닐때에만 판타지일 수 있다는 것. 그것이 나의 현실이 되면 오히려 절망할 수 밖에 없다는 것, 우영우를 두고 절망할 수 밖에 없는 장애 당사자와 그 가족들의 마음이 느껴져서 괴로웠다. 전장연 시위를 두고 가지는 상반의 감정들, 당연한 권리를 당연하지 않게 만드는 혐오와 말들이 고통스러운 현실에서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이 책을 읽어봤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범죄자의 신상을 공개하는 부분에 대해 쓴 글도 고민의 지점을 넓혀주는 좋은 글이었다. N번방 범죄자인 조주빈의 신상을 공개하면서, 범죄와 그 피해자에 대해 진실을 규명하고, 범죄를 예방하는 것이 아니라, 범죄자 그 개인의 일탈과 상황으로 포커스가 옮겨진다는 것, 그리고 흥미로서 소비된다는 것은 범죄자 신상공개에 대해 내가 단순히 생각하던 것을 넓혀 주었다.

또한 범죄의 타자화, 가해자의 이야기에만 주목하면서 개인의 일탈, 괴물로 만들어버리면서 이러한 범죄가 일어난 사회에 대한 이야기를 멈추게 만든다는 것, 그리고 범죄를 축소화시켜 개인에 대한 범행으로 국한시킨다는 점 등은 무척 공감가면서도 고민할 지점이 있었다. 여성을 대상으로 한 범죄가 단순히 개인의 일탈이 아니라, 공적 처벌의 약화, 사회적 용인, 피해자에게 잘못을 전가하는 등 우리 사회의 문제가 함께 있음을, 그래서 이제는 그러한 사회를 어떤 방향으로 바꾸어 가야 할 지 고민해야 할 때임을 느끼게 해주는 책이었다.
이 외에도 소비자주의라든가 토론이 단순히 이기기 위해서 하는 것이 아니라, 더 나은 사회, 공동체를 지향하기 위해 이뤄져야 한다는 것 등 고민할 지점, 생각할 지점을 주는 내용들이 많았다. 고민이 되었던 지점을 확장해주기도 하고, 한번도 생각해보지 않았던 점을 새롭게 생각해보게 한다는 것도 좋았다.
혐오의 시대, 분노의 시대를 걸어가면서 정치 무용론, 회피로 가기 쉬운데, 그것이 아니라 행동으로 옳다고 생각하는 일을 행하고, 함께 행동할 사람을 모으고, 더 나은 사회, 공동체로 가기 위해 고민해야 한다는 것, 그것이 최소한의 시민으로서 해야 할 일이라는 생각이 드는 책이었다.
< 이 글은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