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적분으로 바라본 하루 - 일상 속 어디에나 있는 수학 찾기
오스카 E. 페르난데스 지음, 김수환 옮김 / 프리렉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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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타깝게도 오늘날 많은 사람이 수학에 겁을 먹고 너무 추상적이어서 이해하기 어렵다고만 생각합니다. 이 책을 통해 이미 수학에 익숙해졌다는 느낌을 받았으면 좋겠습니다.
오스카E. 페르난데스, <미적분으로 바라본 하루>, 219쪽

이러한 마음으로 썼다고 하는 이 책은 평범한 일상의 하루에서 마주칠 수 있는 현상들을 수학의 언어로, 쉽게 설명하기 위한 저자의 각고의 노력이 돋보이는 책이다.

이를테면 ‘커피가 식는 속도’같은 것을 수학의 언어로 설명해주는 식으로.
미적분의 기초가 되는 함수부터 극한 그리고 미분, 적분을 거쳐 리만합까지 미적분학의 요소들을아래의 주제로 친절하게 풀어나간다.

1장: 함수는 우리 생활 어디에서나 있다.
2장: 미분은 변화가 있는 모든 곳에 있다.
3장: 수학화는 현상의 이해를 돕는다.
4장: 수학으로 보면 연관성이 없어보이는 것들도 연결할 수 있다.
5장: 수학은 우리의 삶을 개선하는데 도움을 준다.
6장: 적분은 더해야 하는 모든 상황에 있다.
7장: 미분과 적분을 통해 세상을 이해하는 법

하지만 러시아어를 잘 모르는 사람에게 아무리 흥미로운 러시아어로 쓰인 책을 주더라도 거기서 무언가 느껴내긴 힘들듯이 마찬가지로 이 책도, 흥미를 유도하려고 나름 애를 쓰긴 했지만 일단 ‘수학의 언어’로 쓰여진 이상 이 언어를 어느 정도는 알아야만 이 책에 담긴 그 ‘흥미’라는 것을 느낄 수 있다는 한계가 있다.

‘수학의 언어를 어느 정도 안다‘의 기준은 고교시절 이과, 즉 미적분을 기본이라도 배운 사람들이나 문과에서 경제학적 수학들을 별 어려움 없이 습득한 사람들 정도로 그들이 읽으면 저자가 의도한 그 ‘재미‘를 느끼며 수학의 매력에 새롭게 눈을 뜨거나 그 매력에 꽤나 심취하게 될 수도 있는 책이다.

그렇지만 미적분을 알기 전 흥미를 가지기 위한 목적으로, 혹은 과거에 수포자였던 사람들이 수학과 화해하기 위해 이 책을 보면 오히려
‘그래 역시! 수학은 다가가기 어려운 거였지!
저자는 이 어려운 수학을 실생활에 접목시키다니, 진짜 대단하구나!’
이 정도만 느끼며 책을 덮을 수도 있다. 아쉽게도.

이렇게 이 책은 ‘수학에 친근감을 느끼게 해 주고 싶다’는 저자의 의도, 그리고 ‘미적분을 쉽게 이해하도록 도와준다’는 선전문구와는 달리 수학과 이미 친한 사람들만 더 친하게 만들어 주어 수학 친근감의 양극화를 조장한다.


그럼에도 별을 하나만 뺀 이유는
저자 자신은 너무 당연한 일이라 의식하지도 못한듯한, 내가 꼽은 이 책의 가장 큰매력은,
‘과학적 시선’의 탑재를 도와준다는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과학적 시선이란 과학적 지식이 아닌, 과학적 호기심을 견지한 시각을 말한다. 물리학자 리처드 파인만이 그렇게 강조하던 그것 말이다.

과학은 인내였어요. 여러분이 지켜보며 관찰을 한다면, 그리고 주의를 기울인다면, 거기서 커다란 보상을 받게 됩니다. 반드시 항상 그런 것은 아니지만.
(…) 어떤 것은 여러 해 걸리고, 어떤 것은 조금 걸립니다. 수없이 실패하기도 했고, 쓰레기통에 던져버린 것도 많았습니다. 그러나 거기에는 매번 내가 어릴 때 기대할 수 있다고 배운 새로운 이해의 황금이 있었습니다. 그것은 관찰의 결과였고, 관찰이 얼마나 경이로운 것인지를 배운 덕분이었습니다.
리처드 파인만, <발견하는 즐거움>, 65쪽


그런 면에서 <미적분으로 바라본 하루>에서는 특히 이런 면이 흥미로웠다.


‘피해야 하는 것’일 뿐인 빗방울을 가지고 이렇게 과학적(수학이란 정밀분석의 도구로 가기도 전에, 일단 현상이해를 도와주는 과학) 원리를 생각해 보는 자세,

빗방울이 떨어지고 크기가 커지면서 면적도 같이 증가한다는 거야(눈덩이를 상상해봐). 손바닥처럼 더 커진 면적은 더 큰 공기 저항을 받아서 빗방울의 가속도를 줄이게 돼. 결과적으로 가속도가 0이 되고, 이건 속도가 증가하다가 멈추게 된다는 걸 뜻하지.
(…) 여기에서 또다시 공기 저항이 우리의 일을 줄여주지. 빗방울은 공기 저항을 겪으면서 수차례 작은 부분으로 나누어지게 되니까, 빗방울이 내 우산에 닿을 때면 대부분 물방울의 무게는 0.318그램밖에 안 된다는 거야.
오스카E. 페르난데스, <미적분으로 바라본 하루>, 86쪽


계단을 걸어 올라가는 숨이 차는 상황에서도 힘들다고 한숨쉬기 보다 뇌를 가동시켜 그 힘든 상황을 분석해보는 자세,

처음 몇 발자국은 쉽지만 계속 올라가면 자연스럽게 심장 박동수가 빨라지기 시작하지. 이는 갑작스러운 산소 요구량을 충족시키려는 현상인데, 산소를 빠르게 내 혈관을 통해 근육들로 분배하게 되지. (...) 우선 내 혈관이 팽창해서 더 많은 피가 흐를 수 있게 하는 거야 (...) 그 피를 최대한 빠르게 근육으로 전달해야 하겠지. 모든 방향으로 뻗은 혈관을 떠올리면서 다른 질문이 생겼어. 어떻게 모든 몸이 가장 효율적인 분기점과 방향을 아는 걸까?
오스카E. 페르난데스, <미적분으로 바라본 하루>, 133쪽


밤 하늘의 별을 보고 남들과 ‘예쁘다’란, 남들 다 하는 생각에 머물지 않고, 그 별의 빛이 자신의 눈에 들어오기까지의 시간을 헤아려보는 자세,

내가 어렸을 때 배웠던 정말 흥미로운 것 중 하나는 우리가 하늘을 볼 때마다 사실 과거를 보고 있다는 거야. 이건 분명 내가 수학과 과학에 관심을 가지는 데 지대한 공헌을 했지.
오스카E. 페르난데스, <미적분으로 바라본 하루>, 207쪽

이런 저자의 삶의 태도가 나를 자극했다. 세상이 나에게 이토록 흥미로운 이야기들를 들려줄 준비를 하고 있는데 난 귀를 막고 눈을 감고서 세상을 더욱 즐기며 살 수 있는 도구를 썩히고 있었구나... 정말 오랜만에 나의 과학적 시각의 생동감을 깨우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물론 내가 아무리 귀와 눈을 크게 오픈하고 있더라도 저자처럼 실생활을 수학의 언어로 번역하거나, 리처드 파인만처럼 물리학적인 발견을 이끌어 낼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시각을 견지하려는 노력은 반짝이는 눈과 말랑한 마음을 가지고 세상을 더욱 즐기며 사는 사람으로 만들어 주지 않을까. 발견하는 즐거움은 도처에 깔려 있으니까. : )


+
이런 책은 아무리 내용이 좋아도 번역이 도저히 추천해 줄 수가 없는 정도인 안타까운 책들이 더러 있는데 이 책은 번역도 상당히 좋았다. 난 구어체로 쓰여진 책을 선호하지 않는데 이 책은 구어체로 번역을 했음에도 영어권과 한국어권의 문화차이 때문에 더 어색해지는, 그런 부분이 크게 눈에 띄지 않아 번역자가 상당한 철학을 가지고 번역했음을 엿볼 수 있었다.

+
모든 수학관련 서적이 그렇듯 다 이해하며 읽어내겠다는 생각보다는 자신의 하루 속에도 존재하는 요소가 수학 기호로 표시되는 것을 가볍게 읽어내는 것이 좋다. 우린 이제 더 이상 이런 것을 보며 시험 볼 필요가 없으니까.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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